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통신 (44)
글/ 이국화(본명 이화국)
밥 한 술 떠 넣는데
뭐가 걸린다
돌인가 하고 보니
이빨이다
거울을 보니
앞니 빠진 할매 거기 있다
어이 없어 웃음 지어본다
불편은 뒤로 하고
이 모양새로 누굴 만날까
그것이 먼저 걱정
분 바르고 옷 차려 입고
명품 핸드백 들어야
미팅에 나가던 일
겉만 꾸미던 지난 날
나는 얼마나 가증한
위선자였던가
누가 병문안을 오면
만날까 안 만날까
외람된 걱정하고 앉은
86세 앞니 빠진 할매
영혼 불멸 영혼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돋보기 끼면
잘 보이는 성한 두 눈
음악 감상하는 성한 두 귀
빠진 이 하나가
잊고 있던 감사를
불러온다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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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통신 연작시 쓰시는 이국화(본명 이화국)시인님께
시인님의 연작시 요양원 통신 글은 언제나 눈물이 나도록 절절한 우리 인류사의 진실한 글입니다.
읽으면서 공감도 하면서 왜 이렇게 제가 눈물이 나는지요?
저의 할머니, 외할머니께서도 돌아가실 무렵엔 이빨 한두 개쯤은 빠져서들 다 돌아가시더군요.
저는 그제까진 씌우는 치아 끝내고, 어제는 첫 임플란트 하나 하려고 치과 갔는데, 두 개가 곧 더 무너질 테니 10% 할인 기간에 미리 2개를 더하는 것이 좋겠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일단 하나만 하고 두 개는 더 버티어 본다고는 했습니다. 마침 치아 글이 올라왔군요. 시인님은 더는 끼우고 싶은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는 요양원에서 거울속 치아의 빈자리를 보시고, 끼우기도 곤란하고, 그냥 있자니 웃기는 일이 되어, 누가 오면 이 모습을 보여주어도 되나, 안되나? 하시는 중이시니 저 보다 절박한 상태이시군요.
저는 어제 임플란트 예약하고 오면서 젖니를 갈아서 영구치를 가지고 살다가 금으로 씌우긴 했어도 내 치아의 뿌리를 살려서 살다가, 이제 내 치아가 아닌 인공 치아를 하나씩 교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노년기로 접어드는 씁쓸함이 밀려오던 날이었습니다.
이국화 시인님, 건강 잘 버티시어 요양원 통신 꼭 한 권의 시집을 완성하시고, 대박 나시길 저는 정말 절실하게 응원하고, 또 응원하면서 기도하는 중입니다. 시인님 꼭 제 말을 기억하시고 힘내시고요.
요양원 통신 100편이 채워지면 방송국 '인간극장'에 시인님이 괜찮다고 허락하시면 제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실패도 하시면서 살아온 것이 있다고 하시지만, 참으로 인간적으로 사셨고, 아파서 오래 누워계신 가장의 몫까지 하시느라 3남매를 최선을 다하여 키우시고, 최선을 다하여 아름다웁게 열심히 사셨던 분이시고, 봉사도 하시며 사시던 분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시 역시 대충 쓰지 않고 시 다운 시, 시간 낭비가 아닌 예술적 가치를 지닌 시를 쓰시고자 노력하시던 긴 세월을 우리는 보았고 기억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화국(국화) 시인님, 치아 더 무너지기 전에 어떤 음식이 가장 드시고 싶으신지 말씀하세요. 제가 싸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2023. 5. 24. 꽃시인 이윤정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