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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主'에 묻힌 '新 朝鮮策略' 조 창 용 (칼럼니스트/중부일보 <조창용칼럼>집필) “‘자주’로 주변 강대국과 갈등만 고조” 『조선책략』은 6천자에 불과한 소책자다. 1880년 수신사로 일본에 갔던 김홍집과 청국 외교관들이 나눈 필담 내용과 못다 나눈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주로 조선의 외교 방책에 관한 것이다. 당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위협세력은 부동항을 찾아 남하정책을 추진하던 러시아였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패권을 다투던 청국으로서는 러시아가 주적(主敵)이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내놓은 것이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이다. 곧 조선의 생존전략으로 주변 열강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만들고, 부국강병을 도모하는 균세론(均勢論)과 자강론(自强論)을 제시한 것이다. 적어도 이 같은 생존전략은 조선사회가 을사늑약을 맺는 1905년까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국권보호막이었다. 그러나 이후 역사는 청나라와 러시아를 잇달아 연파한 일본에 의해 주도되고 조선을 지배하는 것으로 결말나고 말았다. 이 책자가 125년이 지난 지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같은 내용의 시의성(時宜性) 때문이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꿰뚫어 처방책을 내놓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한반도는 러시아 대신 북한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당시 중국․일본․미국 등과 같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도모해야할 처지다. 당시 조선은 실패하긴 했어도 균세론에 입각한 생존전략을 시도했지만, 현재 우리는 ‘조선책략’정도의 논의조차도 없다. 오히려 이들 국가와 갈등만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당시 러시아처럼 주적으로 등장한 북한이 한반도의 위협세력인가 여부다. 적어도 지금의 드러난 것만으로는 북한 정권수립 이래 가장 평화를 구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 이래 대북관계개선을 꾸준히 해온 결과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우방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국내외 요인으로 인해 ‘연작처당’과 다를 바 없는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국방안보 정책에서 ‘주적개념’ 폐기요구, 친북 정치세력의 대거 등장, 반미운동의 격화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개발 등이 그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우리는 ‘자주(自主)’라는 이름으로 대북관계개선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전통적 우방들과 등만 지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는 미군철수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 둘러싼 갈등, 배타적인 대미외교 등으로 악화일로에 있다. 일본과는 역사왜곡, 독도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정상회담마저 열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또한 ‘동북공정’으로 고구려․발해사 등 역사왜곡, 백두산의 중국령 귀속시도 등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이 처럼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의 우호적 분위기를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와중에 한쪽은 ‘자주’로, 또 한쪽은 ‘주체’라는 이름으로 ‘우리끼리’ 부여잡고 민족자존심만 외치고 있다. “以夷制夷로 위협.열강의 파고 넘을 때” 분명 ‘부국강병’이 기반이 된 ‘자주’는 매력도 있고 가치도 있다. 그러나 준비 안 된 지나친 ‘끼리’는 천박한 패거리로 전락하듯이, 지나친 민족주의는 빗장 건 국수주의로 전락함은 자명한 일이다. 과거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그 예다. 따라서 자력만으로 위협세력과 열강의 파고를 넘지 못할 바에는 열강의 힘을 이용하는 편이 차라리 났다. 바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모한 자존심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위한 상생의 전략 마련이다. 이는 곧 21세기에 다시 쓰는 『신 조선책략』이다. 거기에는 주적의 개념을 명확히 하면서도 화해와 포용으로 민족공동체를 향한 노력이 전제된 방책이다. (중부일보 2006년 9월 21일<조창용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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