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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일본의 좌파 이론가인 도우사키 코우야이 씨가 자기 단체의 기관지 신년호에 발표한 것을 연구소에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이미 어떤 재정․금융 조치도 효력이 없다. 이에, 미 제국주의 자신이 블록 형성, 세계경제 파괴와 전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대공황을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전화하는: 역자'는 시대가 도래했다. -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 노동연구소 편집자 주)
더블-딥으로 향하고 있는 세계대공황,
쟁투전(爭鬪戰) 격화로 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 실업 및 전쟁의 급진전과 혁명적 정세의 성숙
- 도우사키 코우야이(島崎光晴)
들어가며
세계대공황은 2010년 중반을 고비로 다시 격화, 심화되고 있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에 모든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일제히 실시된 공황대책의 ‘캠퍼주사’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그런 공황대책 즉 은행/기업 구제조치들로 인해 오히려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 나라들은 새로운 대규모 재정투입을 할 수 없게 되고 있다. 그리스 위기, 남유럽 위기, 유로 위기 등의 위기에 노출된 유럽 나라들은 재정을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긴축재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경제는 이미 더블-딥으로 추락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경제 또한 불가피하게 더블-딥으로 추락해 가고 있다. 제국주의가 드디어 수명을 다한 것이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1929년 대공황을 넘어서는, 두 번 다시 회복하는 일이 없는, ‘이후(以後)가 없는’ 대공황이 본격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공황은 실업을 크게 증대시킴과 더불어 전쟁 위기를 격화시킨다. 이 두 측면에서 대공황은 혁명적 정세를 급격히 무르익게 하고 있다. 이미 신자유주의 공세 하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게 되고 있던 노동자계급은 대공황 ‧ 대 실업으로 인해 생활이 점차 궁핍해지고 있으며, 그 위에 재정위기의 희생 전가를 강요받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더라도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외에는 길이 보이지 않게 되어, 유럽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필두로 세계적으로 노동자계급이 속속 궐기하고 있다.
또한 제국주의 간, 강대국 간의 쟁투전은 통상전쟁, 환율전쟁, 세력권 형성 연합전쟁, 자원 쟁탈전쟁 등 모든 면에서 상호절멸적인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블록화를 야기하고 있다. 11월 말의 한국 ‧ 북조선의 포격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공황은 심화되어 드디어 전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치닫는 과정에서는 혁명적 정세는 그야말로 한 순간에 고양된다. 지금이야말로 “대공황을 프롤레타리아 세계혁명으로”라는 슬로건을 높이 들고 떨쳐 일어설 때다.
“프롤레타리아 세계혁명을 실현하는 역사적 조건은 이미 압도적으로 성숙하고 있다. 지금의 세계대공황의 폭발은 노동자계급이 총 봉기하여 최종말기 위기에 몸부림치는 자본주의 ․ 제국주의를 최종적으로 타도할 때가 완전히 도래했음을 말해준다.”
이하 제1장에서는 대공황의 경위와 현상을 개괄적으로 살펴본 다음, 이 대공황의 역사적 성격 ․ 구조적 특질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겠다. 이번 공황은 최종말기를 맞이한 제국주의가 대공황에 돌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1929년 공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산(破産)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제2장에서는 일본-형(型) 디플레이션에 빠지기 시작한 미국경제를, 제3장에서는 유럽 경제위기의 심각성과 중국 버블 붕괴의 임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제4장에서는 제국주의 간, 강대국 간의 쟁투전 현상을 1930년대의 경우를 돌이켜보면서 파악해 보겠다. 제5장에서는 일본경제가 이미 더블-딥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살펴본 후에 일본 제국주의=일제가 국내외적으로 재정파탄과 아시아 세력권화에서의 패배라는 역사적인 막다른 골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겠다.
제1장 대공황을 프롤레타리아 세계혁명으로
제1절 공황대책의 효과가 사라지고 더블-딥으로
(1) 지금의 세계대공황은 2007년 여름의 <BNP 파리바> 사태(8월 9일, 프랑스의 BNP 파리바 은행이 펀드 자산의 평가가 불가능하다며 3개의 투자펀드 운용을 중단한 사건)로부터 금융부문에서 시작된 후,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계기로 한 실물경제의 급전직하를 거쳐, 이 사태에 대해 모든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일제히 재정과 금융을 투입한 덕분에 2009년 봄 이래 약간 소강상태로 들어가 있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는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대규모 재정, 금융 투입이 행해진 것은 미국의 뉴딜정책 정도였고, 그것도 루즈벨트가 1933년에 대통령이 된 이후부터로서 시기적으로 매우 늦었다. 반면에 이번의 공황대책은 여러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일제히, 그리고 조기에 발동되었다.
(2) 공황대책은 세계를 통틀어 800건이다. 숫자가 많았을 뿐 아니라 규모도 대단히 컸다. 미 제국주의(이하 미제(米帝))의 공황 대책은 총액 4조 6,600억 달러(1달러=80엔으로 환산하여 373조 엔 남짓)로, 707개 미국 금융기관에 3,860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었다. 유럽연합은 총액 3조 7,193억 유로(424조 엔), 그 위에 그리스 위기의 대책으로 7,500억 유로(85.5조 엔), 합계 509.5조 엔에 이른다. 이것은 일본의 2009년도 명목GDP 476조 엔을 웃도는 거액이다.
(3) 이러한 공황대책에 의해 미국 주택거품의 붕괴를 중도에 억지로 막았다. 주택가격의 하락에 의해 미국의 주택시장은 2007-2009년에 합계 17.5조 달러(1,400조 엔)의 자산가치를 잃었다. 일본의 거품 붕괴에 의한 주가 · 지가 폭락에서의 손실은 1,500조 엔이라고 하는바, 그와 거의 같은 액수의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그 뒤 주택가격 회복으로 손실을 다소 만회했지만, 회복된 액수는 5조 달러에 불과하다.
주택가격은 공황대책에 의해 2009년 4월에 바닥을 치고 10월에는 회복했지만 그 뒤로는 거의 보합세가 되었다.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가격을 보면, 정점인 2006년 중반으로부터 2009년 4월까지의 하락률은 32.6%에 그친다. 그러나 주택가격은 2000년부터 정점인 2006년까지 거의 2배로 부풀고 있으며, 그렇게 부풀려진 부분이 바로 거품이다. 이 거품 부분의 의 일부만 꺼트려지고 그 전부가 꺼트려지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거품 붕괴가 그러했듯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취한다 해도 거품은 반드시 그 전부가 붕괴한다. 일시적으로 거품의 완전 붕괴를 막아 잔류 거품을 그대로 놓아 둔 상태로 경제가 계속 굴러가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 보아서 주택가격의 재 하락은 불가피하다.
● 새로운 대규모 재정 투입은 가능하지 않다
(4) 이미 2010년 중반에 공황대책의 정책 효과가 소진되기 시작했다. 리만 사태 뒤의 재정 투입은 세계적으로 약 5조 달러를 웃돌아서, 세계 GDP성장률을 4% 끌어올렸다는 계산도 있다. 그러나 그 정책 효과는 현시점에 이르러 거의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재차 대규모 재정지출에 착수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재정위기가 더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주요 국가의 국채 발행액은 900조 엔으로, 미국 GDP의 77%에 상당하는 방대한 액수다. 그러므로 더 이상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증발이 곤란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제(米帝)는 재정위기의 가속, 국내 노동자․인민의 반발, 그리고 달러 폭락의 위기 등으로 꼼짝 할 수 없게 되어서 제2차의 대규모 재정정책 추진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무한정 돈을 푸는 공황대책 따위는 예상대로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그 위에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 위기, 남유럽 위기, 유로 위기를 거쳐 일제히 긴축 재정으로 전환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에 나서고 있다.
결국 “재정․금융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은 완전히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오히려 거꾸로다. 이미 쓸 만한 수단은 모두 다 써버렸고, 더 이상 대공황의 진행을 막을 방도는 이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자본주의는 끝났다”고 새삼스럽게 선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미제의 1937년 공황, 이른바 ‘루즈벨트 불황’과 비슷하다. 뉴딜정책에 의해 1936년 하반기에는 “대공황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점차 태동하기 시작했다”(1938년 5월의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 그러나 1937년 여름 이후 미국의 광공업 생산은 “거의 수직으로 낙하했다”(위의 보고서). “지속적으로 번영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더 큰 사기 침체로 연결되었다”(위의 보고서). 1937년 공황의 직접적인 원인은 약간의 재정긴축과 금융긴축에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과잉자본 상태가 해소되지 않았던 데 있었다. 그 루즈벨트 공황 이상의 사태가 지금 세계적 규모에서, 더욱 격렬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5) 대공황이 다시 격화되어, 더블-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재정․금융 정책이라는 ‘캠퍼 주사’ 약효가 떨어지면 역사적인 과잉자본 상태라는 맨 살갗이 다시 드러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2010년의 일본, 미국, 유럽의 수요와 공급의 격차 합계치는 1조 달러(80조 엔)에 달하는 수요 부족으로서,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유로권이 31조 엔, 일본이 25조 엔, 미국이 24조 엔씩 수요가 공급에 비해 부족하다.
