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 드라마에서 세 번의 창작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첫번째 창작이 대본,
두번째 창작이 촬영,
세번째 창작을 편집이라고들 하죠.
그만큼 편집은 중요한 단계죠.
드라마의 기본 제작 공정은 3사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각 단계에서의 작업 스타일이나 형태는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MBC 안에서의 작업 형태로 제한되겠죠?
드라마 편집은 편집자가 합니다.
드라마 마지막 telo[ 올라갈 때 유심히 보시면
'편집 XXX'라고 씌인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편집자는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들이지만
대부분 방송사를 많이 옮겨다니며 일을 하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익숙해진 환경에서 일하는 게 편해서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익숙해진 환경이란
연출을 비롯한 내부 스탭들, 방송사 분위기, 제작 시스템 등을
말한다 볼 수 있겠죠.
편집자는 보통 스크립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스크립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만
현재 MBC에서 주로 일하시는 편집자들은 거의 스크립터를 하시던 분들이죠.
질문의 요지로 돌아갑니다.
촬영을 할 때 연출은 '콘티(continuity)'라는 것을 짜고
그에 맞춰 촬영을 합니다.
한 씬은 여러 개의 cut으로 나뉘죠.
이 때 한 씬을 몇 개의 cut으로 나눌 것이며
그 각각의 cut을 어떤 size로 찍을 것인가가 바로 continuity입니다.
이것은 연출의 고유 권한이며
연출이 콘티를 짜면 그에 맞춰 모든 스탭들이
한 컷 한 컷을 찍어나가기 위해 움직입니다.
촬영의 기본인거죠.
콘티가 연출의 고유 권한인 만큼
같은 씬이라도 연출에 따라 콘티가 전부 다를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겠죠.
각자의 해석과 표현 방법이 다를 테니까요.
촬영 방법 역시 다릅니다.
size 별로 다 찍는 연출, 편집 때 쓸 부분만 정확히 찍는 연출...
찍어온 source들을 가지고 편집자가 편집을 합니다.
스크립터가 대본에 표시해온 콘티에 따라 기본 편집을 합니다.
(스크립터는 촬영 때 연출이 어떤 부분을 어떤 사이즈로 찍었는지
일일이 기록를 합니다.)
편집자는 연출이 촬영해온 것을 가지고 편집을 하긴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편집을 하기도 합니다.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기 보다는,
한 컷 다음에 붙는 그 다음 컷이
어떤 사이즈로 어느 정도 길이로 붙일 것인가가
결과적으로 다양한 해석, 굉장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거죠.
그게 바로 제 3의 창작이죠.
그렇게 전 편을 편집을 하면
연출과 함께 fine cutting이란 단계를 거칩니다.
세밀하게 최종 편집을 하는 단계입니다.
연출의 촬영 의도와 편집자의 편집 의도를 맞춰가는 단계죠.
서로 상의하고 연구해서 좋은 방향으로 편집을 맞춰갑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바가 정상적인 공정 단계입니다만
시간에 쫓기면 fine cutting 단계는 대부분 생략됩니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처음 1~4회 정도까지 빼고는 거의 못한다고 봐야죠.
그 시간에도 촬영을 하고 있을 테니.
그런 만큼 편집자와 연출자의 호흡과 감성, 생각이 많이 통해야하고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연출이 없을 때는 편집자가 편집한 대로 방송이 나가니까요.
물론 아주 중요한 부분은 현장과 전화를 통해 조율하긴 하지만
편집자의 역할이 굉장히 커지죠.
숙이님께서 편집이 어색했다고 느낀 드라마가 있었다면
그것은 1차적으로 연출의 콘티가 맘에 안드셨던 것일 테고
2차적으로 편집 단계에서 많이 보완을 못했기 때문이겠죠.
최대한 보완을 한 것이 그 정도였는지,
연출의 콘티 대로 편집한 것인지는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모르는 것이구요.
고시원 방 정도 크기의 편집실에서
시간에 쫓겨가며, 밤을 새가며
하루 종일 대화를 할 수 없는 모니터 속 연기자들만 보며
하루 종일 편집기를 만져야하는 편집기사란
정말 쉬운 작업이 아닐 겁니다.
방송 분야의 어떤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첫댓글 오랜만에 달려진 답변..하핫... 재미있네요.. 편집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운듯.. 예전에 학교 방송실에서 조그만한거 만져본 기억이 나네요.. 그땐..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
우리에겐 한 편의 드라마이지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군요...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쉽게 말을 내뱉을 수 없을 것 같네요.. ^^
아~ 정말 그런 복잡스런 단계를 통해서 보여지는거군요. 정말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대략...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어째어째 말만 많을수밖에 없는 시청자 입장에서 쉽게 말씀드린것도 있네요. 여튼..그래도 맘에 안드는건 안드는겁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