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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밀양X강정 우리는 산다'
작가와의 대화 part1.
주재훈(빛이 될 수 있다면)
카레(강정 일상 속의 공룡)
*대화전문 읽기 :
http://cafe.daum.net/peacekj/5ort/5805?svc=cafeapi
마법사 : 밀양X강정 우리는 산다 전시의 공동기획자 마법사입니다. 영화가 아닌 전시작품의 작가님과 하는 대화가 처음이라 매우 긴장이 되지만 재밌게 해보려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일단 카레와 쭈, 작가님들의 소개와 인사부터 듣겠습니다.
카레 : 안녕하세요. 카레에요. 강정에서 4년 반 살고 있고, 미국에서 왔는데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여기 강정에 살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쭈 : 안녕하세요. 저는 쭈이구요. 상단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주) 내려온 지는 7년 정도 되었습니다.
마법사 : 모든 분들이 쭈와 카레의 작품을 보셨다는 전제하에 대화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이 전시 제안을 들으셨을 때 어떠셨을까요? 당황? 아,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하고…… 기획자로서 궁금하거든요.
쭈 : 저 같은 경우 초반에는 전체 전시 설치만 생각하고 있어서 제 전시에는 크게 부담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평소에 해오던 작업들이 있으니까 전시를 위해 특별하게 무언가를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거나 그러지는 않아도 되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어요.
마법사 : 그럼 혹시 제안을 들었을 때 내 작품으로 이걸 하면 좋겠다, 하고 떠오르는 이미지나 아이디어가 있었나요?
쭈 : 지금 전시된 작품이 그때 들었던 생각과 거의 같아요. 제 작업이 처음에는 작은 수공예품, 드림캐쳐 같은 것들만 만들다가 조금씩 목공과 접합해서 좀 더 큰 가구나 이런 것들로 변해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제 관심이 조금씩 옮겨 온 게 조명이거든요. 제안 받았을 때 다른 생각은 특별히 들지 않았고, 바로 조명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카레 : 처음에는 어떤 전시일지,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어떤 모임에서 복희와 이야기하다가 2017년 꿈 꿨던 것, 그리고 꿈꾸고 바로 일어나서 그림 그렸던 것, 그 그림이 생각났어요. 그 그림이 이번 전시의 주제와 어울릴 수 있다고, 공룡 들어간 그림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마법사 : 두분은 정말 예술가이신가 봐요. 제안 듣자마자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고 이렇게 작품으로 옮길 수 있다니. 하지만 생각하는 것과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잖아요? 작가님들 입장에서 생각대로 구현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쭈 : 대게 만족스럽고요. 초반에는 지금과 같은 방을 생각하지는 못했고 오픈된 공간에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게 전시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방 안에 설치된 것을 보면 만족스럽고 좋습니다. 어느 정도 외부가 차단이 되니까 조명에 집중되기 더 쉬운 것 같아서 효과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카레 : 처음에는 저 혼자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쭈와 같이 하게 되어서 더 풍요로워진 것 같아요. 페이퍼커팅과 조명, 모빌 같은 것들 어울릴 수 있다고 그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해보니까 멋졌어요.
마법사 : 다른 작가님들은 개별 작업이 전시되어 있는데 카레와 쭈 두 분은 공동의 공간에서 협업하신 거잖아요. 협업하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뭐였나요?
쭈 : 처음에 제가 먼저 제가 먼저 조명을 만들어서 카레에게 줬어요. 카레에게 이게 편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제가 카레의 작업 범위를 한정시킨 것이잖아요. 제가 준 틀 안에서 카레가 작업해야 하니까. 그 부분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어요. 표현을 더 자유롭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제가 범위와 방식을 한정해 버리면 표현을 편하게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카레가 잘 받아줬어요. 카레의 작업을 보고 그 디테일에 엄청 놀랐거든요. 페이퍼커팅을 어디선가 본 적은 있는데 실제로 작업하는 걸 본 것은 처음이라서. 조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마법사 : 조명이 일종의 프레임이고 카레의 작업을 한정지을까봐 걱정하셨다고 했는데 카레는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카레 : 보통 페이퍼커팅을 할 때처럼 한 면만 보이는 것만 생각했는데, 쭈가 만든 조명에 페이퍼커팅 붙이는 거 제안했을 때 이렇게 4면을 이어서 둥그렇게 이어지는 느낌으로 작업하는 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조명에 붙일 공룡 이미지를 만드느라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는 좀 작은 등처럼 보였어요. 쭈에게서 받은 실제 등이 생각보다 커서 디테일한 페이퍼커팅을 할 수 있었어요. 크게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고 다행히 충분한 시간이 있어서 할 수 있었어요.