과잉자본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디플레 색조가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물가 동향은 여름에 일본, 아일랜드에서 1%가 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스페인도 제로 근처까지 낮아졌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도 1% 이하 수준까지 내려왔다. OECD 가맹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식품, 에너지 제외)은 2010년 5월에 연율 1.2%로서, 데이터가 최대한 거슬러 올라가는 1971년 이후로 최저를 기록했다. 한편, 신흥국에서는 국외로부터의 자금 유입으로 인플레가 대두하고 있다.
(6) 대공황이 다시 격화되면 대규모 실업 사태가 더 엄혹해지고 전쟁 위기도 촉진되어 간다.
G20 나라 및 지역의 2010년 상반기의 실업자 수는 7천만 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3,750만 명은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발생하고 있다(국제노동기구 ILO 조사). 특히 젊은 층의 실업률은 19%에 달했다.
한편 세계의 부유층(거주용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이 100만 달러가 넘는 사람)은 2009년 말에 전년 대비 17%가 증가하여 1천 만 명으로 늘었다. 일본에서도 21% 증가하여 165만 명에 이르고 있다. 2010년 여름 현재 일본, 미국, 유럽 등 제국주의 권 나라들의 기업의 사내 보유자금 합계잔고는 사상최대치인 470조 엔을 넘는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자의 대실업과 착취 강화에 의해 폭리를 탐하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대공황은 이와 아울러 제국주의 간, 강대국 간의 쟁투전을 격화시키고, 이 쟁투전을 점차 전쟁으로 전화시켜 가고 있다.
이러한 대실업과 전쟁에 맞서, 유럽에서는 총파업이 빈발하고 있다. 1930년대와 같은 세계적인 혁명적 정세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 하에서 노동운동에서 체제내적인 지도부와의 투쟁이 점차 사활을 다투는 일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시스트와의 격돌이 계급투쟁의 전면에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대공황 하에서 진행되는 전쟁이냐, 아니면 혁명이냐 하는 것을 둘러싼 격돌은 1930년대의 계급투쟁이 그러했듯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공포를 느껴서 등장하는 온갖 반혁명세력, 파시스트세력과의 격돌이다.” 이들 모두를 쳐부수고 프롤레타리아 세계혁명으로 돌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2절 대공황의 역사적 성격과 구조적 특질
자본가계급이 어떤 공황대책을 강구한다 해도 세계대공황으로부터 탈출할 수는 없다. 지금의 대공황의 역사적인 성격, 구조적인 특질을 보면 이는 명백해 진다.
(1) 우선 지금의 대공황의 밑바탕에는 1974-75년 공황 이래 30년 이상에 걸쳐 누적되어온 과잉자본 · 과잉생산력[수요의 부족으로 생산에 이용되지 못하는 과잉설비: 역자]이 있다. 제국주의 경제는 1974-75년 공황으로 한때 끝장이 나고 있었다. 80년대 이후 수차례 거듭된 거품경제화는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는 과잉자본, 과잉생산력 상태 하에서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거품이 붕괴하면 ‘건전한 경제상태’로 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 불가능한 과잉자본 · 과잉생산력이라는 맨살갗이 한 순간에 드러나는 것으로 귀결된다.
결국, 제국주의 경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정부, 기업, 가계의 채무를 계속 팽창시키면서 간신히 연명해온 데 지나지 않는다. 21세기만을 보아도 제국주의 경제사는 채무 적체의 역사였다. 주요 10개국의 명목 GDP는 2000년의 22.5조 달러에서 2008년의 33.8조 달러로, 8년 만에 11.3조 달러나 늘어났다. 그 반면에 채무 총액은 2000년의 70.8조 달러에서 2008년의 111.5조 달러로 팽창했다. 채무가 40.7조 달러나 늘어났는데, 그 증가 규모는 10개국의 2008년 GDP의 1.2배에 달한다. 늘어난 40.7조 달러의 내역을 보면 금융부문 10.7조 달러, 개인부문 10.8조 달러, 기업부문 9.0조 달러, 공적 부문 10.2조 달러로 모든 부문에서 채무가 팽창했다. 이러한 상태가 수십 년씩이나 계속되어 온 것이 비정상인 것이다.
(2) 이러한 막다른 골목을 자본가계급은 신자유주의로 극복하려 해 왔다.
자본의 이익을 “자유”로이 탐하면서, 노동자에게 실업, 저임금, 빈곤을 강요하고, 고용, 의료, 교육 등의 사회적 기반을 모조리 파괴해 왔다. 그와 동시에, 신자유주의에 의한 경제적 규제의 철폐, 특히 금융규제의 완화 ․ 철폐는 1929년 대공황 후에 도입된 공황 방지책들을 해체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 결과는 1980년대 이래로 거품 형성 및 그 붕괴가 거듭되는 것이었고, 마침내 지금의 대공황에 다다랐다. “지금의 세계대공황은 그 같은 신자유주의의 전면 파산의 결과이고, 과거 1세기에 걸쳐 누적되어 온 모순 전체의 폭발이다. 자본주의가 연명할 새로운 길은 이제 더 이상 없다.”
● 블록 형성, 세계경제 파괴를 향해 나아가는 미제(米帝)
(3) 더욱이 지금의 대공황은 최후의 기축 제국주의인 미제가 결정적으로 몰락하고, 세계경제 편성(전 지구적으로 통합된 세계자본주의 체제: 역자)이 해체되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다. ‘공황 일반’이 아니라 ‘세계대공황’이 현실화한 것은 과잉자본이 역사적으로 방대하게 축적되었음과 함께 세계경제 편성이 크게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중대한 것은 바야흐로 미제가 앞장서서 통상전쟁, 통화전쟁을 일으키고 블록을 형성하여 세계경제 편성의 파괴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1월에 미제는 추가로 양적완화 정책을 취했지만, 그 당시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달러에 있어서 가장 양호한 기초조건은 미국경제가 힘차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미제가 “세계경제가 어떻게 되든 미국경제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자세를 내보인 것으로서 획기적인 일이다.
1930년대에도 그러했다. 1933년의 런던 세계경제회의를 결렬시킨 것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한 달러 평가절하 선언이었다. “루즈벨트는 ‘건전한 국내 경제조직’의 재건이 우선 필요하다면서 ‘일시적인 외환 안정책’을 거부했고, 그에 대해 영국, 프랑스 등이 ‘무정부 상태의 선언’이라고 비난함으로써 완전한 결렬로 끝났다”(필자의『현대제국주의론』61쪽). 이 회의가 결렬됨으로써 세계경제 블록화를 막는 제동장치가 실종되어 버렸던 것이다. 미제는 지금 또 다시 블록(block)화를 야기하는 파멸적인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4) 또 하나, 현대제국주의의 국가 재정이 역사적인 막다른 골목과 파산으로 빠져들고 있다. 1974-75년 공황 이래로 현대 제국주의가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적자를 누증시키면서 경기자극책을 계속 취해온 데 크게 힘입었다. 1920년대 이전은 금본위제였기 때문에 이러한 적자 재정은 전시(戰時) 하에서만 통용되는 특수한 경우였고, 균형재정이 기본이었다. 제2차 대전 후에도 1970년대 중반 이전에는 여전히 균형재정이 유지되어 왔다. 적자재정이 항상(恒常)적으로 된 것은 1970년대 후반 이후의 일이다. 그 이래로 실로 35년 가까이 국가의 차입금을 계속 팽창시켜 왔다. 그러나 대공황에 들어서면서 일제(日帝)에 이어 미국과 유럽도 단숨에 일제와 같은 재정파탄에 빠져버렸다. 이로써 재정에 의지하여 연명하는 길이 이미 끊어져버린 것이다.
제2장 일본-형 디플레이션에 빠진 미국경제
제1절 주택가격의 재 하락에서 더블-딥으로
(1) 미국경제는 2010년 가을부터 더블-딥을 향해 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9월의 광공업 생산은 드디어 2009년 6월 이래 1년 3개월 만에 마이너스가 되었다. 불과 1년 남짓의 소강상태에 불과했던 것이다.
더블-딥을 향하기 시작한 요인은 다음의 몇 가지가 있다.
➀ 2009년 2월에 성립한 경기대책법(총액 8,620억 달러 규모)의 효과가 2010년 후반에는 거의 소멸했다. 더욱이 결정적인 것은 2010년 4월에 정부에 의한 주택 감세(첫 구입자에게 약 75만 엔의 감세)가 종료한 뒤인 5월부터 경제지표가 계속 악화되기 시작했다.
