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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부치지 못한 편지 (일죽 안성수)
이글은 어느 수용자의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어머니!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며 따뜻한 사랑이 샘물처럼 솟는 포근한 단어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고향집을 찾았습니다. 어머니는 세월의 무게에 주름이 더 깊어져 예전 같은 모습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늘 건강하신 줄만 굳게 믿었던 자식들이 아니었는가요? 늘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 다음 날 어김없이 서울을 향합니다. “어머니 또 내려 올게요.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그래. 차가 많이 막힌다는데 조심해서 얼른 올라 가거라.” 어머니는 농사일로 얻은 고추 참께 등을 자식들을 위해 바리바리 보따리에 정성껏 싸주시면서 다음 명절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준비 없는 이별을 예감하셨음인지, 자꾸 멀어져 가는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시며 손을 흔들며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시던 그 모습이 승용차의 백미러에 비쳐집니다.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아쉬움에 마음이 아리고 걸립니다. 그 모습이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게 맺히는데, 그 후로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집을 더 이상 찾아갈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범죄자였기 때문입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절약하고 저축하여 어렵게 조그만 아파트를 구입하여 전세를 놓았는데 지인이 돈을 빌려가서 갚지 않자 앙갚음을 한다는 것이 그만 살인이라는 무거운 죄를 지었습니다. 자승자박이란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것인가요, K는 결국엔 자기가 쳐놓은 그물에 자기가 걸려든 꼴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죄인이 된 그는 앞으로 영원히 사람답게 살수 없다는 죄책감에 빠져 절망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와 빛깔들, 그의 생각, 그 많은 시간까지도 서서히 허물어지는 참담함을 스스로가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 순간 절제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사람으로는 감당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잘못의 결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으며 이 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척의 담장 안에서 항상 죄의식에 사로잡혀 많은 날을 괴로워하며 10년이란 세월동안 속죄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죄인의 몸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범죄자라로서 사회의 낙오자가 되어 결국 그 절망이라는 가시에 찔러 스스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범죄로 인해 그렇게 어머니 곁을 떠나온 채 죄인의 몸이 되었습니다. 10년동안 행방이 묘연한 아들을 수소문하느라 하나밖에 없는 누나에게 매달리며 아들을 찾아달라고 애원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k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면죄부는 받을 길 없는 이 불효자식.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긴 세월 어머니 곁을 떠나 있게 되어 죄송하고 면목이 없으며 절망속이지만 겨자씨만한 희망은 있었기에 지금껏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따뜻하고 포근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 했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는 고된 농사일을 하시면서 얻은 것은 두 다리는 신경통으로 절룩거리며 잘 걷지도 못하시며 지팡이를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픈몸을 이끌고 오랫동안 고생하신 당신을 무기수의 어머니로 아니 죄인의 어머니로 살아가시게 할 수는 정말 없었습니다. 자식을 교도소에 둔 부모님의 피눈물 나는 심정, 그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차라리 자식 없는 셈치고 연락 않고 지내는 것이 당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제 나이 사십이 훨씬 넘어서야 비로소 어머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이 너무 보고파서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수없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리움과 외로움이 더 깊어만 가는 것이 천륜으로 맺어진 인연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어머니 곁을 떠난 저의 빈자리를 보시며 얼마나 허전해하셨을지 짐작하고 남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보고파 하시며 애타하시는 이별의 끝을 아직도 저만치 멀리에 서 있음이 너무도 가슴이 미어지고 아립니다. 얼마나 더 당신을 더 아프게 해 드려야 이 이별이 끝이 날지······. 십 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어 숯검정이가 된 가슴을 부여안고 밤잠을 설치셨을 사랑하는 내 어머니! 우리 기다림의 끈을 놓지 마시고 내내 건강하셔서 이 아픔의 시간들을 보상받으셨으면 합니다. 어머니께서 계셨기에 제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고, 포기하고 싶었던 삶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옥중에 아들을 두고 있지만 훗날 이 아들이 어머님께 제가 정성껏 만든 따뜻한 작은 밥상 올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람은 없습니다. 그 날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랑하는 어머니!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비록 어머니 곁을 떠나왔지만 지금의 이 결별은 저를 더욱 성숙하게 하고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자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고통 속에 있더라도 자식에게만큼은 가장 강한 어머님이 되는 것처럼 저 역시 이곳에서 주어진 시간동안 끊임없이 각성하여 지난 날 불효만 해 왔던 못난 자식에서 어머니께 작은 미소라도 안겨 드리는 아들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이제 제가 어머니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건강한 모습으로 못난 이 아들을 기다려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지금처럼 제게 무섭게 다가온 적이 없습니다. 이 불효자식이 어머님께 받은 은혜를 어찌 다 돌려드릴 수 있겠습니까 만은 다시 어머님 앞에 서서 온전한 모습으로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만이 큰 효도가 되리라 믿습니다. 가슴에 묻어두고 수없이 되뇌이던 말, 하고 싶은 말은 비로소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올려놓습니다. 어머니! 너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무지무지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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