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더위도 세월을 이기지는 못하고
이제 가을 향기가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로 제 63회 문화강좌 잘 마쳤습니다.
한국회화의 고전적 전형을 이룩한 위대한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화풍과 작품을 통해
서울의 진경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된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정순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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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3 회 문화강좌 후기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금강산을 비롯한 우리의 산천 풍광을 대상으로 삼은 “진경산수화” 의 발생과 발달이 서울경치에서 유래되었고 “생활 속의 풍류”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것이
서울의 진경 그림입니다
조선 최고의 화가인 겸재 정선(1676~1759) 과 단원 김홍도(1745~1806?) 의 옛 그림을 통해 더욱 아름다운 서울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장안에서 도성밖에 이르는 풍광과 한강 풍경 등을 그린 조선시대 초기 <독서당계회도>부터 20세기 초 안중식의 <백악춘효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화가들의 그림이 있지만 서울 실경도의 대부분이 겸재 정선의 그림입니다
조선전기의 산수도는 우리 눈에 익은 풍광과는 다른 중국회화나 서적을 통해 머리에 그리던 관념산수화가 주축을 이루었으나
15-17세기 중국 송,명 시기의 관념미적 산수화풍에서 벗어나 우리 땅의 현실미를 찿아서 이전의 실경도와 산수화의 전통 (송,명 대의 북종화풍 과 남종문인화풍)을 계승하면서도 조선의 아름다운 풍경에 걸맞는 회화양식으로 자신만의 진경화풍을 완성하여 조선후기 새로운 문예사조인 “진경산수화”를 만들어낸 것은
중국화풍이 정착된 “몽유도원도” 이후 근 400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며
겸재 정선의 위대한 업적임을 생각해 봅니다
농암 김창협 (1651~1708) 과 삼연 김창흡 (1653~1722) 형제 의 제자이기도 한 겸재 정선은 정식 그림 교육을 받지는 않았으나 천부적인 문인화가로 성장하게 됩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는 실경과 닮지 않았으나 실제 풍경을 통해 현실미보다 성리학적 이상을 그리려 했고 신선경이나 이상향의 仙境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됩니다.
실경대상을 과장하고 재구성하거나 합성한 변형화법은 교만과 사리에 가득한 인간의 눈이 아닌 산수의 마음으로 표현하고 현장에서 느꼈을 만한 소리의 리얼리티 같은 감명을 형상미로 나타낸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태호 교수님 께서는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일컫는 폴 세잔 의 풍경화 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비교하여 두 화가의 닮음과 차이를 설명하셨습니다.
정선의 진경산수 표현 방식은 5가지로 정리 해 볼 수 있습니다.
1. 솔개처럼 굽어본 부감법 ; 신묘년 풍악 도첩 ( 단발령 망금강...)
2. 움직이며 보는 다시점 합성법 : 해악 전신첩 ( 장안사비홍교...)
3. 중심이미지를 강조한 축경방식 ; 박연폭포. 인왕산 제색도...
4. 기억된 풍경의 단순화 방식 : 금강대, 목멱산, 정양사.
5. 음양론의 재해석으로 대상을 과장: 성류굴...
겸재 정선을 비롯한 표암 강세황, 현재 심사정, 능호관 이인상, 강희언 등의 화가에게서 회화적 기반을 튼튼히 하여 성장한 단원 김홍도는 도화서 화원 출신으로 산수, 인물, 풍속, 동물, 화조화 등 모든 회화영역에서 필묵의 기량을 나타낸 작가입니다.
일상의 풍경을 포착하여 절경이나 명승이 아니라 현실의 삶을 그린 풍속화 와 대상의 실제를 닮게 인식하는 진경의 의미로 근대성에 접근하였고 화가가 서있는 위치에서 바라본 대로의 형상을 화폭에 담는 방식으로 “진경산수화”를 그렸습니다.
1770-80년대 30대 시절 그린 <단원 풍속화첩>을 비롯해서
1788년 금강산 여행후 <금강산 화첩 : 구룡연, 성류굴...),
1790년대 <금강팔경도병>, <만폭동>, <명경대>
1795년 <을묘년 화첩 : 총석정...>
1796년 <병진년 화첩 : 영랑호, 도담삼봉, 옥순봉, 사인암. 소림 명월도...> 에서는
김홍도 진경산수화의 회화적 완성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 “소림 명월도” 는 실경그림과는 색다른 풍경화이며 일상의 풍경을 포착하여
근경의 나무를 크게 배치한 것은 서양화법의 투시원근법을 도입한 것이어서
더욱 김홍도의 독보적 근대회화성을 보여줍니다.
1805년 12월 그린 <추성부도>는 김홍도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양수(1007-1072) 의 가을시 중 인생의 가는 소리를 재해석하여 그린 명작입니다.
한국 미술사의 거장이며 조선 최고의 화가라 할 수 있는 겸재 정선 과 단원 김홍도 의 화풍과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였습니다.
미술은 사물을 , 자연을 , 인간을 보는 우리 눈의 공부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며
산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