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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외젠 스크리브의 발레용 대본 <몽유병의 여인>
대본 펠리체 로마니
초연 1831년 3월 6일. 밀라노 카르카노 극장
배경 19세기 초엽. 스위스 산속의 어느 작은 마을
<2012년 4월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 138분 / 한글자막>
라 페니체 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가브리엘레 페로 지휘 / 베피 모라시 연출
아미나............고아 처녀로 테레사가 키운 양녀.....제시카 프랫(소프라노)
리사...............여관의 젊은 여주인......................안나 비올라(소프라노)
엘비노............마을의 부유한 젊은 지주...............살바 무케라(테너)
로돌포 백작.....마을의 영주................................조반니 바티스타 파로디(베이스)
테레사............물방앗간의 여주인.......................줄리 멜라(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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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아름다운 스위스의 한 휴양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
<몽유병의 여인>은 <노르마>, <청교도>와 더불어 벨리니를 대표하는 3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서사적이고 비장한 분위기가 주도하는 다른 두 걸작과 달리 이 <몽유병의 여인>은 아름다운 스위스의 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내용으로 삼은 아기자기한 작품이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루치아가 광란의 장면에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발산하듯이,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아미나 역시도 몽유병 장면에서 화려한 콜로라투라의 매력을 맘껏 뽐낸다. 본 영상물은 2012년 4월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의 공연이다. 라 페니체 극장의 간판 연출가인 베피 모라시는 이 오페라의 무대를 1930년대의 한 스위스 휴양지로 옮겨놓았다. 백작이 말 대신 케이블카를 타고 등장하고, 마을 사람들이 미니버스를 타고 백작을 찾아가는 등등의 재치 넘치는 설정들이 돋보이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제시카 프랫의 매력적인 아미나 또한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오페라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무대는 스위스의 한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고아로 자란 아미나(S)와 젊은 지주인 엘비노(T)의 결합을 축하한다. 이들은 다음날 결혼할 예정이다. 엘비노의 옛 애인이었던 리자(S)만은 예외이다. 여기에 수십년 만에 고향을 방문한 로돌포 백작(B)이 등장하여 감회를 표시한다. 아미나는 백작의 인품에 감동하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사람들은 요즘 마을에 출몰한다는 유령을 피해 돌아간다. 둘만 남자 엘비노는 아미나가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보였다고 질투한다. 아미나가 안심시킨다. 로돌포 백작의 방에 몽유병에 걸린 아미나가 와서 잠이 든다. 백작은 자리를 피하고 리자는 이를 엘비노에게 알린다. 엘비노는 아미나가 정숙하지 못하다고 격분하고 파혼을 선언한다. 아미나를 불쌍히 여긴 마을 사람들이 엘비노를 달래려고 하지만 엘비노는 아미나의 결혼반지를 빼앗으며 리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로돌포 백작은 몽유병 탓이라고 설명하나 엘비노는 믿지 않는다. 그때 다시금 큰 충격을 받은 아미나가 몽유 상태에서 위험하게 다리를 건너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꿈결같이 진실이 담긴 사랑의 감정을 표시한다. 모든 사실을 확인한 엘비노는 오해를 풀고 반지를 다시 아미나에게 끼워준다.
=== 줄거리 === <2009 뉴욕 메트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제성 번역>
1막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의 이야기는 스위스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다. 마을 광장에서는 엘비노와 아미나의 결혼식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 한때 엘비노를 짝사랑했던 리사만이 우울하다. 성실한 구애자인 알레시오만이 여전히 그녀를 귀찮게 쫓아다닌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미나가 입장한다. 그녀는 양어머니인 테레사에게 특히 기쁨과 감사를 표한다("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 Come per me sereno").