➁ 원래 그 동안의 일정한 회복은 일단 한계점까지 감소한 재고를 다시 증가시켜 온 데 따른 것이다. 성장률에 대한 재고 증가의 기여도는 2010년 1~3월 기간에 70%를 초과했지만, 이제 그러한 재고 효과가 끝나고 있다.
➂ 더욱이 구조적으로 보자면, 가계가 과잉채무에 압박을 받아 소득을 차입금 반제(返濟)와 예금 및 저금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 가계의 차입금은 2007년에는 GDP와 거의 같은 수준까지 늘어났다. 가계 채무가 GDP와 같은 수준이 된 것은 1929년 이래 처음이다. 그 이후로 줄어들고는 있지만 2010년 4~6월 기간에도 13.45조 달러로서 정점으로부터 불과 3.4%의 감소일 뿐이고, 여전히 GDP의 92%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주택 대부 잔액이 주택의 현재가치를 웃도는 상태에 있는 주택 보유자(주택에서의 채무 초과자)가 미국 전체 주택 보유자의 21%에 달했다.(4~6월 기간).
➃ 당연히 개인 소비는 약한 상태이고, 기업도 새로운 투자에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다.
(2)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대한 것은 주택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택가격의 재 하락이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 동안 미국 주택시장은 정부 및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금 공급으로 겨우 유지돼 왔다. 2009년에 신규로 실행된 주택 대부의 9할을 2개의 주택공사(페니메이, 프레디맥: 역자)가 인수했지만, 그 자금은 정부와 FRB로부터 2개 주택공사로 공급된 후 그렇게 공급된 자금이 주택 대부를 지탱하는 구조였다. FRB에 의한 2개 주택공사로부터의 주택증권 매입 즉 자금 공급은 2009년만으로도 1조 2,5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므로 정부에 의한 주택 감세가 종료하자마자 5월의 주택 판매건수는 전월(前月) 대비 32.75%나 대폭 감소하고 연율(年率)로 30만 호로 크게 떨어졌다. 마이너스의 폭과 판매 수준 둘 다 사상최저였다. 그 이후로 7월까지 최저수준을 달마다 갱신했다. 주택 착공은 9월 시점에서도 2006년 정점의 4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7월, 신축 및 중고 주택의 1채당 재고기간은 11.7개월로 사상최고였다. 주택이 시장에 나와서부터 1년 가까이 판매되지 않고 파리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택 감세의 종료와 재고 증가 등에 의해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가격은 7, 8월 연이어 하락했다. 그 뒤로는 일진일퇴. “주택가격이 재 하락한다면 더블-딥으로 간다.”는 것이 정설이다. 앞으로 주택가격이 한층 더 하락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 7개월 연속 1%를 밑돈 물가상승률
(3) 더욱이 미국경제는 ‘일본 형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지금 ‘일본화’(Japanification 또는 Japanization)라는 말이 무성하다.
뉴욕 맨허튼에는 ‘1달러 피자점’이 늘어나고 있다. 접시에 얹혀 있는 것은 치즈와 토마토 소스뿐이다. 한편, 고급 레스토랑은 속속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의료품(衣料品)에서도 3할 할인은 예사고, “어떤 대형 여성전문 기성복 체인의 타임즈 스퀘어 본점에서는 정가 약 120달러의 속옷을 사면 다음번에 50달러 이상 구입할 때 25달러 할인해주는 쿠폰 2매가 덤으로 뒤따라 왔다”는 사례가 있다. 다른 한편, 대형 백화점은 몹시 안 좋은 상태에 있다. 외식산업, 의류품 및 소매 업계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다. 일본과 꼭 같다.
통계수치를 보더라도,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코아core 소비자물가지수.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소비자 물자의 지수: 역자)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연속하여 1%를 하회해 왔는바, 이는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7년 이래 초유의 일이다. 소비자 물가도 계속 마이너스 또는 제로 근처에 머물러 있다. “코아 소비자물가지수가 1%를 하회하면 디플레이션에 빠진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7월에는 M1(현금과 예금통화)이 약 3% 감소하고, 통화 공급량 자체도 마이너스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디플레는 기업의 설비투자나 가계의 소비를 동결시키고, 자산 가치를 계속 떨어뜨리며, 기업과 가계의 채무를 실질적으로 증대시켜, 결국은 생산의 수축을 초래한다. 더구나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일단 디플레에 빠지면 그것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인플레 국면이 많았지만, 그것은 자본주의 역사를 통틀어서 보자면 독특한 과정에 불과하다. 자본주의를 통틀어서 보자면 오히려 보편적으로는 대공황은 디플레를 동반하고, 디플레가 대공황을 촉진한다고 봐야 한다. 1929년 대공황 때에는 미국의 도매물가가 1929~32년 사이에 32%나 폭락했던 것이다.
(4) 일본의 디플레가 그러하듯이 미국경제 디플레화의 최대 원인은 과잉자본 · 과잉생산력 상태이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9월 성명에서는 “자원의 잉여가 상당하여 비용 상승 압력을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여기서의 ‘자원 잉여’는 기업설비, 노동력, 자금 등을 가리킨다. 지금 2010년의 설비가동률(추계)은 74.1%로서 1972-2009년 평균인 80.6%를 대폭 하회한다. 더욱이 주택가격의 하락(이른바 자산디플레의 원인), 은행의 대출 기피 등도 디플레이션 화를 조장하고 있다.
한편 기업 수익을 보면, 주요 500개 사의 최종 이익은 2009년 10~12월 기간부터 이익이 늘어나서, 2010년 1~3월에는 2008년 9월 위기 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과잉자본 상태로부터 빠져나온 것은 아니다. 수익의 회복은 ➀ GM, 크라이슬러에 5조 엔 규모의 정부 구제 ➁ FRB에 의한 제로금리 정책 ➂ 사상 최대의 인건비 삭감 등에 힘입은 것이다. 미국 영리법인의 인건비 부담액은 2008년 7~9월로부터 불과 1년 사이에 2,450억 달러(19.6조 엔)나 감소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빅3는 회사 측이 내는 연금, 의료비 부담의 경감에 의해 ‘노무비’를 재미 일본자동차 기업 정도로 떨어뜨렸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GM은 11월에는 주식의 재상장을 실시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의 엄청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5) 또한 미국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대 은행들의 경우에도 주택거품 붕괴로 발생한 불량자산, 불량채권의 처리가 끝나지 않고 있다. 은행부문의 손실을 증권부문의 이익으로 매우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진한 상업용 부동산에 융자를 많이 해놓은 지방은행의 피폐가 심각한 상태로서, 2010년 지방은행의 경영 파탄은 전년을 웃돌아 11월 초에 143건에 달했다.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은행은 6월 말 현재 829개이고, 3월 말부터 54개 은행이 더 늘어났다. 그 위에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융자가 1.4조 달러(112조 엔)로서, 은행융자가 더욱 불량채권화 되어 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주택가격이 재차 하락하면 미국 은행의 위기가 다시 분출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세계대공황의 더블-딥으로의 전락(轉落)은 십중팔구 금융공황의 재폭발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제2절 금융정책의 한계 노정과 재정 파탄
(1) 이와 같이 미국경제가 과잉자본 상태를 밑바탕으로 하여 디플레화 하고 있는 가운데, 미제는 극한적인 금융완화 정책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정책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있다.
FRB는 2008년 가을 이래 국채, 두 주택공사(프레디메이와 패니맥)가 발행한 사채(정부기관채권) 및 주택대부 담보증권을 매입해 왔다. 이에 의하여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함과 동시에, 가격이 폭락한 사채(社債)와 주택대부 담보증권의 손실을 대신 떠맡아 왔다. 매입 규모는 주택대부 담보증권이 1조 1,200억 달러, 미국 국채 7,800억 달러, 정부기관채 1,600억 달러의 엄청난 거액이다.
이 매입은 2010년 3월까지 일단 종료되었다. 그러나 경기가 다시 둔화하고 디플레의 조짐이 깊어진 2010년 8월, FRB는 다시 미국 국채 구매를 결정했다. 나아가 11월에는 디플레 저지를 위해 다음해 6월까지 6천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구입하는 등의 추가 완화책을 취했다. 이 액수는 년간 미 국채 발행액과 거의 같다. 사실상 재정적자 전부를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매우는 것으로, ‘FRB의 미 국채 전액 인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까지 초(超)완화 정책을 편다고 해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에서 이미 실증을 끝냈다. FRB가 시장에 대량의 자금을 공급해도 은행은 돈을 융자로 돌리지 않고 안전한 FRB에 예치하고 있다. FRB에 쌓인 시중은행 준비금은 약 1조 달러로, 위기 전 금액의 100배로 팽창했다.
