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의 사랑
취직도 안 되고 거기다 빚까지 지게 된 나는 달랑 가방 하나만 메고
서울로 왔다.
달리 갈 곳이 없었던 나는 무작정 중학교 친구가 자취하는 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친구 역시 대학 친구 5명과 단칸방에서 북적거리며 살고 있던
터라 나의 등장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그는 나를 반갑게
받아주었다.
며칠 뒤부터 나는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광고를 돌렸다.
빚진 돈을 갚기에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추운 겨울, 감기에 걸려 가면서까지 고생스럽게 뛰었던
아르바이트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눈앞이 캄캄해지는
절망을 느꼈다.
왜 살려고 발버둥치는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갑자기 맥이 풀리면서 나는 3일 동안 심하게 앓았고 내내 잠만 잤다.
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사흘만에 기운을 차린 나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동안 아파서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배가 몹시 고팠다.
간신히 일어나 부엌으로 갔는데, 국수와 밥이 나란히 놓인 상이 차려져 있고
쪽지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많이 힘들지? 아파도 힘들어도 열심히 살려는 네 모습 참 보기 좋았어.
이번 일은 나도 마음이 아파.
그러나 이 정도로 쓰러진다면 천하의 네가 아니잖아? 힘내라.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맛있는 거 만들어 주고 싶은데 먹을 것도 없고,
돈도 없어서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들었어.
이 성공할 놈아, 크게 될 놈아,
너의 영원한 백그라운드 주님이 계시다는것 믿지...
나도 기도해줄께! 먹고 힘내!'
친구는 나를 위해 집에 남아 있던 마지막 쌀과 반찬으로 상을 차린 것이었다.
그날 나는 눈물을 흘리며 친구의 사랑으로 꽉 찬 밥 먹으며 다짐했다.
'그래, 주님이 계시지...
한쪽문을 닫으면 다른 문을 여시는 주님이 계시지!'
친구가 내게 보여준 그 사랑으로 인해 난 내안에 계신 주님을
다시 만나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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