엘비노는 조금 늦게 공증에 서명하기 위해 등장한다. 그리고 아미나에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반지를 끼워준다("반지를 받으세요 Prendo l'anel ti dono"). 갑자기 이상한 이방인(로돌포 백작)이 등장한다. 리사는 밤에 숙박할 곳을 제공한다. 모든 사람들이 당혹스러워하지만, 그는 오랜 동안 오지 못했던 이 동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역설한다("그리웠던 아름다운 경치 Vi ravviso, o lughi ameni"). 아미나를 알아보고는 그가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과 꼭 닮았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날이 어두워지자 마을 사람들은 걱정을 하고 테레사는 이방인에게 마을에 출몰하는 유령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자 그는 이 이야기에 흥미로움을 표하며 유령을 꼭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엘비노와 아미나를 남겨두고 퇴장한다. 연인들은 이방인이 아미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말싸움을 한다. 그러나 엘비노는 곧 자신의 질투를 사과한다("산들바람에게도 질투를 느낀다 Son geloso del zefiro errante").
밤을 맞은 여인숙에서는 리사가 이방인이 선대 백작의 상속인인 로돌포 백작임을 확인한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즐기고 있다가 밖에서 소음이 들리자 백작은 리사를 캐비넷에 숨기지만 그녀는 손수건을 떨어뜨린다. 예상치 못하게, 잠든 상태에서 아미나가 걸어서 등장한다. 로돌포는 이 지역에서 말하는 '유령'이 바로 그녀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리사는 그녀가 몽유병인지 알지 못하고 숨겨놓은 연인인 로돌포 백작을 만나러 온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엘비노에 대한 사랑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아미나에게 감동을 받은 백작은 그녀를 자신의 침대에 눕힌다. 불행하게도 호기심 많은 동네 사람들이 이방인을 보려고 하나 둘씩 모인다. 리사가 엘비노, 테레사와 함께 등장하고 사람들은 아미나가 로돌포 백작의 침대에 누워있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사람들의 동요에 잠을 깬 아미나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나는 모르는 일 D'un pensiero"). 배신한 것처럼 보이는 아미나의 비통한 모습에 마을 전체에 순간 정적이 흐른다.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테레사는 리사의 손수건을 백작의 방에서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엘비노가 아미나에게 등을 돌리고 결혼식을 취소한다("결혼식은 취소되었고 Non piu nozze").
2막
다음날 뉘우치는 기색을 띤 동네 사람들이 로돌포 백작을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그에게 아미나의 경우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서둘러 마을 사람들이 퇴장한 뒤 아미나와 테레사가 입장하여 엘비노의 탄식을 엿듣게 된다("모든 것이 끝났다 Tutto e sciolto"). 아미나를 보자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반지를 빼앗는다. 마을 사람들은 로돌포 백작이 아미나의 결백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말하며 돌아온다. 엘비노는 자신의 라이벌을 만나보기를 거부하고 절망적인 채 떠난다. 아미나는 테레사의 품에 쓰러진다.
마을 광장에서 돌아온 뒤 알레시오는 리사에게, 아무리 그래도 엘비노는 리사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 엘비노의 관심 또한 리사와 같다고 말한다. 리사는 대단히 기뻐한다. 결혼식을 위해 엘비노가 교회로 들어오고 뒤이어 아미나의 결백을 주장하며 로돌포 백작이 등장하여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그녀가 몽유병임을 설명한다. 테레사가 등장하여 아미나가 방금 지쳐 잠이 들었다며 조용히 해 줄 것을 권유한다. 그녀는 엘비노가 리사와 결혼한다는 것에 대단히 놀란다. 리사는 적어도 자신은 남의 남자의 방에서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테레사가 스카프를 꺼내보이자, 엘비노는 리사 역시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탄식한다.
갑자기 아미나가 몽유병인 상태로 등장한다. 잠이 든 상태에서 그녀는 엘비노가 떠났음을 한탄하고 빼앗긴 반지를 찾으며 이전에 그가 준 꽃다발이 점점 시들어감을 기억한다("아, 믿을 수 없어라 Ah! non credea mirarti"). 그녀의 결백함을 확신한 엘비노는 그녀가 더 이상 고통받게끔 내버려둘 수 없었는지, 그녀의 손가락에 다시 반지를 끼워준다. 잠에서 깬 아미나는 어색해하며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을 깨닫고 기쁨에 넘치게 된다.