거꾸로 이러한 금융 초(超)완화가 디플레를 촉진할 가능성이 경기를 회복시킬 가능성보다 오히려 더 크다. 7월에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프래드 총재가 “일본 형 디플레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사실상의 제로-금리를 장기간 지속한다는 확약이 거꾸로 디플레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장래에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도 오른다.”는 기대가 지속되지 않으면 기업투자도 개인소비도 침체 상태를 계속하게 되고, 디플레가 심각화 ·장기화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2) 미제의 재정도 드디어 일제와 같은 파탄으로 돌입하고 있어 공황대책이 취해지지 않을 정도로서, 재정적자의 중압이 경제위기를 촉진하고 있다.
오바마 정권은 “2009년에 실시한 경기대책의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2010년 중반까지 민간수요를 회복시킨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완전히 파산했다. 게다가 그 이상의 재정 투입은 국내에서 노동자․인민의 반발을 초래할 뿐 아니라, 달러 불신을 증폭시켜 달러 폭락을 초래할지 모른다. 그 때문에 오바마 정권은 제2차의 대규모 재정투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내 계급관계와 달러 폭락의 위기를 앞에 두고 있어서 미제는 1930년대의 뉴딜정책을 반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미제의 역사적 몰락이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 9월에 추가로 경기 자극책을 발표했지만 공황대책의 총액은 3,500억 달러(28조 엔)이고, 그 가운데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되는 ‘순수’ 경기대책 부분은 1,800억 달러(14.4조 엔)에 불과하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대패했기 때문에 그것조차 의회에서 승인될지 어떨지 모른다.
그 위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이 늪에 빠져들고 전비(戰費)가 팽창함에 따라 재정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파병을 거부하는 병사가 늘고 있기 때문에 미제는 값비싼 무인 공격기의 개발과 조달, 민간 경비회사로의 외주화, 퇴역병 대상의 장학제도 향상 등으로 대응해 왔다. 그것이 점점 전비(戰費)를 팽창시켜 매월 150억 달러(1.2조 엔)나 지출하고 있다. 1991년의 걸프 만 전쟁 당시 전쟁기간을 통틀어 일제가 미제에 제공한 전비 총액이 135억 달러였는데, 미제는 지금 겨우 한 달 동안에 그것을 상회하는 액수가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적자는 2009년도, 2010년도 2년 연속하여 1조 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2011년에도 개선될 전망은 전혀 없다. 2010년의 연방정부 채무 잔액은 GDP의 62%로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 2008년 말의 40%에서 겨우 2년 사이에 20% 이상 상승하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정부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일제에 이어, 미제도 재정파탄국이 된 것이다.
제3절 미중 대립은 달러 폭락을 현실화 시킨다
(1) 대공황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노동자계급에게는 대규모 실업이 덮쳐들고 있다. 실업률은 2009년 5월에 9%를 넘어선 이래로 2010년 10월까지 실로 1년 반 동안 9%가 넘는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8월은 4개월 만에 실업률이 다시 상승하여 실업자는 1,486만 명으로 되었다.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17.1%(10월 현재)로 이야기되고 있다.
대공황 상태였던 2008-2009년의 고용자 감소는 840만 명을 넘는다. 실업자 전체에서 장기실업자(실업기간 27주 이상)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5월 현재 46%에 달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로서, 요컨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대저 미국 제조업부문(건설 등 포함)의 노동자 수는 1970년대 후반에 2,500만 명이었던 데서 늘어나지 않고 있다. 늘기는커녕 거꾸로 지금은 1,800만 명으로 줄어들어 있다. 장기불황과 고용감소는 1974~75년 공황에서 시작되어 지금껏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빈곤층 인구는 2009년에 4,356만 9천 명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빈곤층의 비율 즉 빈곤율은 14.3%로 높아졌다. 미국 국민의 7명 중에 1명이 빈곤층이라는 계산이 된다. 여기서의 ‘빈곤층’이란 4인 가족의 경우에, 연간 가계소득이 2만 1,954달러(약 175만 엔) 이하의 가구로 정의된다. 또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사람이 5,067만 명으로서, 미국 국민 전체의 16.7%에 달하고 있다. 미제에야말로 “노동자는 프롤레타리아 혁명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 혁명의 필요성과 현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ILWU(국제항만창고노조), UTLA(로스앤젤레스 통일교조),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투쟁은 그 혁명투쟁의 최선두에 서 있다.
(2) 미제는 이렇듯 국내적으로는 노동자를 한층 더 착취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수출과 해외생산 및 현지판매에서 유일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제국주의 간, 강대국 간의 쟁투전과 세계시장의 재분할을 맨 앞에서 촉발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제이고, 그 최대 정책이 오바마 정권의 수출 배가(倍加) 전략이다.
수출배가 전략은 미국 자본가계급의 명운을 건 문제로 되고 있다. 2010년 7월에는 대기업의 경영자들로 구성된 ‘대통령직속 수출자문위원회’의 성원이 공표되었다. 포드, 다우케미컬(화학), 화이저(제약), UPS(운수), 유나이티드 항공, 매트라이프(생명보험), 월트 디즈니 등의 최고경영자가 참가하고 있다. 이런 일은 미국 자본주의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대기업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해외 수출의 비율이 47.9%(2008년)에 달하고 있어서, 미국 자본은 이제는 이미 해외시장을 불가결한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 수출배가 전략에 따라 미제는 통상전쟁, 통화전쟁을 개시하고 있다(후술). 1~6월의 미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단, 2009년 5월을 바닥으로 하여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수입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몫이 19%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수출 증대의 충동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그 위에 9월에는 군수품 관련 기술의 수출에 관련하여 규제를 받아온 1만 2천 품목 가운데 32%에 대해 규제를 해제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 달러 약세를 추구하는 통화(환율)전쟁은 달러 신인도를 붕괴시킨다
(3) 그러나, 미제의 세계시장 재분할이라는 그런 몸부림도 달러 폭락의 위기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특히 2010년을 거치면서 종래에는 없었던 달러 폭락 요인들이 새로 생겨난 것이 중차대하다. 이것은 ‘역사적인 새로운 사태’다.
하나는,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해온 나라는 중국이지만, 이제 미국과 중국이 서로 군사적인 긴장을 격화시키고 있어서 중국이 미 국채 투매(投賣)에 나설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축(통화) 제국주의 나라인 미제가 잔존 스탈린주의 나라인 중국에 국가채무의 뒤치다꺼리를 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모습이 계속될 수는 없다. 미제는 몰락 추세를 역전시키려고 중국 무너뜨리기로 나아가기 시작하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달러를 결정적으로 몰락시킨다고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미 2010년 4월에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역자) 4개국은 달러 이외의 통화에 의한 무역결제를 검토하는 것에 합의했다. 중국은 그 직후인 5, 6월 두 달 연속하여 미 국채 보유잔액을 줄임으로써 정점인 2009년 7월에 비해 10.2%, 1천억 달러를 감소시켰다.
또 하나는 미제가 통화(환율)전쟁의 방도로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것은 달러의 기축(基軸)성을 스스로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제는 기축성을 유지해 가면서 적절하게 달러 약세를 추구하려는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한 조절 역량은 지금 미국경제에는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할 경우 결국은 달러화 폭락 위기를 촉진하게 된다. 이미 IMF에 뒤이어 UN이 6월 말의 보고서에서 달러의 불안정을 지적하고 달러 기축체제를 재검토하는 편이 좋다고 보고했다. 가을에 있었던 G20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일련의 정상회의에서도 미제의 자의적인 금융정책에 대해 요란한 비난이 일어났으며, 달러 신인도의 실추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는 일관되게 세계대공황과 달러 폭락은 상호 촉진적으로 일체가 되어 진행되어 간다고 지적해 왔다. 마침내 그러한 과정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2011. 1. (* 이하 3, 4, 5장은 다음 주에 이어서.)
제3장 유럽 경제위기의 격화와 중국 거품 붕괴의 임박
제1절 재정위기의 희생 전가에 맞선 총파업
(1) 2010년 3월부터 5월에 걸쳐 분출한 그리스 재정위기는 남유럽 전체의 재정위기와 신용불안, 유로화 위기, 나아가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까지 급진전되었다.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국채 상환을 위한 자금융통의 전망이 서지 않아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그리스와 남유럽에 거액의 융자를 해왔기 때문에 이들 남유럽 나라들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경우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고 유럽 금융시스템이 와해될 상황이 되었다. 영국과 스페인 등의 은행들은 원래부터 부동산 거품 붕괴로 타격을 받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남유럽 위기가 추가된 것이다.
그 때문에 남유럽 위기로 인해 유럽은 물론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일어났다. 주식도 세계적으로 폭락했다. 그 위에 이러한 재정파탄, 금융시스템 불안, 신용수축은 유로화에 대한 불신, 불안으로까지 이어졌다.