마법사 : 쭈가 프레임을 한정시켰다고 걱정했는데 카레는 오히려 평면만 생각하다가 입체로 확장되고 작은 것을 예상했다가 크기도 확장되고, 뭔가 확장된 느낌이네요. 서로 잘 맞는 협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강정 지킴이들이 전시 구상하고 계획하는 과정에 참여를 못하다가 오픈 전날 설치하는 모습으로 처음 작품을 만나게 됐어요. 쭈와 카레가 프레임 짜고 모빌 달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방이 이번 전시의 핫플레이스가 되겠구나, 사람들이 여기에 머물겠구나, 생각했거든요. 오픈하고 나서 저의 촉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나 밀양에서 오신 분들은 뭐라도 집어갈 기세였어요. 이렇게 방으로 꾸미게 된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쭈 : 처음부터 문짝을 활용할 계획은 있었지만 작품을 설치할 때 방으로 들어갈 생각은 못했어요. 카레의 페이퍼커팅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때는 등불축제처럼 큰 공룡이나 동물들을 형상화해서 등불을 하듯 그런 것도 생각해봤고, 좀 더 범위가 넓었어요. (기획자) 김영희 선생님이 방이라는 공간을 제안했을 때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이라는 어느 정도의 범위 안에서 생각하니까 조금 더 쉽게 작업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방을 제안할 때 안락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도 같이 해서, 저희 작업과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안락한 공간이 나왔어요.
카레 : 이렇게 전시공간이 방으로 되니 꿈꾸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페이퍼커팅 몇 개 하는 것보다 조명에 하면서 확산되는 것, 벽에 몇 개 붙이는 것보다 방이라는 공간에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 것은 또 확산되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마법사 : 공간이 아늑한 방 같으니까 관객으로서 꿈 느낌이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침대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게 되고. 몽환적인 연출이 되었던 것 같아요. 두 분이 잘하셔서 그랬겠죠?
카레와 쭈의 작품은 목공과 전기, 조명과 페이퍼커팅, 그림이 결합된 거잖아요. 쭈는 어쩌다 목공을 하게 된 건지, 카레는 페이퍼커팅이나 그림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카레 :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가위로 눈꽃을 자르는 걸 하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집에서도 엄청 많이 만들어서 우리집 창문마다 붙였어요. 매년 그렇게 눈꽃을 잘라서 집 창문에 붙였어요. 엄마가 어린이도서관 선생님이었는데 어떤 책을 찾아주었어요. ‘주플렉스’라는 책이었는데 동물모양을 종이로 오려서 동화책으로 만든 거였어요. 엄마가 저한테 책을 보여주고 엄마 친구 아들에게 무스(말코손바닥 사슴)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하나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부터 조금 더 다양한 모양으로 페이퍼커팅을 재미있게 하게 됐어요. 예술가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재미있어서, 아마추어로 취미로 하는 거예요.
마법사 : 좋아서 하는 게 최고죠. 재밌어서 어릴 때 시작했던 게 지금의 작업이 되고 우리한테 나누어지게 되어서 좋아요. 좋아서 하는 게 느껴져서 더 좋아요.
쭈 : 목공은 제주도 내려와서부터 시작했어요. 제주에 막 내려왔을 때 카페에서 일했는데 카페가 공사부터 시작했어요. 카페를 짓고 인테리어 할 때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니 원래 있던 목수 보조로 일하면서 조금씩 배우게 됐어요. 목공에 관심이 생기면서 유튜브도 찾아보고 연장도 하나씩 사고…… 카페 일을 하면서 뭔가를 꾸미거나 만들어야 할 일이 꾸준히 있으니까 그런 일을 직접 하면서 배웠어요. 저 역시 카레처럼 일부러 배웠다기보다는 제가 관심이 있고 즐거우니까 계속 그렇게 찾아가다보니까 계속 하게 된 것 같아요.
마법사 : 일단 재미가 있었군요.
쭈 : 덕질이죠.
마법사 : 역시 덕질이 최고인 것 같아요. (관객을 향해) 저희끼리만 대화하니 심심하진 않으세요? (관객들 : 아뇨, 재밌어요.) 질문 있으시면 잘 기억해 두세요. 이따가 시간 드릴께요.
카레에게 질문할게요. 저는 공룡 하면 일단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엄청 크고 이빨이 아주 뾰족하고 육식동물이고 무섭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거든요. 공격적이다, 도망가야 된다, 이런 생각. 하지만 카레의 공룡은 전혀 그런 공룡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전시설명에도 있지만 일상과는 조금 다른 모험, 유쾌함, 역동적인 이미지로 공룡이 쓰인 것 같아요. 왜 카레는 하필 공룡에게 꽂혔을까요?
