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은 '삼국지 경영학'에서 삼국지의 패자라 할 수 있는 조조의 위대함은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조조는 아들들을 경쟁시킨 끝에 죽기 3년 전 이미 조비를 태자로 임명하고 준비를 시켰다. 울타리도 미리 마련하고 풍부한 인재 풀을 넘겨주었다. 위나라는 조조와 아들 조비, 손자 조예 3대에 걸쳐 출중한 CEO가 있었기에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
반면에 촉의 유비는 우유부단한 아들 유선과 뛰어난 전문경영인 제갈공명이 공동경영하도록 했지만 2대를 넘지를 못했고, 오의 손권은 승계 준비를 아예 하지 않다가 죽기 2년 전에야 겨우 8살인 손량을 태자로 세워 파국을 재촉했다. 삼국지의 교훈은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도요타자동차가 GM과 포드를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올라선 비결은 순조로운 승계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울산지역 중소기업들도 창업 1세대들의 고령화로 가업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창업 세대가 은퇴 연령에 이른 중소기업은 전체의 16.1%로 추산되며, 울산지역에만 줄잡아 100여곳의 크고 작은 중소제조업체가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거나 승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에는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인 '차세대기업클럽 NECUS(Next Entrepreneurs Club Ulsan)'이 결성되기도 했다. NECUS 클럽은 단순한 2세 경영인들의 친목모임이 아닌 성공적인 가업승계와 지속적인 기업성장을 위해 준비된 경영인들의 모임으로, 경영 후계자들 스스로가 다양한 정보교환과 자질향상을 통해 미래 기업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울산과 부산지역 중소기업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인 '부산울산가업승계기업협의회'가 창립돼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도모하는 한편 지역사회 봉사와 사회공헌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울산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인 삼창기업(주) 이두철 대표이사 회장의 아들인 이정훈 총괄사장의 경우 2세 경영체제 본격화 이후 제2의 도약을 이루고 있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정훈 사장은 취임 후 1년여 동안 삼창기업을 글로벌 마켓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초 UAE 두바이 왕자의 외교수석으로 임명돼 두바이 왕가와 합작기업인 MBM 홀딩스를 설립해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수백조원에 이르는 개발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파푸아뉴기니 정부의 지원개발사업,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각 지역으로 발을 넓혀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클린턴재단이 올해 처음 구성한 글로벌 차세대 리더 20인에 포함돼 삼창기업 뿐 아니라 울산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2세 경영인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인 곱지만은 않다. 사회 전체로 볼 때 평등의 문제, 사회적 공정성의 문제다. 야구시합을 하는데 2세 경영인들은 처음부터 2루에 나가 있는 격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같은 시각은 이정훈 사장이 최근 가진 한 인터뷰에서 "이정훈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절반"이라고 말한데서도 2세 경영인들의 편안하지 못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 2세 경영인을 전문 경영인이 아닌, 아버지의 그림자에 갇힌 아바타로만 보는 편향된 시각이 이들을 불편하게할 뿐 아니라 용기마저 꺽고 있는 것이다. 해외영업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새마을운동울주군지회장을 맡은 이 사장을 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와 인류에 공헌한 최고의 수출품인 새마을운동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게 이 사장의 포부다.
중소기업의 경우 창업자 2세의 가업 승계는 부의 대물림으로 볼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활성화와 지속적 성장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기업들이 창업세대에 이은 2세들이 성공적으로 기업을 성장시켜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미 울산지역 기업 중 상당수의 기업들이 2세 경영체제에 접어들었다. 아버지가 세운 기업에 뿌리를 내리게 하고 꽃을 피우게 할 수 있도록 지역의 2세 경영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이 울산경제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