(2) 이러한 위기에 대하여 유럽연합은 5월에 그 동안의 미국, 일본의 공황대책 액수를 상회하는 7,500억 유로(약 89조 엔)를 융자하는 대책을 세워 이에 대응했다. 그 위에 7월 말에는 유럽 역내 20개국의 91개 은행에 대해 자산을 사정(査定)하여 그 결과를 공표함으로써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3) 그렇게 함으로써 위기 악화는 일단 막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와 금융위기는 장기화, 격화되어 가고 있다. 11월에는 아일랜드 등에서 국채 불신이 재차 불거지고 다시금 구제금융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재정 긴축으로 말미암아 실물경제가 더 한층 악화한다. 그렇게 되면 세수(稅收)가 줄어들어 재정 재건 대책이 펑크가 나고 국채에 대한 불안이 재연된다. 사태는 이런 구도를 가지고 악순환을 그린다.
(4) 그리스와 스페인은 유로화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독일이 유로화에서 이탈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독․불 간 대립의 재 폭발이 동반된다. 11월에는 영국과 프랑스 양국이 조약을 체결하여 핵무기의 공동연구와 정보 공유, 전투기들이 상대 국가의 항공모함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지향한 항공모함의 개수(改修) 및 설계변경, 두 나라 공동의 파병부대의 창설 등을 결정했다. 영·불과 독일 사이에 분열, 대립의 요소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5)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여 남유럽만이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까지도 긴축재정으로 총 전환하고 있고, 증세, 민영화, 공무원 삭감 등으로 오로지 노동자·민중에게 희생을 전가(轉嫁)시키기 시작했다.
재정파탄의 희생 전가는 전례 없이 무시무시한 정도다. 이를테면 그리스 정부는 재정수지를 GDP 대비 10% 이상 개선하는 계획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것을 일본의 경우에 견주어 말하면 소비세율을 25%로 인상하거나 국채이자 지불 비용과 사회보장비 이외의 세출을 모두 제로로 해도 모자랄 정도다. 그 만큼 파괴적인 긴축재정을 하지 않으면 체제가 유지될 수 없는 상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종말’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6) 노동자계급은 그동안 신자유주의 공격을 받아 생활을 해 나갈 수 없게 되어 있던 데다가, 2008년 이래 대공황에 의해 대 실업에 내몰려 있으며, 그 위에 최근에는 재정파탄의 희생 전가까지 가해져서 점점 더 궁핍해지고 있다. 말하자면 삼중(三重)의 의미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외에는 출구가 없게 되고 있다. 유럽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러하다.
그리스, 스페인을 필두로 유럽에서는 거듭해서 총파업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의하여 재정재건 대책을 좌절시키면 체제적 위기는 심화하고 혁명적 정세는 한층 더 진척된다. 그리스는 이미 그러한 수준의 총파업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대공황을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의 조건을 단숨에 확대하고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제2절 저임금 구조를 타파하는 중국 노동자들의 궐기
(1) 중국경제는 여전히 해외수요가 둔화되면 실물경제가 감속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0년 6월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한 1,374억 달러로서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전의 수준을 웃돌았다. 그러나 앞으로 대공황이 재차 격화되어 미국과 유럽 경제가 급강하하게 되면 해외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지 않을 수 없다.
(2) 거품 붕괴도 임박하고 있다. 2008년 가을에 경기대책으로 쏟아 부은 4조 위안(약 52조 엔) 가운데 최대 6할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되돌아갔다는 추계가 있다. 이처럼 대규모 경기대책에 의해 거품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2003-2008년 사이에 2배가 되었던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과거 12개월 동안에 평균 3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뉴스위크>지 2010. 7. 7일자)고 한다. “연해(沿海) 지역의 신축 맨션의 3~5할은 거주자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중국 정부는 4월 이후 주택가격 억제책을 취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대책은 못 된다.
(3) 중국은 자동차 판매에서 미국시장을 뛰어넘어 세계 제일이 되었지만, 이것도 상당 부분 거품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지금의 자동차 공장 건설 계획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30개 회사의 생산능력은 2015년 말에 이르러 2009년 말의 2배가 넘는 3,124만 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시장 규모는 2,200만 대에 그치고, 과잉부분이 자그마치 4할이나 된다. 이미 2010년 6월의 자동차 판매 재고 대수가 120만 대를 넘어 “위험 권(圈)에 들어갔다”고 이야기 되고 있다.
(4) 2010년에 연해(沿海)지역에서 내륙까지 전국적으로 노동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은 1978년에 ‘개혁개방’ 정책이 취해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종래에는 국지적인 데 그쳤다. 연해 지역의 대규모 국유기업과 외자(外資)계 기업의 관리자와 경영자는 스탈린주의 관료로서 폭리를 탐하고 있는 반면, 농촌 출신의 이주 노동자는 월 6,000엔이라는 저임금으로 착취되어 왔다. 이 같은 상태에 대한 중국 노동자들의 쌓이고 쌓인 분노가 마침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또한 1980년대 이래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의해 형성된 세계적인 저임금 구조를 타파하는 역사적인 궐기이기도 하다.
(5) ‘유니크로’ 사를 비롯한 섬유 관련 일본 기업들은 임금인상 쟁의가 잇따르는 중국에서 방글라데시로 생산거점을 옮기려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최저임금은 월 2,000엔으로 중국의 3분의 1,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절반 정도다.
그러나 그 방글라데시에서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데모가 빈발하고 있어서, 지난 6월에는 이 데모가 수도 다카에서 5만 명의 폭동으로 발전하였다. 자본이 저임금을 찾아 이동했다고 해도 그렇게 이동한 장소에서 곧바로 반격을 받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로 제국주의를 타도하는 전망이 점차 열려가고 있다. 2010년의 일본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브라질 전국투쟁연맹(CONLUTAS: 브라질의 변혁적 노동조합 전국 센터/역자)의 연대는 그러한 전망을 현실화하고 있다.
제4장 쟁투전의 격화와 전쟁으로의 전화
이상과 같이 대공황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국주의 나라들 간의 쟁투전,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강대국들 간의 쟁투전이 날로 격렬해져서 마침내 실제의 군사적인 전쟁으로 전화되고 있다. 더구나 종래의 쟁투전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져서 상호 절멸(絶滅)적으로 되고 있다. 또한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미제가 앞장서서 세계시장 재분할에 나서고 있다. 그리하여 드디어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이끄는 블록화가 시작되고 있다.
(1) 무역전쟁(trade war)에서는 미제의 역사적인 선수(先手)치기가 있다. 미 상원은 2010년 9월에 위안화 시세가 인위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어서 중국이 사실상 수출품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메기는 법안을 가결했다. 1930년대의 관세 전쟁은 미제가 1930년에 ‘스무트-홀리(Smoot-Hawley)관세법’으로 관세를 4할 인상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미국의 이러한 관세인상 조치는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연쇄적으로 보복적인 관세인상 조치를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세계경제의 블록화로 이어졌다. 지금의 보복관세 정책은 “스무트-홀리법의 재현”(‘뉴스위크’지 10월 13일자)에 다름 아니다.
미제는 2010년 가을 이래 “경상수지의 흑자 또는 적자 폭을 GDP대비 4% 이내로 억제한다.”는 수치 목표를 내걸고 이를 다른 나라들에게 강요하기 시작했다. 일본, 독일, 중국 등 국제수지 흑자국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미제 자신의 저 달러 정책을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정당화하기 위해서였다.
무역전쟁은 일본과 미국 간의 격돌이지만 동시에 미국과 유럽 간의 대격돌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 대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와 유럽 대기업의 경쟁력 신장(伸長)이 현저(顯著)했다. 이로 인해 2000년 이래 세계의 총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7%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미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17%에서 11%로 저하했다. 또 그 동안 세계의 글로벌 기업 상위 100개 사에 포함되는 유럽 기업의 수는 61개 사로 증가했지만, 미국 기업은 26개 사에서 19개 사로 감소했다. 이는 유럽 기업들이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유럽 기업의 역외(域外)에서의 매출액은 매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인구와 땅이 큰 네 나라/역자) 나라들에서는 미국, 일본 기업에 대해 우위에 서 있다. 실로 세계시장에서 미국, 일본, 유럽이 격돌하고 있는 것이다.
(2) 환율전쟁 • 통화전쟁(money war), 통화 평가절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경쟁은 원래는 달러 약세화, 유로 약세화 움직임으로 시작했지만 미제도 유로 권 국가들도 이후 이 같은 통화 약세화를 용인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자기 나라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없을 경우에도 만약 자국 통화의 외환시세를 낮게 유도할 수 있다면 그 상품의 가격 면에서 국제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무역전쟁보다 통화전쟁 쪽이 쟁투전으로서 더욱 격렬하다.