카레 : 저도 꿈꿨을 때 일어나자마자 왜 공룡이었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 꿈은 무슨 의미일까 많은 이야기 나눴어요. 생각해보니 강정에서는 공룡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어요. 여기 뒤에 장준후의 그림 속에도 노란 공룡이 있어요. 강정포구에 준후와 난영이 그린 벽화에도 공룡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여러 번 봤던 행진이나 촛불문화제에도 공룡 코스튬이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만들어서 예전부터 강정에 공룡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런 것을 보면서 강정과 공룡의 연결이 제 머릿속에 있었을 수 있어요. 또 공룡은 먼 옛날, 자연의 힘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강정해변에 1.2km 기다란 구럼비 바위, 그 바위에 물이 나오는 데가 있어서 먼 옛날사람들이 살았고 자연의 커다란 힘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해변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강정의 먼 옛날 자연의 힘, 그리고 현재도 강정 여기저기 보이는 공룡들이 있어서 머릿속에 강정과 공룡의 연결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법사 : 카레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룡은 우리가 해군기지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때로는 축제처럼 즐겁게 때로는 전쟁처럼 험난하게 싸우기도 했던 역동적인 힘을 담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싸우면서 지키려 했던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제주 자연의 힘까지 담고 있는 그런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제 해석이 맞을까요?
카레 : 네 그런 것 같아요.
마법사 : 전시를 보고 이렇게 얘기하면서 관객들이 계속 카레의 공룡을 해석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쭈한테도 질문을 던져볼까요? 쭈의 전시설명 캡션이 짧지만 계속 맴돌거든요. 아무래도 감동 받았나 봐요. 거기에 ‘어떤 이유가 있어 만들어졌을 물건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을 때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를 느낀다’라는 표현이 있었고, ‘버려진 물건들이 빛이 될 수 있다면 좀 더 따뜻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도 한다는 문장이 있었어요. 버려진 것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눈길 별로 안 주잖아요. 왜 쭈는 버려진 것에 계속 시선이 갔을까요?
쭈 : 버려진 것들이라는 말 차제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그것은 누가 어떻게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니까. 버려진 것의 물성 자체만 놓고 본다고 하면, 일단은 큰 가치, 큰 노력이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구할 수 있고 이미 버려지고 주인 없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경제적이죠. 그렇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뭘 해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만약에 옷걸이를 주웠다고 할 때 옷걸이 그대로의 목적대로 옷걸이로 사용할 수 없다면 ‘나에게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바꿔볼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머리가 돌아가게 하는 활력을 주는 것 같아요. 버려졌다는 것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면 그것들은 저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활력을 주는 요소들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음 편히 쓸 수 있죠. 목공 재료로 고급나무들도 많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런 나무들이 생산이 안 되니까 값이 대부분 비싼데 그런 거를 쓰게 되면 많이 조심스러워지잖아요. 조금만 흠집이 가도 속상하고. 버려진 것은 그럴 필요가 없는 편안함이 있죠. 마음이 편하니까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좋은 재료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법사 : 그럼 버려진 것이라는 표현 대신 쓸모가 정해지지 않은, 쓸모가 없는, 무쓸모, 쓸모가 없어서 쓸모가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고 소유가 없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네요.
쭈 : 이름 짓는다는 행위 자체가 경계를 만들게 되니까요. 나만 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을 딱 이러한 사람이라고 해버렸을 때의 느낌 없이 어디 가서 일탈처럼 뭘 해도 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경계가 정해지지 않은 자유로움이 있다고 한다면 엄청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스스로도 그렇고, 보는 사람도 그렇고요.
마법사 : 얼마 전 넷길이소 갔을 때 물에 쩔어서 단단해진 채로 버려져 있는 나뭇조각들을 보고 왠지 이거 쭈한테 주워다 줘야 할 것 같아, 이런 생각 했거든요.
쭈 : 그런 사람들 많아요. 뭔가 주워다 주는 사람들 많아요.
마법사 : 왠지 쭈한테 가면 뭐든 예술작품이 될 것 만 같아요.
그럼 카레한테 질문 한번 해볼까요?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고 쉬운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강정에 자주 오진 않았지만 강정에 와서 잠을 잘 때는 되도록 아침 7시 백배에 참여하려고 해요. 백번을 절하는 그 행위 자체가 좋더라고요. 백배 하면서 카레를 봤어요. 제게 카레의 모습은 이런 이미지예요.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와서 깔개를 깔고 백배 절을 하고, 또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 ‘유유히’라는 부사는 사실 투쟁이라든지 결연하다든지 격정적이라든지, 이런 것과는 거리가 있는, 대단히 일상적이고 평온한 느낌의 수식어잖아요. 그 단어가 카레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카레에게 강정에서의 일상, 강정에서 산다는 것, 그게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카레 : 질문 받고 사전에서 ‘유유히’를 찾아 봤어요. 미리 질문을 전해줬기 때문에 미리 그 단어를 찾아보고 오, 이런 단어가 있구나, 했어요. 저랑 잘 어울리는 단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전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예요. 원래 공룡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이번 전시는 천천히 들어가서 천천히 볼 수 있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저한테 얼마만큼은 어울리는 것일 수 있고요.
