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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현동이라고 쓰신 이유가 ~~~
관옥
글쎄, 우연히 단어가 떠올랐어.
겉을 보면 다 다르지만 그 속을 보면 깊이 들여다보면 다 같다, 그런 뜻이야.
현玄이라고 하는 것이 사전을 찾아보면 검을 현玄이야. 검다는 게 흑黑 자 하고 달라. 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왜 검다고 하냐 하면 암만 봐도 정채가 안 보이는 거야. 가물가물, 그윽하다고 그러는 건데. 그러니까 뭘 봐도 겉모습 보이는 것만 봐도 그건 현玄에 갈 수가 없어. 겉모습에 속지 않고 겉모습 안에 감춰져 있는 속을 깊이 이렇게 보는 거지. 그러면 그 보는 대상하고 보이는 녀석하고 보는 내가 서로 다른 게 아니다. 그런 게 느껴지는 거지.
그 때부터는 머리가 막 돌아가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거야. 저 나무하고, 저 나무를 내가 깊이 들여다보면, 그 나무와 나무를 보는 내가 두 개가 아니구나, 같구나. 사람도 그렇게 보면 겉모습만 보고, 이러니저러니 얘기하고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데 깊이 들여다보면 나하고 다를 게 없다. 그게.
달라이 라마가 자기는 사람을 그렇게 본다는 거야. 중국 사람이나 뭐. 그건 겉으로 나타나는 거야. 중국사람 뭐, 지네 사람, 이렇게. 그러면 갈등이 있는 거야. 중국은 아주 나쁜 놈이 되고 그렇게 안 보고 깊이 들여다보면 아, 그들도 행복하게 살고 싶고, 고통은 싫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거 보면 나하고 다를 게 없는 거야. 그런 깊은데서 사람을 보니까, 그렇게 사람을 보니까, 중국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적으로 볼 수 없는 거야. 나와 똑 같은 사람. 다만 생각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고 그것뿐인데 아, 나랑 행복하고 싶고 고통을 벗어나고 싶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렇게 보는 거야. 사람도 그렇게 보고 사물도 그렇게 보고.
이렇게 차를 마시면서도 깊이 들여다보면 차나 나나 다를 게 없다. 그렇대!
그런 걸, 같다는 걸 느끼고 깨닫게 되면 사람의 일상생활이 자기가 노력하지 않아도 다르게 되지 않겠나? 다르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
거창에 한 30년쯤 전이네. 거창에 와앰시에이에서 얘기해 달라고 해서 갔는데. 그때 나는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얘기하다가 내가 무심코 불경얘기를 했는가 봐. 거창이 거기가 아주 보수적이 동네라구. 기독교가.
질문시간에 내 나이쯤 된 젊은 목사가 질문하는 거야 “나도 목삽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불교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 있어서 불경을 좀 읽었다는 거야. 자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야, 이거는 기독교하고 너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도저히 이거는 같이 얘기할 대상이 안 되는 구나, 그런 걸 느꼈다는 거야. 그랬는데 당신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게 그거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의아한 거야. 나도 목산데 저도 목산데 왜 이렇게 다르냐?
나를 뭐 힐란하거나 비판하려고 하는 자세가 아니야. 정말 그러는 거야. “나는 불교하고 기독교가 달라도 너무 다른데, 당신은 보니까 그게 그거다 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다르냐?”
그때 내가 그것에 대해 대답을 나도 모르게 “같은 걸 봤는데 다르게 보였다는 거 아닙니까? 목사님 하고 저 하고. 같은 대상인데 다르게 보였다는 얘기죠. 그러면 누가 잘 봤고 누가 잘못 봤느냐? 이거는 따지는 거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둘 다 정직하게 보이는 대로 봤으니까 이건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얘기하고. “그럼 왜 이렇게 결과가 달라지느냐? 그건 목사님하고 저하고 눈이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요. 같은 걸 봤는데 다르게 보니까 목사님 눈하고 제 눈하고 다른가 보지요.”
얘기하고 나니까 설명이 좀 필요하겠더라구. “아, 그런 말은 누가 옳다, 그런 게 아니구요. 목사님도 목사님 눈으로 정직하게 본 거고, 저도 제 눈으로 정직하게 본 건데 좀 눈이 다르다는 얘기는 어쩌면 눈의 방향, 방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나무로 말하면 비유를 하면 나무로 말하면 나무의 겉모습을 보거나 가지, 이파리 생김새를 보면 대나무하고 소나무는 전혀 다른 나무야. 같은 나무일수가 없죠. 목사님은 그렇게 보신 거죠. 근데 그 껍질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면 대나무나 소나무나 참나무나 살아가는 생리, 나무의 생명, 그 뿌리로 가면 생김새도 다르지만 다 본질은 다 같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목사님은 보이는 바깥쪽을 보신 거고, 저는 안 보이는 속을 보려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서로 결론이 다른 것 같습니다. 사실은 둘 다 어느 하나도 포기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둘 다를 봐야 하는데 그러니까 한 입으로 두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은 ‘다 같은 데 하나다’ 이렇게 말씀 하시면 옳고 저는 ‘같은데 다르다’ 이렇게 얘기하면 옳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동玄同이라고 하는 것은 겉모습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 다 달라, 다르잖아? 생김새는. 이렇게 이지적으로 생기고 하하하.
머리도 다르고 눈동자 색깔도 다르고. 이 두 사람 간을 꺼내 놓고 보면 분간해 보라고 그러면 잘 못할 걸. 더군다나 더 깊이 들어가면 세포조직까지 가면.
그래서 야튼, 깊이 그윽하게 들여다보면 우주만물이 다 같다. 이런 얘기들을 스승들이 하죠. 그러면서 겉모양이 다른 걸 무시하면 안 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처신을 해야 되는 거야. 다 같다. 뭐, 내 껏이 어떻다, 뭐 다 그런 거, 자기 마누라, 옆집마누라 막 섞어서 사는 거는~~ 아주 다른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같다고 하는 것. 그런 생각을 해 보자고 하면서 쓴 것 같아.
2017.12.30. 한님살기예배
첫댓글 감사합니다..............지극하게 보면 다 같다........올 한해 깊이 새기겠습니다.
玄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