환율전쟁에서의 우열은 제국주의로서는 체제의 존망에 직결되는 문제다. 일제는 엔고(円高)로 인해 ‘치명적’이라고 할 정도로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다. 한편 이를테면 독일은 유로 약세로 수출이 늘었고, 2010년 4~6월 기간의 실질성장률은 전기 대비 2.2% 증가하여(연률로 환산하면 9% 가량 된다/역자) 1990년의 동서독 통일 이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문자 그대로 상호절멸적인 쟁투전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통화전쟁도 점차 격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미제는 온힘을 실어 위안화 절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미제의 대중국 무역적자액이 한 달에 280억 달러(2010년 8월)를 웃돌아서, 미국 무역적자 전체의 약 4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방대한 대중국 적자를 방치한 채로는 어떠한 수출 배가 계획도 헛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그 위에 미제는 일찍이 소련을 경제적으로 압박하여 해체시켰던 것처럼 위안화 평가절상을 밀어붙여 중국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 협정(Trans Pacific Partnership Pact: TPP. 이하에서 간략히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으로 부르겠다.)’은 미제의 블록화 정책이다
(3) 세력권 쟁탈은 아시아를 무대로 하여 가장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측면에서도 미제가 블록 형성을 향해 선수를 치고 나가고 있는데, 이것은 중대한 문제다. 미제는 2009년 이래 일제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박살내기 위해서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을 기축으로 하는 블록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단했다.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은 아시아와 남미에서의 종래의 경제제휴 현상(現狀)을 타파한 연후에 친미 국가를 중심으로 세력권을 새롭게 형성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동남아국가연합(ASEAN: 줄여서 아세안)’ 나라들도 이 협정에 참가하는 나라와 참가하지 않는 나라로 갈라지게 된다. 이처럼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은 아시아와 남미 시장의 완전한 재분할이고 세력권 재편성이다. 미제는 그런 식으로 아시아와 남미를 두루 망라하는 블록형성 정책으로 나서고 있다. 그 저의는 아시아에서 일제와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미제의 독점적 지배를 재확립하는 데 있다.
미제는 그러한 관점에서 ‘동남아국가연합’과의 제휴에도 나서고 있으며, 2009년 가을에는 미국⦁아세안 정상회의를 신설했다. 그 위에 종래의 ‘아세안+6’이라는 틀이었던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2011년부터 정식으로 참가한다. 이렇게 되면서 이 회의 성원은 미제와 함께 러시아도 추가되어 ‘아세안+8’이 된다. 이런 식으로 미제는 아시아에서의 일제와 중국의 영향력을 점차 저하시키려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0월에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기계 제조업체는 제품의 평균 73%를 수출하고 있는데, 2009년에는 최대의 수출대상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기계 수출뿐만이 아니라 수출 전체에서도 중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최대 수출대상국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아시아를 무대로 일본, 미국, 유럽 제국주의 3파의 사활을 건 쟁투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4) 그 위에 자원 쟁탈전도 점점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일제가 자원 확보라는 측면에서 ‘제국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는 2004년에 미제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의 아자데간 유전에 75%에 상당하는 지분을 취득했다. 그러나 결국은 미제의 간섭으로 2010년 9월에 어쩔 수 없이 그 지분을 포기하고 아자데간 유전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이를 놓고 외무성 간부가 ‘독자외교 노선을 포기했다’고 파산을 자인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전기자동차나 액정(液晶) 등 하이테크 제품의 ‘조미료’로까지 불리는 희토류(希土類 rare earth)에서도 일제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센카쿠(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측이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중단했다. 일제는 이에 대해 타국으로부터 희토류를 조달받으면 그럭저럭 대처할 수 있는 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희토류가 확보되지 못하면 일본의 2대 기간산업인 자동차와 전기가 붕괴돼 버린다. ‘신-성장전략(新-成長戰略)’이 단숨에 다 날아가 버릴 정도의 위기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신-성장전략’에는 자원 문제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다. 일본 자본가들의 현실인식은 고작 이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 전쟁에 이르는 과정에서 혁명적 정세로
(5) 이러한 제국주의 간, 강대국 간의 쟁투전의 격화는 이미 실제의 군사적 전쟁으로 전화(轉化)되고 있다.
미제는 달러 폭락의 임박과 기축(基軸) 제국주의 국가로부터의 추락이라는 위기를 명백히 의식하고서, 세계 질서의 폭력적·군사적인 재편으로 패권을 유지하려 기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미제는 대국화하고 있는 잔존 스탈린주의 국가인 중국에 대해 경제적으로는 침략을 강화하면서, 군사적·외교적으로는 견제하여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대중국 압박의 관점에서 인도와의 관계 강화까지 단행하면서 중국 포위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미제는 이 중국 붕괴를 북조선 침략과 한 묶음으로 이루어내려고 하고 있다. 북조선 스탈린주의 체제에서는 지금 후계체제로의 이행이라는 체제적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북조선의 체제 붕괴야말로 미제가 북조선 침략전쟁을 도발하는 시나리오들 가운데 가장 현실성 있다고 여기고 있는 첫 번째 시나리오인 것이다.
11월 말의 한국과 북조선의 포격전은 이런 맥락 속에서 일어났다. 이로써 한반도와 중국을 둘러싼 전쟁의 현실성이 단숨에 표면에 드러났던 것이다.
(6) 그러나 “전쟁 돌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바로 그것이 전쟁이 임박한 정세를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승리로 전화시켜 내는 결정적인 기회로 된다.” “전쟁을 향한 돌진과 그것이 낳는 거대한 전사회적인 위기는 그 위기와 동시에 부르주아 권력 타도의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 세계적으로 혁명적 정세가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을 통해 전쟁을 막지 못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게 되었던 데는 세계혁명에 대한 스탈린주의의 배신이라고 하는 계급 주체 측면의 문제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스탈린주의가 거의 붕괴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그 같은 계급주체 측면의 문제가 사라진 만큼, 제국주의 나라들이 세계전쟁에 돌입하기 이전에 대공황을 프롤레타리아 세계혁명으로 전화시킬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전화시켜야 한다.
제5장 국내외에서 동시에 파탄을 맞은 일본경제
제1절 수출 둔화와 ‘캠퍼 주사’ 중단으로 생산 저하
(1) 일본경제는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에 급격한 생산 저하를 맞았다. 광공업 생산지수(2005년=100으로 했을 때)는 정점이었던 2008년 2월의 110.1에서 2009년 2월에는 71.4로 저하했다. 실로 38.7이나 되는 지수 수치 하락이었으며, 생산의 35%가 사라졌다. 또한 2009년의 주요 소매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감소하였는데, 1967년도에 소매품 매출액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이 금액이 전년도에 비해 마이너스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일본경제는 전체 제국주의 나라들 중에서도 가장 급격하게 실물경제 하강을 맞고 있다.
(2) 그러한 공황상태를 지속하면서도 경기(景氣)는 2009년 3월을 바닥으로 일정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것은 대중국 및 대아시아 수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또 하나는 국내의 공황대책의 효과이다. 특히 자동차, 가전(家電), 주택에서의 ‘에코(Eco) 대책’(자동차, 가전, 주택에서의 ‘친환경 대책’으로서 ‘친환경’ 자동차, 가전제품, 주택을 구입할 경우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여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고 동시에 탄소배출량 절감을 노리는 대책/역자)이라 불리는 정부의 예산 투입 즉 정부보조금 지급은 감세 부분을 제외하고도 1조 500억 엔에 달했다. 이것들에 의해 광공업 생산은 2010년 4월에는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전인 2008년 8월 수준으로까지 되돌아갔다.
(3) 그러나 2010년 봄 이후 실물경제는 더블-딥을 향하여 다시 하강하기 시작했다. 광공업 생산은 2010년 6월에 마이너스로 바뀌었고, 10월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같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는 <리만 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의 5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이래 두 번째이다. 이 통계로 볼 때 광공업 생산이 플러스를 보인 것은 2009년 4월에서 2010년 5월까지 겨우 1년 남짓한 기간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생산 저하의 최대 요인은 봄 이후로 수출이 둔화된 것이다. 2010년 7~9월 기간의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2.6% 하락했고, <리만 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 1~3월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이 금융긴축으로 경기 둔화를 격고 있고, 미국 경기도 정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엔고의 영향도 있다.
또한 공황대책에 다른 정책효과에 있어서도 친환경-자동차(에코 카: Eco Car) 보조금은 9월로 기한이 끝났고, 가전과 주택의 에코-포인트(Eco Point) 제도(에어컨, 냉장고, 텔레비전 등 3대 가전 품목에서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경우 구입금액의 5%에 해당하는 3천 엔에서 3만6천 엔에 상당하는 포인트를 지급해서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 역자)는 12월 말로 끝난다. 그러한 정책들에 의해 수요를 앞당겨 사용한 결과, 앞으로는 그 반동(反動)으로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필연적이다. “자동차와 담배의 막바지 수요(보조금 지급 기간이 지나기 전에 물건을 사재기하려는/역자)는 7~9월 기간의 실질소비를 0.6% 밀어올린 요인이 되었지만, 10~12월 기간에는 거꾸로 그 막바지 수요의 반작용으로 인한 이들 제품의 수요 감소가 실질소비를 1.0%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하는 추계도 있다. 자본가 패당은 무리(無理)를 저지른 값을 어김없이 되돌려 받고 있는 것이다.