처음에 강정에 방문해서 그냥 왔다 갔다 할 때는 백배하는 것이 많이 어색했어요. 제가 절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도 했고요. 이제는 그런 생각 없이 익숙해졌어요. 아마도 강정에서 사는 것은 원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냥 일상이 되는 것 아닐까요? 이 전시에 표현된 공룡 꿈도 그래요. 원래 일상에서는 공룡이 보이지 않는데 여기 강정에서는 일상이 되었어요. 원래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거죠. 새로운 노멀, 새로운 보통. 강정은 특별한 곳이니까 특별한 공룡 같은 모험 같은 느낌이 있어요.
마법사 : 멋진 표현 같아요. 새로운 보통.
쭈한테 질문을 해볼까요? 카레에게 던졌던 질문과 같은 질문이기도 한데요. 쭈의 작품 제목은 ‘빛이 될 수 있다면’이에요. 쭈가 강정에서 살아가는 것과 전시제목인 ‘빛이 될 수 있다면’을 연결해서 상상을 하게 됐거든요. 현재 쭈가 자신의 쓸모나 범주를 제한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면서 일상을 강정에서 꾸려가는 것이 이미 빛이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작품을 보고 쭈를 만났어요. 개인 관객으로서의 저의 작품 감상에 대해서 쭈가 어떻게 느낄지가 궁금하기도 해요.
쭈 : 빛이 된다는 건 사람에게 쓰기에는 홀리한 느낌이……. 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내려와서 얼마만큼 변했고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바라는 바는 있어요. 안심할 수 있는 해롭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저한테 필요하지 않을까. ‘안심’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나라가 전쟁이 없고 태평해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또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어서 안심할 수 있는, 누군가의 옆에 있을 때 그 사람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다는 마음, 이런 느낌을 갖는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누군가에의 옆에 있을 때 그 사람이 나로 인해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뭔가를 할 때, 특히나 이런 작품들을 만들거나 할 때는 그런 것들을 더 표현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뭔가 빛이라든지 그런…….
마법사 : 그 빛에서 홀리만 뺀다면 제가 잘 본 것 같네요.
카레한테도 질문할게요. 계속 공룡 얘기를 하게 되는데, 전시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처음 작업할 때 공룡과 지금의 공룡의 이미지가 달라지거나 했는지 궁금해요. 전시를 한다는 것은 한 단계, 한걸음을 내딛는 거잖아요. 그래서 처음 꿈 꿨을 때의 공룡과 지금의 공룡이 달라졌는지 궁금해요.
카레 : 공룡과 더 가까워진, 친근한 느낌이 생긴 것 같아요. 저와 공룡에 어떤 연결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이번에 전시하면서 예전에 꿈꿨던 것과 지금의 생활의 연결성에 대해 재밌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어요. 조금 정리된 그런 느낌이에요.
마법사 : 공룡도 이제 ‘새로운 보통’으로 변해가는 게 아닐까요?
다시 공동작업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서 질문해볼까 하는데요. 카레는 4년, 쭈는 7년 되셨지만 계속 강정에서 보셨을 거 아니에요? 일상에서 강정지킴이로서 봤던 모습이 있고 협업을 하면서 만난 모습이 있을 텐데요. 보통은 친한 사이도 같이 일하면 사이가 틀어지곤 하는데 두 분은 안 그러신 거 같아요? 이웃일 때와 협업자일 때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쭈 : 제가 상단에 들어온 지 몇 개월 안됐어요. 그 4~5개월을 빼면 거의 6년 가까이 저는 저쪽 옆 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에 지킴이들하고 거의 접점이 없었거든요. 카레도 인사 정도만 했지 만나서 같이 하는 자리에 모인다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서로에게 크게 침범할 정도로 친분이 있다거나 그래서 실수를 할 정도로의 사이가 아니어서 조심스러웠고, 조심했기 때문에 별 일 없이 작업은 잘 진행했던 거 같아요.
카레 : 이전까지 많은 말 나누지 못했는데 아마 우리 둘 다 말이 많은 성격 아니어서 그럴 거예요. 전시 작업을 통해 쭈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였던 거 같은데, 그냥 단순하게 소통했어요. “이렇게 할까요?” “오케이.” “이렇게 할까요?” “오케이.” 이런 소통이었던 거 같아요.
(중략)
👍작가와의 대화 part2.
8월 7일 금요일 2시 제2전시장 복희&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