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나는 하나님
송광택 저. 팬덤북스 간
누가 나무를 제일 사랑하지?
앨리스 메이 더글라스
누가 나무를 제일 사랑하지? “나” 하고 봄이 말했다. “내가 나무에 아주 예쁜 나뭇잎 옷을 입혀 주거든.”
누가 나무를 제일 사랑하지? “나” 하고 여름이 말했다. “난 나무에 하얗고 노랗고 빨간 꽃을 피워주니까.”
누가 나무를 제일 사랑하지? “나” 하고 가을이 말했다. “난 맛있는 과일을 주고 화려한 단풍을 입혀 준단 말야.”
누가 나무를 제일 사랑하지? “내가 제일 사랑해” 모진 겨울이 대답했다, “난 나무들에게 휴식을 주니까.” |
인생의 계절에도 의미가 있다.
어느 분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더위는 참겠지만 추운 건 정말 힘들어요.” 그분은 겨울 추위를 두려워했다.
한편 고 신영복 교수는 20년 20일 동안의 ‘감옥 대학’ 체험을 한 후 이렇게 말했다. “여름철의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합니다. 겨울철의 추위는 옆 사람의 체온으로 견딥니다.” 그는 비록 혹독한 감옥 세월이 도사리는 삶이었지만, 하루 2시간의 겨울 햇볕 한 장만으로도 인생은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같은 계절이라도 사람마다 그 계절의 느낌과 경험은 다양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얼음과자(아이스케키)를 나무상자에 넣어 팔아본 적이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 여름 열기에 녹아버리는 빙과는 상품가치가 없어져버리곤 했다. 그러나 땀을 흘려 돈을 번다는 의미를 조금 배웠던 경험이었다.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겨울에 동태 장사를 한 적도 있다.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동태 한 짝을 샀다. 동태를 양 손에 나누어 들고 새벽부터 골목을 누비며 동태를 팔았다. 사는 분들이 복을 받으라고 ‘복동태’라는 이름을 붙여 팔았다. 그해 겨울철 추위는 혹독할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젊은 날의 값진 체험학습이었다.
인생은 네 계절을 거친다고 한다. 각각의 계절은 다 의미가 있다. 어느 누구도 봄철만 누리며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의 모든 계절에서 그 풍성한 의미를 음미해야 하리라. |
저로 하여금
칼릴 지브란
누가 저로 하여금 오, 저로 하여금 제 영혼을 찬란한 빛 속에 멱 감게 해 주십시오. 저로 하여금 가슴속 깊이 황혼을 호흡하고 무지개를 마실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
평생 배워야 할 일상의 기도
베스트셀러 작가 앤 라모트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기도 두 가지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칼릴 지브란의 기도 시는 다르다. 시인의 투명한 영혼을 엿볼 수 있는 시다. 시인의 소원은 단순하지만 간절하다. 시인은 자신의 오염된 영혼을 바라보며 힘들어 한다. 갈등과 고통도 느낀다. 죄책의 무게감으로 내면은 무너져간다. 그의 영혼이 갈망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영혼이 깨끗해지기를, 영혼이 순결한 상태가 되기를 소원한다. 더 나아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만끽하기를 간구한다. ... 우리는 어디서부터 기도를 배울 수 있을까? 바로 일상에서부터다. 짤막하고 단순한 기도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유치하게 보이는 기도라도 좋다. 사소한 일에 감사 기도를 드리면서 ‘일상 기도’를 배울 수 있다.
일상기도는 1년 만에 이루어내는 일이 아니라 평생의 여정이다. -폴 밀러 |
내가 이제야 깨닫는 것은
페페 신부
내가 이제야 깨닫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정말 일어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는 것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교실은 노인의 발치라는 것
하룻밤 사이의 성공은 보통 15년이 걸린다는 것
어렸을 때 여름날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걷던 추억은 일생의 지주가 된다는 것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진다는 것
돈으로 인간의 품격을 살 수는 없다는 것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매일매일 일어나는 작은 일들 때문이라는 것
하나님도 여러 날 걸린 일을 우리는 하루 만에 하려 든다는 것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영원한 한이 된다는 것
우리 모두는 다 산꼭대기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행복은 그 산을 올라갈 때라는 것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모든 진리를 삶을 다 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뻔한데 왜 우리는 그렇게 복잡하고 힘들게 사는 것일까? |
우리는 너무 늦게 삶으로부터 배운다
이 시는 서강대학교에 재직하시다가 파킨슨병에 걸려 모국(母國)인 필리핀으로 돌아가신 페페 신부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선고를 받은 후, 삶을 정리하면서 쓴 글로 알려져 있다.
죽음에 직면하면 우리는 삶과 사물을 다르게 보게 된다. 《학문의 즐거움》을 쓴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죽음이 없으면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삶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살아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그 값진 삶을 보다 멋지게 사는 것이 살아 있는 사람의 특권이라고 강조한다. 시인은 죽음을 마주하고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이제야 깨닫는’ 것들이 있다고 담백한 언어로 고백한다.
실존철학자 볼노브(O. F. Bollnow)는 《실존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죽음의 위협을 통하여 비로소 인간은, 다른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어떤 일을 젖혀 놓으며, 본질적인 것을 본질적이 아닌 것으로부터 구별하도록 강요한다.”
이 말은 실존주의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잘 요약해준다. 사람은 죽음 앞에 이르러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나’가 되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 시인은 ‘복잡하고 힘들게’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본다. 후회되는 순간들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시를 유언처럼 남긴 것이 아닐까? 이 시를 읽는 독자 중에는 문득 전도서의 말씀들이 생각날 수도 있다.
“청년이여 네 어린 때를 즐거워하며 네 청년의 날들을 마음에 기뻐하여 마음에 원하는 길들과 네 눈이 보는 대로 행하라. 그러나 하나님이 이 모든 일로 말미암아 너를 심판하실 줄 알라.”(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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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발췌한 날 : 2021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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