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 중인 사양벌꿀 제품.
사양벌꿀이라는 제품명만 봤을 때 천연벌꿀과의 차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소비자들은 드물다.
시중에 판매되는 사양벌꿀은 꿀벌에게 설탕을 먹여 키운 후 채밀한 일종의 ‘가짜꿀’이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는 천연벌꿀의 한 종류로 혼동하는가 하면 심지어 값비싼 약재로 쓰이는 ‘사향’을 넣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사양벌꿀에 대한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사양벌꿀 명칭을 ‘설탕사양벌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실 2016년 11월 사양벌꿀 제품표면에 생산방법 표기를 의무화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올 1월부터 적용키로 했었다.
개정안은 사양벌꿀·사양벌집꿀 제품 포장지에 12포인트 이상의 활자로 ‘이 제품은 꿀벌을 기르는 과정에서 꿀벌이 설탕을 먹고 저장해 생산한 사양벌꿀(또는 사양벌집꿀)입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표기방법 변경으로 시장에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시행시기를 오는 7월로 연기했다. 그러면서 보다 효과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 명칭 자체를 변경하는 내용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천연벌꿀 생산농가들은 이 소식을 반기고 있다. 사양벌꿀이 천연벌꿀이나 숙성꿀 등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고, 국내산 벌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와 농가 입장에서 큰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업계는 2015년 기준 전체 벌꿀 생산량(약 2만t) 가운데 약 30%를 사양벌꿀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북 익산의 천연벌꿀 생산농가 김종화씨는 “40년째 양봉업에 종사해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오죽하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명칭에 설탕이라는 글자를 넣으면 소비자들도 어떤 게 가짜꿀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반면 명칭 변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과와 음료 제조업체에 사양벌꿀을 공급하는 업자들이 대표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자·음료 포장지에 원재료를 설탕이라고 표기하면 판매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많은 업체들이 사양벌꿀의 대안으로 천연벌꿀보다 저렴한 외국산 벌꿀을 찾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식약처는 ‘설탕사양벌꿀’로 명칭이 변경되더라도 기존 명칭을 1년 이상 병행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이런 내용이 추가된 개정안을 3월에 행정예고하고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7월에 고시할 계획이다.
최문희 기자
첫댓글
꼭꼭요
기대하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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