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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오페라 ‘암각화’ 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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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 호흡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창작공연을 만들어 낸 지역 예술인들의 노력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무대였다.
지난 3일 오후 7시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의 대표적 문화콘텐츠인 반구대 암각화와 고래를 모티브로 한 사랑 이야기를 오페라로 엮은 창작공연이 초연됐다. 오페라 ‘암각화’는 극연출가 박용하, 작곡가 김정호, 울산오페라단 천영진 대표 등 울산의 중견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만든 작품으로 제작 초반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이태은 지휘자가 이끄는 남구구립교향악단이 연주를 맡아 100% 울산발(發) 창작공연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그래서인지 450여명을 수용하는 소공연장 객석은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로 가득 찼고, 서동욱 시의장과 김정태 시의원 등 정치인들도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오페라 ‘암각화’는 주인공 마루와 대곡나라 사람들이 암각화에 고래를 새기는 대업에 관한 이야기였다. 대곡나라 사람들로 분한 울산오페라합창단 단원들과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김성환, 정지윤, 김진용, 엘리사최 등의 노래와 연기는 진중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부리간(김진용)의 중저음 목소리는 오페라를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맑은 목소리를 가진 미리별(정지윤)의 아리아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마루(김성환)가 죽은 미리별을 끌어안고 아리아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창작 오페라 ‘암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초·중반을 지나면서 다소 느슨해진 구성과 배우들의 엇박자 연기호흡 때문에 관객들이 조금 지루해하는 듯 했으나, 대미를 장식한 마루의 노래는 객석 분위기를 한순간에 뒤바꿀만큼 호소력이 짙었다. 공연이 끝난 뒤 청중들 중에서도 마지막 장면에 대한 호평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날 창작무대는 애초부터 5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를 내걸고 시작한 첫 무대였다. ‘창작공연은 무대에 거듭 올려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완성작이 되는 것’이라는 말처럼 이날 무대의 완성도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수십여 곡의 아름다운 오페라곡들이 비좁은 공연장 실정 때문에 현악기와 타악기 위주의 실내악단으로만 표현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무대를 가득 채웠던 암각화 설치물은 다소 큰 편이라, 배우들의 동선을 간혹 가리기도 했다. 몇몇 신예 가수들을 기용한 탓인지 무대 위의 어색한 연기 때문에 진중해야 할 장면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공연이 끝난 뒤의 분위기는 달랐다. 바위그림에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더한 점과, 클래식 저변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음악인들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오페라로 창작물을 시도했다는 점 등은 누가 뭐라할 것 없이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는 후평들이 쏟아졌다.
차기, 차차기 공연무대가 더 기대되는 울산발(發) 오페라 공연이 완성되는 과정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홍영진기자
창작오페라의 희망 만석에서 보다 |
창작오페라 ‘암각화’ 리뷰 역사성·캐릭터·오케스트레이션 조화 개연성 떨어지고 볼거리 적어 아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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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장님이 된 남자.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한 한 여자.
대대로 암각화 제단을 지켜온 대곡나라의 사람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한 창작오페라 ‘암각화’는 마치 50부작 대서사극을 본 듯했다.
3일 오후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박용하 각본, 김정호 작곡, 연출 천영진의 오페라 ‘암각화’는 초연작답지 않게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평과 어렵고 무거운 내용이라 재미가 떨어져 관객들이 몰입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비판적인 평이 엇갈렸다. 그러나 10명 남짓한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점과 기존 오페라 공연의 5분의 1 수준의 적은 예산, 짧은 공연 준비기간에 이만큼의 성과를 이뤄낸 점은 가히 칭찬할 만했다.
또 이례적으로 지역예술인들로만 이뤄져 공연을 만들어 낸 실험정신이 지역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 했다고 보여진다. 마치 우리 민요의 가락과 흡사한 음악, 호소력 있는 연기력, 거대한 암각화를 세운 중앙회전 무대는 단연 볼거리였다.
이날 객석은 만석이었다.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 때문에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장 로비에서는 현장에서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과 공연 관계자 사이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을 정도로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재 ‘암각화’를 소재로 했다는 소식에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극은 총 3막으로 전개됐다. 극 중간 중간 곳곳에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마지막 3막에서 암각화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화살촉으로 눈을 찌른 주인공 마루가 앞이 보이지 않지만 “고래의 길, 암각화의 길은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며 대업을 이어가는 장면은 관객에게 큰 울림 주기에 충분했다.
남녀의 슬픈 사랑과 죽음으로 일궈낸 암각화의 처연한 아름다움은 에필로그에서 합창으로 마무리되면서 한편의 서사극을 완성시켰다.
오페라 ‘암각화’는 탄탄한 대본에 잘 녹아든 주인공들의 캐릭터. 아리아, 중창, 합창의 균형적인 배치, 절제된 오케스트레이션의 조화로 극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과의 소통이 원활했다.
그러나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의 나열이라든지 연기에 치중한 나머지 시각적 효과, 즉 주변 볼거리가 적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3막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자 객석의 관객들은 흥분으로 크게 술렁이었다. 여기 저기서 “앵콜”을 외쳤다.
‘오페라에 앵콜이라니’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오페라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이 깨어진 순간이라고 보여졌다.
이는 그토록 바랐던 우리 오페라의 희망적인 어법을 확인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구미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