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 )
육가( 陸賈. 어떤 번역본에는 ‘육<고>’로 나온다. 이는 ‘賈’가 ‘가’와 ‘고’라는 두 가지 발음으로 읽을 수 있는 한자이기 때문이다. ‘賈’는 ‘값있다/값지다’라는 뜻을 지닌 글자인데, 이로 미루어볼 때, 육가의 어버이는 그가 ‘육씨 집안에서 태어난, 가치 있는 사람[그러니까, 명사로는 "값짐"/"값 있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가[賈]’라는 이름을 지어준 게 아닌가 한다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는 초( 楚 )나라[ 제하(諸夏) 전국시대의 초나라 – 옮긴이 ] 사람이다.
그는 빈객( 賓客. 귀한 손님. 여기서는 ‘권세 있는 집의 식객’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 옮긴이 )으로 고조( 高祖. 서한[ 전한 ] 왕조를 세운 유계[ 劉季 ]. 유계는 서한을 세운 뒤 이름을 ‘유방[ 劉邦 ]’으로 바꾸었다 – 옮긴이 )를 수행하여 천하를 평정하였다.
말재주가 좋은 유세객으로 이름이 나, 고조 곁에 있으면서 언제나 제후들에게 사자로 나가곤 하였다.
( 중략 )
육생( 陸生. ‘육씨 성을 지닌 선생’이라는 뜻. 여기서는 육가의 존칭으로 쓰였다 – 옮긴이 )은 황제( 한 고조 유방 – 옮긴이 ) 앞에 나아가 아뢸 때마다 『시경( 詩經. 유교의 다섯 경전들 가운데 하나. 제하[ 諸夏 ]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詩集 ]이기도 하다. 공자가 편찬했다고 하며, 서주[ 西周 ] 시절부터 춘추 시대까지의 시 311편을 집어넣은 책이다 – 옮긴이 )』 과 『상서( 尙書. 유교의 경전들 가운데 하나인 『서경[ 書經 ]』의 다른 이름. 요순시대부터 주[ 周 ] 왕조 때까지의 정치/행정 관련 문서들을 모은 책이다. 역시 공자가 편찬한 책이다 – 옮긴이 )』 의 구절들을 인용했다.
그러자 고조는 육가를 꾸짖으며 이렇게 말했다.
“짐(朕)은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얻었다. ( 그런데 – 옮긴이 ) 어찌 『 시경 』 과 『 상서 』 따위를 쓰겠느냐?”
그러자 육생이 대답했다.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얻으셨다고 해서, 어찌 말 등에 올라타고 천하를 다스리실 수 있겠습니까?
옛날 은나라( 상[商]나라 – 옮긴이 ) 탕왕과 주나라( 서주[西周] 왕조 – 옮긴이 ) 무왕( 본명 ‘희발[姬發]’ - 옮긴이 )은 무력으로 정권을 얻었지만, ( 그 뒤로는 – 옮긴이 ) 민심에 순응하여 나라를 지켰습니다.
이와 같이 문( 文 )과 무( 武 )를 함께 쓰는 것이 나라를 길이 보존하는 방법입니다.
옛날 오( 吳 )나라( 춘추시대의 오나라 – 옮긴이 ) 왕 ‘ 부차 ’ 와 (진[ 晉 ] 나라의 - 옮긴이) ‘ 지백( 智伯. 춘추시대 말 진[ 晉 ]나라의 귀족 집안인 지[ 智 ]씨 집안 출신인 사람. 일찍이 같은 진나라 귀족 집안인 한[ 韓 ]/조[ 趙 ]/위[ 魏 ]씨와 함께 범[ 范 ]씨/중행[ 中行 ]씨의 땅을 나누어 가졌으며, 그 뒤 조씨까지 멸망시키려고 하다가 오히려 조씨에게 멸망 당했다 – 옮긴이 ) ’ 은 무력( 武力. 군사력 – 옮긴이 )을 지나치게 쓴 탓에 멸망하였고,
진(秦)나라는 [ 법가의 가르침에 따라 ] ( 잔인하고 엄격한 – 옮긴이 ) 형법만을 쓰고 ( 그 방침을 – 옮긴이 )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조씨( 趙氏. 여기서는 제하[ 諸夏 ] 전국시대의 조[ 趙 ]나라 왕실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의 진[ 秦 ]나라와 영정[ 시호 ‘ 진시황 ’ ]이 세운 진[ 秦 ] 제국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영정의 선조인 진 왕실이 일찍이 ‘ 조성[ 趙成 ] ’ 이라는 지역에 봉해졌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다. ‘ 씨[ 氏 ] ’ 는 예전에는 ‘ 족속 ’ 이라는 뜻으로도 쓰인 글자다 – 옮긴이 )는 멸망한 것입니다.
만일 진(秦)나라가 천하( 전국 7웅으로 불리는, 제하 전국시대의 일곱 나라 – 옮긴이 )를 통일한 뒤에 인의( 仁義. 어짊[仁]과 올바름[義] – 옮긴이 )를 행하고 옛 성인( 聖人 )을 본받았다면, 폐하께서 어떻게 천하를 차지하실 수 있었겠습니까?”
고조는 육생의 말이 못마땅했지만( 그러니까, 육가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졌지만 – 옮긴이 ), 부끄러워하는 낯빛을 띠고 육생에게 말했다.
“( 그렇다면 – 옮긴이 ), 짐을 위하여 진(秦)나라( ‘ 영정 ’ 의 진 제국 – 옮긴이 )가 어떻게 천하를 잃었고, 짐이 어떻게 천하를 얻었으며, 또 옛 나라들( 진 제국과 서한 왕조 이전에 세워진 나라들 – 옮긴이 )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글을 지어 올리시오.”
그래서 육생은 국가 존망( 存亡. 존속과 멸망 – 옮긴이 )의 징후에 대하여 대략 서술하여 모두 ( 글 – 옮긴이 ) 열세 편을 지었다.
그가 한 편 한 편 지어 올릴 때마다 고조는 훌륭하다고 칭찬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 유방의 – 옮긴이 ) 곁에 있던 사람도 모두 ( 유방의 말에 동의하여 – 옮긴이 ) 만세를 불렀다. 그 책( 육가가 쓴 글 열세 편을 하나로 묶어서 만든 책 – 옮긴이 )을 『 신어(新語) 』 라고 하였다.
( 아래 줄임[ ‘ 이하 생략 ’ ] )
- 단기 4356년 음력 1월 10일에, ‘ 오늘날, 우리에게는 육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고 생각하는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