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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발자국
우리의 가장 큰 명절 설이 돌아왔다. 조상님들의 제사를 장남인 제가 시골에서 모셔온지 10년이 다되어간다. 그리하여 명절 때 우리는 시골에 내려가지 않아서 여간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다만 연로하신 어머니가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시고 있다. 그러면 어머니의 탑승 시간을 미리 알아서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을 나가곤 한다. 그렇게 연로하시고 발걸음 한발 띄시기도 힘든 상황인데도 시골에서 떡이며 온갖 것을 주저리주저리 쌓아 오는데 오히려 나는 어머니에게 핀잔을 준다. “ 뭐 힘드시게 이런걸 가져 오느냐.”고 하면 어머니는 내가 힘이 들어도 자식들 먹이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거라. 며 말씀을 하신다. 어머니의 몸이 불편하신데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이 들어 가끔은 어머니에게 신경질을 부리곤 하면서 효도는 못할망정 투정을 부려 미안하고 죄송스럽기 그지 없다. 어머니는 몇 년 전에 척추수술을 받아 장애 5급의 진단을 받으셨으며 양쪽 다리 무릎 관절통증으로 무척 아파하신다. 양쪽 연골이 다 닳아서 뼈와 뼈가 부딪쳐 그야말로 바늘로 쑤시는 것 같은 통증으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신다. 아들과 며느리가 몇 년전 어머니의 양쪽다리를 수술하자고 하였는데 어머니는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수술 하느냐며 한사코 거절하시어 우리는 그만 수술을 포기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는 후회를 하곤하여 나는 적잖이 마음이 불편하고 불효 막심한 나를 자책하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없어 많이 속상하고 어머니만 바라보면 애잔하고 슬픔이 밀려든다. 어머니는 걸을 수 없을 만큼 다리가 아파 흉내조차 낼 수 없어 눈물만 쏟아내야 하시는 어머니! 참아낸 가슴에 피를 토해내야 했던 어머니를 헤아리지 못했다. 이 불효자식은... 비수 같은 언어들을 쏟아내고도 나 혼자서 잘 먹고 잘 자란 줄 알았던 것은 어머니의 골절속에 흐르지 않는 血이될 줄을 몰랐다. 주무시다 몇 번씩 이불을 덮어주시던 것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고, 밥알이 흩어져 떨어지면 주워 먹어야 하는 줄 알았고, 생선을 먹으면 자식을 위해 뼈를 발라서 밥숟가락 위에 올려줘야 하는 줄 알았고, 구멍 난 옷을 입어야 어머니인줄 알았다. 밤이면 몽뚱이가 아파 앓는 소리가 방안을 휘감아도 그 소리가 관절염속에 파묻힌 고통인줄 몰랐다. 걸을 수 없어 질질 끌고 다니시는 다리를 보고서야 알았다. 자나 깨나 자식이 우선이었고 앉으나 서나 자식을 걱정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줄 알았다. 아픈 말들을 주름진 골 사이로 뱉어 냈을 때 관절염이 통증을 일으킬 만큼 “나 같은 자식 왜! 낳았냐고” 피를 토하게 했던 가슴 저미는 말들. 너하고 똑같은 자식 낳아봐라 네 자식이 그런 말 하면 얼마나 피눈물 나는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미웠다. 씻지 못할 철없는 말들을 했던 저를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머니 마음을 알려 하지만 전부는 모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뼈가 다 닳아서 걸을 수 없어 고통과 사투를 벌이시는 어머니! 제 다리라도 드려서 제대로 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피가 마른 눈물을 어이 닦아 드려야 합니까? 어머니의 발자국을 찾고 싶습니다. 똑바로 걸은 어머니의 바른 발자국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자식 집에 모처럼 올라 오셨다가 설 다음날 내려 가신다고 해서 단 며칠이라도 좀 편하게 쉬시다 내려 가시라고 하니 한사코 내 집이 편하다며 내려가겠다고 한다. 아마도 며느리와 자식들의 눈치를 보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저 역시 마누라 눈치를 보는 속좁은 남편인 것은 사실이었다. 내 승용차로 버스 타는 곳까지 모시고 가서 버스표를 구입해서 시골로 어머니를 보내드리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될터인데... 어머니 한분을 못모시고 내려 보내는 이 마음 가슴 절절이 슬픔으로 얼룩졌다. 집에 돌아오면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눈알이 새빨게지고 눈이 부어 올랐다. 마누라와 딸들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하며 물어 보길래 “응, 걸음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지팡이에 의지하는 늙은 어머니를 혼자 내려보내면서 애잔하고 슬픔이 밀려와서 그래.” 라고 대답하고 불효자라서 늙은 어머니 한분을 제대로 보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미워서 눈물이 나네. 늙으면 외롭고 서럽고 슬픈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게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생각하기엔 마음이 너무 무거움을 느낀다. 살아 생전에 한번이라도 더 찾아 뵙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며 자주 전화라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머니를 조용히 혼자 불러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이 불효자를 용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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