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마음공부를 교육밑절미로 삼고 있는 헌산중학교(교장 윤도화) 책마루에 서른두 번째 꼬마평화도서관(도서관장 추윤-3학년)이 문을 열었다. 중학교에 꼬마평화도서관이 들어서는 것은 지난해 9월 5일 광주에 있는 선운중학교 2학년 복도에 들어선 꼬마평화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이다.
사람들 가슴에 평화풀씨를 뿌리겠다는 뜻을 세우고 나라곳곳에 문을 열고 있는 꼬마평화도서관은 평화를 품은 책을 서른 권 남짓 마련하면 열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평화도서관이다. 밥집과 북카페, 교회와 절, 반찬가게와 카센터, 한의원이나 마을 어귀, 학원과 연립주택 현관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들어서있다.
개관식은 1학년 조인혜가 바보의사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 아들 입으로 분단된 아픔을 그린 책 [엄마에게]를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소대봉 선생이 그림책 [틀려도 괜찮아]를 읽었다. 읽기를 마친 소 선생은 “틀려도 괜찮으니까 수업 시간에 더 많이 물어야 한다. 친구 물음이 잘못됐거나 틀린 답을 얘기해도 서로 토닥여줄 수 있는 문화가 퍼지길 바란다”고 했다.
도서관입구에는 학생들이 새겨 넣은 “평화는 OO이다”가 주렁주렁 열린 평화나무가 자랐다. 몇 가지 나누면 “평화는 발바닥이다. 발바닥은 사람과 동물 생명지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평화는 우리이다”, “평화는 생명이다”, “평화는 공존이다”, “평화는 사랑이다”, “평화는 이해와 존중이다”와 같은 결 고운 글귀가 빼곡하다. 어떤 친구는 “평화는 권력이다. 누릴 수 있을 때는 맘껏 누리지만 없을 때는 처절하게 얻으려하기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학생들은 같은 자리에서 최근 [10대를 위한 내 말 사용 설명서]를 펴낸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변택주 작가와 ‘작가하고 만남’ 시간을 가졌다. 변택주 작가는 도서관 입구에 서있는 평화나무에 열린 아름다운 말씀 가운데 특히 ‘평화는 우리’라고 한 말씀이 가슴깊이 와 닿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우리말 우리에는 다른 나라 말에 담기지 않은 남다른 뜻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외동이도 어머니에게 우리엄마라고 하고 우리식구가 한 사람도 없는 자리에서도 ‘우리식구’라고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우리남편, 우리아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알만한 이들도 이 말씀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럴까요? 아닙니다. 외동이가 어머니에게 우리 어머니라고 하고, 남편이 아내에게 우리 아내라고 하는 까닭은 외동이가 어머니를 싸잡으면 둘이니까 ‘우리’가 되는 것이지만, ‘우리’가 드러내려는 뜻은 ‘둘’이 아니라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를 이루는 깊은 사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내 아이, 내 엄마, 내 아내, 내 남편, 내 식구라고 하면 어쩐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도 모르게 함부로 하려는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우리에 담긴 참뜻을 헤아리는 바탕에서 평화를 품는다면 우리식구를 넘어서 우리마을로, 우리나라로 품이 넓어지면서 백두와 한라를 아우르는 평화로운 한우리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습니다.”
변택주 작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 때 모든 도서관장은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그림책을 비롯한 모든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모임을 가지겠다고 다짐한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이 마음 모아 함께하기를 빈다고 했다. 덧붙여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같이 읽는 사람과 진동이 같아지며 책에 담긴 말씀이 뼈에 새겨진다”고도 했다.
헌산중학교는 세계 55개 나라를 도운 공로로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 열 사람으로 꼽힌 박청수 원불교 교무가 세운 기숙학교다. 누리 어머니라고 불리는 박청수 교무는 전세계 55개 나라 사람들을 품어왔다. 한편으로 아이들 교육에도 뜨거운 관심을 보여 히말라야에 사는 아이들을 보듬는 학교와 중국 훈춘에 있는 장애를 가진 우리 동포를 아우르는 조선족기숙특수학교를 비롯해 해외에 학교를 다섯 군데나 열었다. 우리나라에도 헌산중학교 말고도 북한이탈주민 아이들을 아우르는 한겨레 중‧고등학교와 영광에 대안기숙학교인 성지송학중학교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