(4) 겨우 1년 남짓 만에 생산이 다시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일본경제의 밑바탕에 통상적인 경제정책으로는 도저히 없앨 수 없는 과잉자본 상태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上場)기업의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년간의 연결매출액(자회사의 매출액까지 포함하고 모회사-자회사간 내부 거래는 뺀 액수/역자)은 정점인 2007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1년간의 그것에 비해 19%나 줄어든 반면, 설비 등의 유형(有形)고정자산은 2%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방대한 과잉설비를 그대로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2009년의 기업 설비투자액은 전년 대비 16.7% 감소하여 사상 최대의 하락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제조업이 가장 크게 하락해서, 30.8%나 감소했다. 2010년 4월의 설비 가동률은 72%로서, 실로 설비의 거의 3할 정도가 유휴(遊休)-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5) 일본은행은 2010년 10월초, 4년 만에 제로금리 정책을 재개했다. 제로금리는 이번이 세 번째다. <리만 사태> 직후에조차도 제로금리 재개를 피했던 것인데. 이렇게 다시 제로금리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제로금리의 재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응과 금리 인하에 의한 엔고(円高) 억제, 엔저(円低) 유지가 그 목표였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장기 국채의 보유 잔액을 화폐발행 잔액 이내로 억제하는 ‘일본은행권 규칙’을 설정, 운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그 빗장마저 풀고 일본은행이 제한 없이 국채를 매입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일본은행의 국채 전액 인수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해도 정책효과가 거의 없다. 미제와 마찬가지로 일제도 금융정책의 효력이 상실됨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며 몸부림치고 있다.
제2절 대(大) 실업과 합리화로 자본가는 고(高) 이익 향유
(1) 일제는 결국 노동자에게 희생을 전가하는 방법 이외에는 연명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일본의 실업(失業) 상황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완전 실업률은 5%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2010년 8월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1,032만 명으로, <리만 사태> 전보다 127만 명이 감소했다. 겨우 2년 사이에 11%나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2010년 4월 이후로 기업들은 가을 이후의 수요 침체, 생산 저하를 내다보고 취업자를 매월 10만 명 안팎씩 삭감하고 있다. 종래에는 생산이 하락하기 시작하여 고용조정이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생산 둔화에 앞서 고용감축이 이루어지고 있는바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 위에 장기 실업자가 격증하고 있다. 2010년 4~6월의 경우, 완전실업자 349만 명(월 평균) 가운데 실업 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이 118만 명으로, 7개 분기 연속 그 수가 증가했다.
그 위에 비정규 고용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0년 4~6월 기간에는 정규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81만 명 감소한 3,339만 명, 비정규 고용은 같은 기간에 58만 명이 증가한 1,743만 명으로서. 비정규 고용 비율이 자그마치 34.3%에 달했다. 2009년의 파견 노동자 수는 전년 대비 24.3% 감소한 302만 명으로서, 5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이는 <리만 사태> 후의 ‘파견 끝내기’에 의한 것인데, 그런 파견노동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 고용의 총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임금 저하도 사상 최대이다.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2009년에 받은 연간급여는 평균해서 약 406만 엔으로 전년 대비 23.7만 엔(5.5%) 감소했다. 1949년 조사 개시 이래 감소액, 감소율 모두 사상 최대였다. 연 수입 200만 엔 이하의 노동자는 1,100만 명으로서 전체 노동자의 24.5%를 웃돌며 300만 엔 이하의 노동자는 1,900만 명으로서, 전체의 42%에 달한다. 형편이 이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도저히 생활해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생활보호 수급세대는 137만 세대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더구나 생활보호 대상자보다 수입이 더 적음에도 급부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한다.
(2) 일본의 상장기업은 2009년 4월~2010년 3월까지의 1년간에 사상 최대치인 65조 엔의 비용삭감을 강행했다. 그 알갱이는 ‘고정비용 삭감액 20조 엔’인데, 고정비용의 주된 항목은 다름 아니라 정규직 사원의 인건비이다. 인건비 삭감의 실체는 바로 정규직 사원의 감원과 임금 삭감, 그리고 합리화다. 그것들을 사상 최대 규모로 해치우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의 손익 분기점 매출액(손실을 보지 않고 이익을 보는 데 필요한 최소 매출액/역자)은 2009년에 12.8%나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률은 사실상 전후 최대이다. 매출액이 13% 가까이 줄어도 이익이 나올 정도로 합리화가 대대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의 자본가는 엔고(円高) 대응으로서 합리화를 한층 더 진척시키려 하고 있다. 9월 말에 대기업 사장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엔고에 대처하는 방책으로서 “중국 등 신흥국에서의 현지생산 확대”라는 항목에 대한 응답이 32.2%였던 것에 비해 “국내에서의 비용 삭감”이 44.1%로 가장 많았다(복수 회답). 자본의 이러한 합리화 공세를 볼 때, 도로치바(動勞千葉) 노조(치바현 동력차 노동조합)의 반(反)합리화 운전보안(運轉保安) 투쟁에서 배우고 자본에 의한 대대적 합리화 공세에 상시적으로 맞섬으로써, 노동자계급의 반격을 조직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3) 자본가계급은 그밖에도 법인세 감세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결산으로 2010년 7월 말까지 세무신고를 한 전국의 법인 중에 흑자로 신고한 법인의 비율은 겨우 25.5%(전년 대비 3.6포인트 저하)에 불과했다. 이는 통계 집계가 가능한 연도인 1967년 이래 최저였으며, 적자로 신고한 법인이 전체의 4분의 3이었다. 현행 세법상으로는 적자 기업의 경우, 7년 동안은 이익이 나더라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고 과거의 적자를 매우는 데 쓴다. 이른바 “결손금 이월” 제도다. 실제로 일단 적자를 기록했던 6대 은행 그룹은 지금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법인의 법정 세율은 40%이지만 실제 세율은 33% 안팎이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법인세의 결손금 이월에 추가하여 연구개발 감세, 해외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에 대한 세금 공제(외국세액 공제),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에 대한 세금 공제(수취배당 이익금 불산입(不算入)) 등감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은 이런 자본가계급과 정말로 화해불가능하다. 노동자는 해방되지 않고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 그리고 노동자의 해방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완전 타도=프롤레타리아 세계혁명의 완수와 계급사회의 폐지, 참으로 인간적인 공동사회 건설” 에 달려 있다.
3절 ‘신(新)-성장전략’의 흉포성과 파탄
더블-딥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제는 ‘신-성장전략’에 매진하여 나라 안으로는 민영화와 노조파괴 공격을 강화하고, 나라 밖으로는 아시아 침략을 에스컬레이트 시키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기를 타개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든 국외적으로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일제는 자신이 ‘제국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임을 더욱 속속들이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일제의 신-성장전략이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국가재정의 파탄과 아시아 세력권화에서의 패배라는 안팎 양면에서의 실패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재정의 대파산(大破産)으로 일본 국채 폭락이 필연적이다
(1) 우선 재정파탄에 관하여 살펴보자. 일제는 1970년대 말부터 계속해서 재정-재건을 내걸었고, 특히 고이즈미(小泉) 정권 하에서는 ‘강력한(骨太) 방침’이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재건 연도까지 목표로 내놓았다. 그러나 재정-재건 전망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대공황이 덮쳤고, 이로써 재정재건 대책은 완전히 파산했다. 그 후 지금에 와서는 일제의 입에서 재정과 관련하여 ‘재건’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국가 전략의 기축 중의 기축인 재정이 문자 그대로 파산한 것이다. 이 한 가지 점만으로도 자본가들은 지배계급의 지위에서부터 끌어내려져야 마땅하다.
2010년 9월 말 일본의 국가 부채는 908.8조 엔으로 팽창했다. 2010년도 예산에서는 세수 37조 엔에 대하여 44조 엔의 국채 발행을 예정하고 있다. 더구나 세출 92조 엔 중에 21조 엔이 국채[원리금 상환]비용이다. 즉 44조 엔의 신규 차입금 가운데 절반인 21조 엔이 차입금 반제(返濟)비용인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미래 따위가 있을 리 없다.
(2) 앞으로 일본 국채의 신인도 저하와 폭락이 현실화되어 갈 것이다. 일본 국채는 우편저금은행 등 국내 투자가에 대한 의존도가 95%로서 대단히 높다. 2010년 3월 말의 국채 잔액은 684.3조 엔, 그 중에 국내 투자가 보유분은 652.8조 엔으로서, 우편저금은행과 간이생명보험에서 약 230조 엔을 보유하고 있다. 우편저금은행이 조성한 자금 가운데 국채 운용에 투입된 자금의 비율은 80%에 달한다.
