남양주 시민오케스트라
내 마음의 슬픔을 제어하기 위해 몰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할 때 난 첼로를 생각했다.
이 나이에 무슨 첼로? 갈등이 심했다. 막상 시작하고 레슨을 받다 보니 조금씩 친밀 해져 갔다. 활 쓰는 방법,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기술, 연주하는 자세를 배웠다. 그리고 스즈키 4번을 끝마쳤다. 5권 시작을 앞두고 난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 제 첼로에 대한 꿈이 있다면 메시아 연주까지 예요. 메시야 전곡을 다 첼로로 연주해 보고 싶어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그럼 우선 메시아 중 멫곡만 연습해 나가자” 고 하셨다.
그런 말이 오고 갈 무렵 조국 엘 나왔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싶어 인터넷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남양주시민오케스트라를 만났다. 너무 너무 행복했다. 연습하는 장소는 내가 머무는 곳에서 버스를 두 번 타고 2시간을 가야 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한걸음에 달려갈 만큼 내 가슴은 부풀어 있었다. 막상 들어가 곡을 받았는데 대곡이다. 단원들은 훌륭한 분들이시다. 각 악기 마다 전공하신 분들도 많고, 능숙해 보인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은 이런 분들과 함께 연주를 한다는 자체가 영광이다.
첫 연주회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연주는 장애인을 위한 것인다. 그들과 함께 연주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보통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란 모금행사를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시설, 좀더 낳은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슬로건이 있다. 그런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음악은 다른 차원이다. 음악으로 자신이 치유 받던 자리에서 누군가를 치유해 줄 수 있고 자신이 받은 위로를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성 기쁨이나 슬픔 외에도 불쾌함, 지루함이나 게으름 에서도 원상복귀를 할 수 있도록 자극해 주는 예술이 음악 외에 또 있을까?
이 지구촌 어느 지점에 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해피 투게더를 위해 콜라보를 추진하는 모임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을 부추긴다.
연주회를 앞두고 약 2주간은 여행도 취소하고 음악에 매달려 있었다. 눈만 뜨면 악보를 보며 박자를 세고있었다. 인터넷에서 연주할 곡들을 수없이 들었음에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실망과 도전을 매 순간해야 했다. 연주회 날이다. 막이 오르자 지휘자님의 관객들을 향해 취지를 설명해 주신다. 이번 연주회는 발달 장애 학생들을 위함이다. 남양주 시민, 다산 유스, 그리고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루미너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어우러진 콜라보 연주라고 말씀해 주신다. 이어 관현악기 소개가 있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악기 전체가 일일이 단원들에 의해 아주 짧게 연주된다.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려주어 그 중에서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하나를 골라 배움의 길에 들어서도록 권장하심이 분명하다.
프로그램은 세빌리야의 이발사 ( Gioachino Rossini ) 서곡으로 시작이 되어 대 단원이 끝나고 양코르로 마무리 되었다. 관중들의 호응은 뜨거웠고 장내에 가득한 손뼉, 박수 소리로 연주회를 마쳤다. 내겐 초긴장으로 일관된 시간이었다. 기쁨의 한숨이 내어 나온다. 후휴.—
집으로 오는 길 잠시 한국을 방문중인 딸이 말해준다. 딸은 미국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했던 아이다. “ 엄마, 너무 너무 좋았어요. 취지가 좋았고, 악기 소개도 좋았고, 곡, 선택도 좋았고, 연주도 좋았고, 지휘자님은 겸손해 보이셨고 단원들도 모두 정다워 보였어요. 내 뒤에 앉으신 분은 한 곡 듣고 반해서 뒷좌석에서 앞으로 오셨대요. 아, 그리고 발달장애인 학생들 – 정말 놀랐어요. 서로 맞추어 가며 잘 해내는 것 보며 감동했어요. “
그 말에 내 눈엔 눈물이 고인다. 그래, 이렇게 살아가는 거야. 우리 가슴에 있는 눈물, 그 눈물이 반짝이는 희망이 되도록 서로 도와가며. 그렇게 해피 투게더를 만들어가는 거야.
남양주 시민 오케스트라 단원이란 뱃지가 자랑스럽게 반짝인다. 내 마음안에서. |
첫댓글 너무 감동적인 글입니다.~ 첼로에 대한 사랑과 시민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자부심이 듬뿍 묻어나있는 글이네요 ~
마음 다잡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좋은 글 다시 한번 위안이 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과 같은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간다는것, 그리고 나를 뽐내고 드러내기 위함이 아닌, 음악으로 선한영향력을 행사하는 남양주시민오케스트라 단원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귀하신 글 감사드려요~ 뭉클해져용🥹서로 도와가며 해피투게더 만들어가실수있게 빛내주셔 감사했어요....
나중에 또 함께해주세요♡♡
얼른 다시 돌아오셔서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