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와대 조기숙 홍보수석은 미국 방문에 앞서 노 대통령으로부터 “잘 다녀오십시오. 일주일은 나라가 조용하겠네.”라는 격려를 받았다. 지난 9월에는 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가던 비행기 안에서 “내가 없으니 열흘은 나라가 조용할 것”이라 하여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조 수석이 어느 기자의 칼럼을 “몰상식한 소설”이라며 비난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를 본 노 대통령은 “잘 했어요. 그 소설 가만둘 건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조 수석은 이를 받아 “소설 같은 기사에 대해서는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대응할 생각”이라는 댓글로 응답했다. 이 댓글로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 농담이었다며 해명을 했던 일이 있었다.
“잇따른 돌출 언행, 혼란․갈등 부추켜”
이 같은 농담은 언론의 가십거리로 호평을 받는다. 특히 청와대에 대해 비판의 정도가 심한 매체들에겐 이만한 호재도 없다. 당연히 이들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하고 공격의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이를 두고 조 수석은 최근 청와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재미 삼아 건넨 농담을 이용해 공격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페어플레이로 볼 수 없다.”며 격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참여정부 들어 특정언론과의 관계는 회복하기 힘들만큼 갈등의 골이 깊다. 이들 언론들은 안티운동에 맞대응이라도 하듯 틈만 나면 비판의 강도를 높인다. 정부 또한 언론을 상대로 고소․고발, 소송이라는 극한 방법으로 대응을 일삼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청와대 홍보라인의 대응미숙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 요즘 청와대 홍보업무가 국정현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보다는 특정언론과의 지루한 논쟁과 항변이 주를 이루는 듯한 인상이다. 여기에 홍보수석의 잇따른 돌출 언사와 해명성 글이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데 가세하고 있다.
무엇보다 홍보수석의 국민경시 태도와 권위적인 처신이 문제다. 조 수석은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은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있다.’는 발언 보도에 대해 「‘문제 발언’보다 ‘문제보도’가 더 큰 문제」라는 해명성 글에서 딱히 공감할만한 내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방미 때 대통령의 ‘일주일은 나라가 조용하겠네.’라는 격려 말이 마치 대통령에게 질책당한 것으로 보도했다며 ‘농담이었지 질책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반론을 낸 바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은 질책 여부가 아니라 홍보참모로서 오히려 분란만 일으키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더구나 특정언론을 지목해 공직자의 기고와 인터뷰를 제한하고 일부 고위공직자의 인터뷰 경위를 파악하게 한 조치는 권위주의 정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러니 “홍보기준을 따르지 않는 정무직은 떠나라”고 한 발언은 직무를 벗어난 월권이나 다름없다.
잇따른 여론무시 발언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지지도 하락에 대해 “여론은 의사소통 실패의 성적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참여정부 성과의 객관적 성적표가 될 수는 없다”며 “평상시 여론조사는 역사적 심연을 흐르는 민심을 정확히 측정한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런 인식이 한 토론회에서 “국민이 제대로 이성적으로 다 판단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70%가 학(鶴)이 검다고 하면 검은 학이 되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강심장이 되었다.
“사견이 없는 홍보참모가 되어야”
이렇듯 거듭된 해명은 가십거리를 양상하고 경박한 처신은 조롱거리를 만들기 마련이다. 특히 국정현안에 대해 홍보하는 위치에 있는 인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 이유로 조 수석이 갖는 비중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홍보수석 자리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언론과의 가교 역할임에도 오히려 이를 틀어막거나 뉴스의 중심이 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민을 가르치려 들거나 계몽대상 정도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 수석은 취임 초 “이 자리에 온 이상 시스템의 한 일원으로 회의나 토론 결과를 언론에 전달하는 역할 외에 사견은 없다.”던 다짐을 되새겨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