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산악회, 산과 별과 바람을 품다.
우리 공주고등학교 42회 졸업생은 모두 278명으로 이중 모교가 있는 공주와 논산, 부여, 천안 등지에 가장 많이 살고 있고 그다음으로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도 70여 명이 살고 있다.
수도권에 살면서 재경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이 많을 때는 30여 명에 달했으나 해가 갈수록 줄어 20명 남짓 밖에 안 된다.
그중 여섯 명과 그의 아내들, 논산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는 동산 윤흥식 부부들로 칠산가족을 이루고 있다.
산행을 함께하면서 우정이 더 두터워진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이다.
그동안 멤버의 변동이 없진 않았지만, 기본 흐름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 면면은 대산 고대림과 김명자 여사, 진산 구자선과 이병인 여사, 구산 김규대와 남상숙 여사, 소산 방상덕과 박종복 여사, 범산 윤종규와 임정희 여사, 동산 윤흥식과 조정연 여사, 덕산 임한철과 이복순 여사 등으로 일곱 쌍, 열네 명이다.
30여 년 세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 달에 한 번 산행을 해왔다.
한라에서 설악까지, 서해에서 동해까지 명산대천을 두루 다녔다.
젊은 시절에는 높은 산, 먼 곳의 산과 강, 바다를 찾아 나섰으나 해가 지나면서 가까운 거리, 나지막한 산이나 둘레길을 걷고 있다.
칠산은 또, 일 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2001년 태국과 싱가폴, 말레이시아를 패키지로 여행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 베트남, 미 서부와 서유럽을 다녀왔다.
중국은 장가계와 원가계, 황산, 상해와 항주 소주, 구채구, 북경과 만리장성을 관광했고 일본은 북해도와 돗토리를 여행했다.
베트남은 하노이와 하롱베이, 호치민시와 인근 바다의 리조트 등지에서
낮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관광하고 밤에는 한잔 술을 나누며 별을 헤아리고 멀리서 달려온 바닷바람을 가슴 가슴 마다에 품었다.
그랜드캐년과 라스베가스, 헐리우드 체험 등이 인상에 진하게 남아 있는 미 서부 여행, 고색창연한 문화가 아직도 그 빛을 발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영국을 짧은 일정에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본 서유럽 여행, 그중에서도 특히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 만난 스위스 융프라우 봉의 만년설 등은 여행한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어제 일 같이 생생하다.
어쩌다 보니 올해로 말로 일곱 친구 모두가 칠순의 나이를 넘게 되었다. 일찍이 중국 당나라 쩍 시인 두보가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 七十 古來稀)’라 하였거늘 우리들 모두가 그 나이에 이른 것이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늙은 나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요즘이다.
벌써 우리 칠산 중에도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을 잃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병을 얻어 수술을 하는 친구들의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인생을 기승전결(起承轉結)로 사분하여 구분한다고 하면 우리는 지금 맨 마지막 구간인 결(結)의 시기를 살고 있다 하겠다. 생 전체를 마무리해야 하는 코스에 접어든 것이다.
지난해 말 송년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개별적으로 칠순 잔치를 하는 대신에 함께했던 날들을 추억하고 정리하는 부분과 자전적 개별 인생사를 기록하는 부분으로 구성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로부터 일 년간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기록물과 사진을 찾아내어 정리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여러 면에서 미흡하지만, 진솔한 우정의 기록이자 소박한 개인사의 정리라는 데에 의미를 둔다면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고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모쪼록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우정의 깊이가 더해지고 화합과 결속이 더욱 굳어지게 되길 기대해 본다.
2019년 겨울 칠산산악회 일동
고대림 윤종규
구자선 윤흥식
김규대 임한철
방상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