=== 작품 해설 === <2012년 6월 20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벨리니, 몽유병 여인
잠든 상태에서 묻는 말에 대답을 하거나 자다 일어나서 몇 걸음 돌아다니다 다시 잠드는 경우를 어린이들에게서는 가끔 볼 수 있지요. 잠에서 깬 뒤에 물어보면 자신이 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요. 성장한 뒤에도 밤중에 돌아다니고 나서 기억을 못한다면 '몽유병자'로 불리게 됩니다. 몽유병의 정확한 진단명은 수면보행증(somnambulism)이라고 한다는군요.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벨칸토 아리아의 명곡 ‘아, 믿을 수 없어라’로 유명한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의 [몽유병 여인]은 바로 몽유병에 걸린 여주인공을 등장시킨 작품입니다. 이 오페라 제목을 흔히 ‘몽유병 여인’으로 번역하지만, 백혈병에 걸린 여성 환자를 ‘백혈병 여인’으로 부르면 어색하듯, 성별을 강조하는 ‘몽유병 여인’이라는 표현이 적합해 보이지는 않는군요.
시칠리아에서 태어난 빈첸초 벨리니는 나폴리 음악원에서 하이든, 모차르트, 페르골레시의 음악을 배우며 작곡가로 성장했습니다. 1824년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를 보고 결정적으로 오페라에 헌신하게 되었다는데요, 그의 오페라는 초기부터 관객과 제작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인기를 끌었다고 하죠. [해적]을 작곡할 때 만난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와 함께 [몽유병 여인], [노르마] 등의 히트작들을 발표했지만, 파리로 이주한 뒤 마지막 오페라 [청교도]를 발표하고 34세로 병사해 그의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답니다. 외젠 스크리브의 [몽유병 여인]을 토대로 스위스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삼은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은 1831년 3월 6일, 밀라노 카르카노 극장에서 초연했습니다.
몽유병에 울고 웃다 마침내 결혼하는 연인들
오늘은 부유한 젊은 지주 엘비노(테너)와 물방앗간집 양녀 아미나(소프라노)가 혼인을 서약하는 날입니다. 마을사람들은 아미나의 집 앞에 모여 축하의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이 마을의 젊은 여관 주인 리사(소프라노)는 엘비노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아미나는 양어머니 테레사(메조소프라노)와 함께 집밖으로 나와 이웃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곧 신랑 엘비노가 혼인서약을 위해 공증인을 데리고 나타납니다. 엘비노는 아미나의 손에 자신의 어머니가 물려준 반지를 끼워줍니다.
그때 어떤 신사가 마차에서 내립니다. 오래 전에 영지를 떠났다가, 긴 세월이 지난 후 다시 고향에 돌아온 로돌포 백작(바리톤)입니다. 그가 아미나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미모를 예찬하자 엘비노는 강렬한 질투심에 사로잡힙니다. 아미나는 화가 난 엘비노를 진정시키려고 그에게 사랑의 맹세를 하고, 둘은 화해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백작이 여관에서 쉬고 있는데, 여관주인 리사가 들어옵니다. 리사는 그가 영주라는 사실을 알고는 은근히 그를 유혹합니다. 백작과 리사의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누군가가 방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리사는 남의 눈에 띌까봐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는데요, 서두르다가 스카프(손수건인 경우도 있습니다)를 떨어뜨리고 가죠. 아미나는 자다가 일어나 몽유병 상태에 빠진 채로 이 방에 걸어 들어옵니다. 리사는 문 뒤에서 아미나와 백작을 지켜보지요. 백작은 한 순간 아미나에게 손을 대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만 곧 자제하고, 아미나를 소파에 뉘여 편히 잘 수 있게 해줍니다. 아미나는 ‘드디어 결혼식 날이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며 그 자리에 없는 엘비노에게 하듯 얘기하다가 다시 잠들어버립니다.
로돌포가 이 고장의 영주라는 사실을 알고 마을사람들은 예의를 표하려고 아침 일찍 찾아옵니다. 그런데 백작은 없고 아미나 혼자 자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죠. 그때 리사가 엘비노와 테레사를 데리고 옵니다. 아미나는 사람들의 소란 속에 깨어나,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를 모르고 크게 당황합니다. 결백을 주장해보지만 격분한 엘비노는 ‘이런 여자와는 결혼할 수 없다’며 나가버립니다. 테레사는 리사가 실수로 백작 방에 떨어뜨렸던 스카프를 슬쩍 주워듭니다.
