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는 무엇인가?
2007년에 개봉된 영화 제목이기도 한 ‘버킷리스트(Bucket List)’. 그 영화에는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두 중년 배우가 출연한다. 두 사람은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 중 서로 의기투합하여 죽기 전에 이루고 가야 할 목록을 작성한 뒤 병원을 탈출, 그 일을 하나씩 이루어 나간다. 이처럼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의미한다.
그 유래는 이렇다. 버킷이란 양동이인데, 서양사람들이 자살하기 전에 목에 줄을 감은 후 양동이에 올라선 뒤에 양동이를 발로 차는 것을 kick the bucket이라 한다. 자기의 생명을 버리는 절체절명의 행위가 양동이 차기인 것이다. 왜 하필 양동이일까? 그것이 뭐든 무슨 차이가 있으랴.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일, 세상을 뜨기 전에 해야 할, 아니 하고 싶은 일을 기록해놓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그리되면 한시도 허투루 살 수 없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하면 자기의 잠재의식이 그쪽으로 움직여 어느샌가 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 영화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다.’
그렇다. 우리는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지니고 산다. 언젠가는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것을 꿈이니 희망이니 하는 말로 치장하고 세월이 흐른 뒤에 땅을 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 나는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사람이 얼마나 되랴. 후회는 절대로 앞서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차일피일 할 일을 미루다가 머리가 희어질 때쯤이면 아차! 하고 후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대요 젊음이 영원할 것처럼 느긋해하다가 후회라는 물러설 줄 모르는 악마와 맞딱뜨린다.
세계적인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고 한다.
‘설마설마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요행을 바라고 시간과 정력과 재물을 함부로 낭비하다가 어느새 늙어버려 하고싶은 일을 못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는 인간의 태만을 꼬집는 절묘한 자책이 아닌가.
나는 나의 비명에 무엇이라 기록하고 싶은가?
나는 과연 버킷리스트를 갖고 있는가.
시장에 갈 때도 구입할 물건 목록을 적어가지 않던가?
시험에 대비해서 우리는 공부할 내용의 도서목록을 만들지 않는가?
여행을 떠날 때도 가방에 챙길 짐의 목록을 만들고, 여행코스의 목록을 만들지 않던가? 심지어 가는 곳마다 특색이 있다는 식단목록을 짜지 않던가?
하물며 나이 40이 넘어서 자기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없다면 그것은 계획없는 삶이요, 미래에 대한 대단한 실례이자 무시이다.
버킷리스트는 실천 가능한 것을 우선해야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가까운 단기사업과 장기사업으로 나누어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 두 영역은 따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이 있다. 그 말은 천원짜리가 열장이면 만원권이 되고, 만원권이 5장이면 5만원권이 되는 이치나 같다. 그리고 일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일은 사후에 그 빛이 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살아서 영광을 누리려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