이러한 국채 보유 구도는 얼핏 보면 국채 보유를 안정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단 흐름이 역회전하면 이런 구도는 장점에서 커다란 약점으로 바뀐다. 우편저금은 언제든지 빼낼 수 있기 때문에 국채 불신이 일어나면 거액의 저금이 인출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국내 투자가가 국채의 대부분을 조달하고 있어서 위기에 빠져도 다른 나라들이 도우러 오지 않고 국제적으로 고립된다. 그리스 재정위기를 전체 유로 권에서 구제하는 것과 같은 관계가 일제의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대규모 은행들은 어디든 국채 보유를 늘리고 있고(7개 그룹에서 5년 전보다 5할 증가), 영업수익 가운데 저점 더 많은 부분을 국채 매각과 상환에서 생기는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이것은 국채 거품이다. 붕괴가 두렵다”는 소리가 은행의 국채 담당자들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 국채가 폭락하면 일본의 대형 금융기관도, 금융 시스템도 모두 함께 무너진다.
(3) 이와 같이 절망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재정파탄 상태 속에서 일제는 2012년의 ‘인사원(人事院) 권고제도’(공무원 급여와 관련 보수결정 요인에 5% 이상 변동이 발생할 경우 국립인사원이 국회와 내각에 보고하고 적정한 조치를 권고해야 하는 의무/역자) 폐지와 공무원제도 개혁으로 공무원의 임금 인하와 해고를 자유화하고, 공무원 360만 명에 대한 해고․ 비정규화를 꾀하고 있다. 국철 분할․ 민영화와 같은 형태의 해고 공세와 노조파괴 공세를 전사회적으로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철 1,047명 해고 철회 투쟁(1987년 국철 민영화와 수십 만 명의 대규모 해고에 저항하여 끝까지 해고반대투쟁을 해 온 1,047명의 역사적인 투쟁/역자)을 선봉투쟁으로 하여 체제내적인 노동운동 지도부를 축출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면 계급적 노동운동이 일본 노동운동 주류로 도약하는 것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2012년 결전을 이러한 호기로 삼아야 한다.
● 아시아 세력권화에서의 일제의 패배는 만회될 수 없다
(4) 일제는 대외적으로는 아시아 침략을 향해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제의 해외 이권은 사활적일 정도로 커지고 있다. 2008년도의 일본 기업(890개 사)의 해외현지법인의 매출액(일본으로부터의 수출은 포함하지 않음)은 기업 전체 매출액의 36.2%였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52.5%로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4할 가량을 차지하였다. 일본 대기업들의 이익의 4할이 아시아 권역의 자회사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상반기에는 무역흑자가 4조 엔이 넘은 데 대해, 투자에 의한 벌이를 나타내는 소득수지 흑자는 5.9조 엔 가량으로서 계속해서 후자가 전자를 상회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을 보자면, 2010년 상반기의 승용차 8개 사의 해외생산이 633만 대인 데 비해 국내생산은 464만 대이다. 국내생산 가운데 수출이 218.7만 대이므로 해외생산과 수출을 합치면 일본 자동차 생산의 77.6%가 해외시장을 향한 것이다.
(5) 특히 근년에는 중국 생산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대기업 4,000개 사가 전 세계에 설립한 현지법인 약 2만 개 사 가운데 그 23.3%인 5,097개 사가 중국에 설립돼 있다. 이로써 중국은 바야흐로 일본 기업의 세계 최대의 진출처가 되었다. 일본의 대중국 수출의 40.0%, 대중국 수입의 26.7%는 일본 기업의 기업내 (본사와 자회사 간) 거래가 차지한다(2007년). 일본에서 중국 자회사로 자본재와 부품을 수출하고 완제품을 역수입하여, 일본 본사의 상표로 판매하는 관계인 것이다.
중국에서의 자동차 생산의 증가는 놀랍다. 닛산(日産)은 2012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생산능력을 120만 대로, 도요타는 92만 대로, 혼다는 83만 대로 늘였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면 자동차 판매도 붕괴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이 때 방대한 과잉생산능력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그 위에 제조업만이 아니라 이른바 서비스관련 업종에서도 중국 이관(移管)이 진행되고 있다. NEC(일본전기주식회사)는 그룹 전체의 7할에 상당하는 10만 명분의 인사관련 업무를 중국에 있는 자회사에 외주화 하여 이관한다. 이에 대해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가 싼 중국에 옮기는 것으로서, 해당 업무의 비용을 반감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국외 자회사로의 이관이라는 형태의 외주화이다.
(6) 그래서 지금 일제는 ‘신-성장전략’에 따라 원자력발전, 인공위성, 상하수도 사업, 철도 등의 인프라(사회 기반 시설) 수출에서 활로를 구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자본가들은 그동안 “관(官)에서 민(民)에로” “민영화” 등을 표방하며 노동자를 심하게 공격해 놓고서, 이 인프라 수출에서는 “관민 일체”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9월에는 센고쿠 관방장관을 의장으로 한 “인프라 해외 수출 관계 각료 회합”을 수상 관저에 설치하기까지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10월 말에는 베트남 원자력발전 제2기 공사에 일본이 수주한다는 전망이 들려왔다. 그러나 일제가 앞으로도 계속 해외 인프라 사업을 순조롭게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인프라 수주경쟁이 바야흐로 군사기술 공여와 전쟁에의 가세 등과 일체화하여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베트남의 원자력 발전을 수주했는데, 잠수함 매각과 맞바꾸기 한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또, 한국이 2009년 말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 발전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군 특전사령부의 파병이 한 묶음으로 제공된 덕분이라는 것이 11월 되어 발각되었다. 일본의 자본가 패당이 “무기수출 3원칙의 폐기”를 내거는 것은 인프라 수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제는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 지금 시점에서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다.
(7) 일제가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아시아의 세력권화에서의 패배는 되돌릴 수가 없다. 일제는 2010년 가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에 참가 의사를 표명했다.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은 본래 일본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항하는 미제 주도의 세력권 형성 구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래의 일제의 아시아 세력권화는 여러 번에 걸쳐 파산해 왔으므로 이러한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최근에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좌절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유럽연합과 FTA를 체결해 버렸다.
일제는 2011년 가을까지 TPP 참가를 성사시키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그 TPP로부터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통상대표부(USTR)는 이미 “일본이 TPP에 참가하는 데는 가맹국 모두와 2자간 개별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TPP로부터 배제되면 일제는 미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의 양쪽 모두에서 축출된다. 미제의 블록형성 정책에 일제가 패배하는 사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일제의 재생산구조가 와해되고 제국주의로서의 토대가 붕괴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대공황과 블록화 정세 하에서는 이러한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노동자계급으로서는 이 사태를, 일제를 타도하기 쉽게 된다는 의미에서, 크게 환영해야 할 것이다.
● 국철 투쟁의 지평을 발전시켜 승리하자
(8) 이러한 아시아 세력권화에서의 패배를 되돌리기 위해서 일제는 방위대강(防衛大綱)을 개정하고 개헌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센카쿠열도 사태를 둘러싸고 군사침략 행동을 호소하며 배외주의와 국가주의를 부추기고, 오끼나와와 헤노코(辺野古)의 신(新) 기지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 위에 개헌이라는 국가적인 일대 폭력으로 계급관계를 일변시켜 공무원제도 개혁과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상당한다/역자) 세율 인상을 강행하고, 이로써 재정위기를 돌파하려 기도하고 있다.
(9) 그러나 일본의 노동자계급이 싸워서 쟁취해 온 지평은 실로 거대한 것으로서 우리는 기필코 승리할 수 있다.
일제는 원래 1980년대에 국철 분할․ 민영화에 의해 국철 노동운동을 파괴하고 그것을 돌파구로 하여 개헌으로까지 나아간다는 경로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개헌․ 전쟁국가화 노선은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성취되지 않고 있다. 그 가장 깊은 근저에는 도로치바(動勞千葉) 노조의 궐기를 토대로 하여 국철 1,047명이 굴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해온 역사가 가로놓여 있다. 바로 그것이 개헌․ 전쟁국가화를 저지하고, 나아가 일제의 아시아 세력권화를 결국 좌절시키며, 그럼으로써 소비세 증세에 의한 재정재건 대책까지도 파산시켜 온 것이다. 국철 투쟁의 지평은 이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지금 제2 인터내셔널의 붕괴에 필적하는 4.9 반혁명(작년 4월 9일, 도로치바 노조를 제외한 개량적 노조들이 정치권과 협의하여 국철 해고노동자 1,047명의 원상회복 문제를 약간의 돈을 받고 끝내기로 한 일/역자)에 대하여 ‘국철 전국운동’이라는 형태로 새로운 도전이 힘차게 시작되고 있다. 이 ‘국철 전국운동’에서 지금 승리의 전망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길로 철저하게 나아가면 우리는 반드시 일본혁명과 세계혁명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사회주의자로서 확신을 가지고 2011년 결전을 끝까지 싸워나가자.
(끝)
첫댓글 뒷부분 3.4.5장 번역글 추가했으니 열공합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