2막이 시작되면, 파혼 당한 아미나를 동정하는 마을사람들이 백작에게 ‘아미나의 결백을 증명해 달라’고 청하기로 하고 백작의 성을 향해 걸음을 서두릅니다. 아미나는 테레사를 향해 파혼을 슬퍼하는 비참한 심경을 노래하고, 엘비로는 혼자 나타나 배신당한 자신의 절망적인 심정을 토로합니다. 아미나가 다시 한 번 결백을 주장하지만 엘비로는 믿지 않죠. 마을사람들은 백작이 아미나가 결백하다고 말했다며 기뻐하지만, 엘비노는 오히려 더욱 화를 내며 아미나 손에서 자신이 끼워 준 반지를 빼내 가져갑니다.
엘비노는 홧김에 리사에게 청혼하고 리사는 기뻐하며 그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백작은 지난 밤 아미나의 행동이 몽유병자의 모습과 똑같았다면서 몽유병에 관해 설명하지만, 엘비노는 여전히 믿으려 들지 않습니다. 리사가 엘비노와 결혼한다는 말을 들은 테레사는 화가 나서 자기가 백작 방에서 발견한 리사의 스카프를 들이대며 ‘리사가 백작 방에 있었다’고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리사가 변명을 못 하자, 엘비노는 다시 한 번 절망에 빠집니다.
그때 아미나가 잠옷 차림으로 나타나 물레방아 위에 가로 놓인 외나무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넙니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물레방아에 쓸려 들어갈 위험한 상황입니다. 무사히 다리를 건너온 아미나는 몽유병 상태에서도 엘비노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제 진실을 알게 된 엘비노는 백작이 시키는 대로 결혼반지를 다시 아미나 손에 끼워주고, 몽유병 상태에서 깨어나 반지를 본 아미나는 자신에게 돌아온 엘비노의 마음에 크게 기뻐합니다. 아미나가 행복에 겨워 노래하고 합창이 이에 답하며 막이 내립니다.
세리아와 부파를 혼합한 '오페라 세미세리아'
오페라 세리아와 오페라 부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로시니의 [도둑까치 La gazza ladra]가 ‘세미세리아’라는 장르 명칭을 갖게 된 뒤로 비슷한 스타일의 오페라들이 작곡되기 시작했습니다.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 역시 진지한 내용의 '세리아'에 코믹한 ‘부파’적 요소를 섞은 작품이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도 [도둑까치]와 비슷합니다.
벨리니는 원래 [몽유병 여인]이 아니라 빅토르 위고의 사극 [에르나니]를 오페라로 작곡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침 1830년에 도니체티가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 [안나 볼레나] 초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의 탁월한 구성으로 [안나 볼레나]는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사극이 되었고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초연의 대성공은 당대 최고의 인기 벨칸토 가수였던 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와 테너 조반니 루비니가 출연한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안나 볼레나]는 1831년 런던 하이마켓 극장, 파리 이탈리아 극장, 또 드레스덴, 뉴욕,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카고에서도 엄청난 환호를 받았는데, 바로 이 성공을 지켜본 벨리니는 사극오페라를 작곡할 용기를 잃었다고 합니다. 도니체티만큼 잘 쓸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외젠 스크리브의 보드빌 [몽유병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은 다른 여러 벨칸토 오페라 작품들과 더불어 오랜 세월 인기를 잃고 묻혀 있었습니다. 이미 베르디와 푸치니의 드라마틱한 오페라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배경도 평범한 시골이고 인물들도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이 오페라를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1950년대부터 마리아 칼라스, 존 서덜랜드, 에디타 그루베로바 등 벨칸토 오페라의 고난도 콜로라투라 기교를 탁월하게 소화해낼 뿐 아니라 연기력까지 뛰어난 소프라노들이 아미나 역을 맡으면서 이 작품은 새롭게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200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는 스위스 시골 마을이라는 지나치게 평범한 배경이 극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떨어뜨린다는 종래의 비판을 염두에 두었답니다. 오페라 공연을 앞둔 리허설 상황을 극의 배경으로 삼아, 여주인공 아미나를 휴대전화 든 현대의 오페라 가수로 바꾸어놓는 등 흥미로운 연출의 아이디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아미나-엘비노-로돌포 백작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니콜라 몬티, 니콜라 차카리아 등. 안토니오 보토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7년 녹음. EMI
[음반] 조운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 니콜라이 기아우로프 등, 리처드 보닝 지휘, 내셔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런던 오페라 합창단, 1980년 녹음. Decca
[DVD] 에바 메이, 호세 브로스, 자코모 프레스티아 등. 다니엘 오렌 지휘, 피렌체 5월음악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페데리코 티에치 연출, 피에르 파올로 비슬레리 무대미술, 2004년 피렌체 시립 오페라극장 공연 실황. TDK
[DVD] 나탈리 드세,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미켈레 페르투시 등, 에벨리노 피도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메리 짐머만 연출, 200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공연 실황(한글자막). Decca
[네이버 지식백과] 벨리니, 몽유병 여인 [La sonnambula]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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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1월 12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꽃이여, 네가 이렇게 빨리 시들줄이야
벨리니 <몽유병의 여인>
4대(大) 이탈리아 낭만파 오페라 작곡가의 한 사람인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가 작곡한 걸작이다. 벨리니의 특색은 “카타니아(Catania=그의 태생지인 시칠리아 섬의 한 도시)의 꾀꼬리” 라는 한 마디로 상징되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에 있다. 그 사실을 증명하려면 피아노의 시인 쇼팽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또 이탈리아 오페라를 경멸(輕蔑)하던 바그너조차도 그 멜로디의 아름다움은 인정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충분하다. 결국 실제로 직접 들어보는 길이 제일 빠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알맞은 예라고 생각되는 것이 이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이다. 이 오페라를 듣고 있으면 전편(全篇)을 사람의 호흡이나 심장의 고동(鼓動)이 내는 리듬을 거역하지 않고 그가 원하는 침착성이나 변화를 자연스러운 멜로디로 엮어나간 벨리니 특유의 재능에 새삼 감동하게 된다. 벨리니는 34년간의 짧은 일생 동안에 17곡의 오페라를 남겼다. 도니제티에 비하면 대조적으로 적지만, 모두 ‘벨칸토오페라’라는 화려하고 기교적인 가수에 의존하는 듯한 작품들이다. 아름다운 선율, 그것이 절실한 감동으로까지 승화(昇華)될 때 우리는 도니제티나 로씨니와는 다른 벨리니의 음악에 흠뻑 젖게 된다. 스크리브(Eugne Scribe)의 대본을 로마니(Felice Romani)가 전 2막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작곡가 벨리니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멜로디
19세기 초, 스위스의 산 속 마을이다. 오늘은 아미나와 엘비노가 결혼하는 날이다. 테레사의 물방앗간 앞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미나는 테레사의 양녀로 자랐다. 영주(領主)의 아들 로돌포 백작이 고향에 와서 리자네 집에서 운영하는 여관에 머문다. 그런데, 몽유병 환자인 아미나가 그 여관의 계단을 잠든 채 올라와서 백작의 방으로 들어가 안락의자에서 잠들어 버린다. 백작은 이것이 마을에 소문이 난 유령의 정체(正體)이구나 하고 이제야 알았다는 듯 수긍한다. 그러나 마침 백작에게 인사하려고 방을 찾아간 엘비노는 거기 잠들어 있는 아미나를 발견, 백작과 아미나의 관계를 의심하여 그 자리에서 파혼을 선언한다. 사람들 소리에 잠을 깬 아미나는 영문을 몰라 당황하며 테레사의 가슴에 안겨 운다. 테레사는 그 방에 떨어져 있던 리자의 손수건을 살며시 줍는다. 백작은 아미나의 몽유병에 대해 설명하고 그녀의 결백을 마을 사림들에게 설명하지만, 엘비노는 자기에게 호감을 품고 있던 리자와의 결혼을 발표한다. 테레사가 놀라 주어 두었던 손수건을 그에게 보이니까, 그는 리자의 손을 놓고 자기는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한탄한다. 그때 백작이 저쪽을 가리킨다. 아미나가 물방앗간 창문에서 나와 밖으로 걸린 위험한 다리를 건너려는 것이 보인다. 몽유 상태에서 마을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무사히 다리를 건너 엘비노에게 실연(失戀) 당한 슬픔을 노래한다. 진실을 차츰 깨닫기 시작한 엘비노의 가슴에 안긴 채 아미나가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꽃이여, 네가 이렇게 빨리 시들 줄이야'
아, 생각지도 못했다
꽃이여, 네가 이렇게 빨리 시들 줄이야,
우리의 사랑이 단 하루만
계속되고 끝나다니.
내가 눈물을 흘리며 새로운 힘을
너에게 주었다 하더라도,
내가 흘리는 눈물은 그의 사랑을
돌이킬 수가 없어.
*
아! 어느 누구도 짐작 못 했을 거야,
흘러넘치는 이 기쁨을;
스스로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은 믿고 있겠죠.
아! 나를 꼭 껴안아 주고, 계속 함께,
계속 하나의 희망으로 맺어져서,
우리는 우리가 살 이 땅에
사랑의 천국을 만들겠습니다.
벨리니다운 부드러운 멜로디와 콜로라투라를 자주 섞으면서 아미나의 가련(可憐)한 성격을 부각(浮刻)한 명곡이다. 특히 ‘꽃이여, 네가 이렇게 빨리 시들 줄이야’의 전반부(前半部), 즉 아리아 부분이 지니는 멜로디 라인의 아름다움은 남다르게 뛰어나다. 또 후반부(後半部)의 콜로라투라를 구사(驅使)한 카발레타 ‘아! 어느 누구도 짐작 못했을 거야’는 그랜드 휘날레의 크고 긴 아리아이다. 여기서는 아리아집이나 리사이틀 때 다루는 가사에서 가장 축약된 형태로 번역하여, 아미나가 꿈속에서 부르는 긴 노래와 꿈에서 깨어나기 전후의 테너의 아름다운 응답은 생략했다. 가사는 도처에서 되풀이 장식창법(裝飾唱法)이 과시되며, ‘아! 어느 누구도 짐작 못 했을 거야’에서 화려하고 어려운 장식창법이 눈부시게 전개되면 될수록 듣는 이도 아미나의 행복을 납득하게 된다.
추천 음반
[CD] 보토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7) 칼라스(S) EMI
1955년에 스칼라 극장의 비스콘티가 신 연출을 시도한 공연 때에 주역을 맡아 이 오페라의 역사에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한 칼라스의 명창이 3가지 있다. 모두 벨리니 특유의 선율과 장식음을 살려 비할 데 없이 따뜻하고 깊은 우수(憂愁)를 담고 있다. 무대에서의 실황녹음이 훨씬 더 박력이 있으나, 반면에 유일한 스투디오 녹음인 이 연주는 우선 음질이 좋고 칼라스의 목소리가 실황과는 또 다른 차분하게 잘 다듬어진 정밀한 기교와 아름다운 노래를 만끽하게 해준다. 또 상대역인 테노레 리리코의 몬티(Nicola Monti)도 윤기 있는 목소리로 진지하고 감동적인 노래를 들려준다. 보토의 지휘에 박력이 부족한 편이어서 전체적인 극 진행이 좀 느슨한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그 점이 여기서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원인이 되어 호감이 간다.
[CD] 보닝 지휘, 내셔날 휠하모니 관현악단/런던 오페라 합창단(1980) 서덜랜드(S) Decca
서덜랜드의 아름다운 콜로라투라가 꼭 들어맞는 적역(適役)이다. 작곡자가 요구한 장식적 기교를 완벽하게 표현하여 독자적인 소우주를 이룩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역인 파바로티도 전성기의 목소리를 과시한다. 그 후의 제멋대로 노래하는 투가 아니라, 정확한 노래이며 달콤하고 밝은 음정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의 본바탕은 이렇듯 벨칸토에 있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꽃이여, 네가 이렇게 빨리 시들줄이야… - 벨리니, [몽유병의 여인]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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