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창작시
두달전 남편이 승진하면서 2년간 지방파견근무 지시가 떨어졌다.
지방에서 자란 나는 늘 서울을 동경해 왔었다.
그리고 2012년 미국을 돌아서 우여곡절 끝에 오게된 서울.
그런데 1년6개월만에 청천병력같은 남편의 지방 파견근무소식,가슴이 답답해 왔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고 솔직한 내심정을 편지로 써서 남편에게 건넸다.
나는 답답해서 그곳에서는 도저히 못 살것 같고 아이들도 한국온지 1년밖에 안됐는데 다시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고...지금 이나마 적응 잘 하고 있는게 고맙고 대견한데 자기가 힘들겠지만 주말부부하자고 편지를 썼다.
그리고 다른곳도 아닌 광양은 신혼때5년이나 살았던 곳으로 정말 내가 할수 있는것이라고는 주말마다 근처에 있는 시댁에 들르는것 뿐인곳이다..
극장은 물론이며 백화점 하나없었다. 물론 난 광양출신이 아니라 근처엔 맘놓고 얘기할 친한친구 한 명 없었다.
평소 남편은 가족은 항상 함께 살아야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무슨일이 생기더라도.... 더군다나 출장도 아닌데 2년씩이나 주말부부를...
그런데 남편이 흔쾌이 승낙했다.
그리고 8월 중순부터 우리부부도 말로만 듣던 주말부부를 하게되었다.
그런데 한주 혼자 지내보더니 애들도 보고싶고 퇴근해서 회사 기숙사에서 혼자 지내는것도 처량하다며 이사오라며 날 볶아데기 시작했다.
지금 이사가면 2년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그땐 정말 서울로 올라오고싶어도 함부로 올 수 없다는걸 잘 알기에 계속 남편을 설득시키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찰나 공교롭게도 남편이 자다 침대에서 낙상해서 오른쪽 팔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났다.
4시간의 수술후 내 얼굴 보자마자 또 조르기 시작했다.다행히 추석전날수술을해서 시댁에 애들을 맞기고 일주일 동안 남편옆에서 간호를 해 줄 수 있었다.그리고 방학동안은 내려가 지낼테니 좀만 버티라며 신랑을 다독엮다.
남편 수술후 난 정말 완전 나쁜 부인으로 낙인찍히며 남편한테 온갖말을 다 들으며 혼자 가슴 앓이를 했다.평일에 전화할때는 물론이고 주말마다 집에와서도 한숨만 쉬고 아프다고 그리고 이젠 버스타는것도 힘들다는둥 정말 내 신경을 곤두 세우는 말들만했다.
당연히 서로 얼굴 붉히는 횟수도 잦아졌다.
지난주말 역시 평일 내내 거주지 문제로 싸웠던 터라 막상 주말에 얼굴보니 또 이남자가 뭐라 말할지 겁도 나고 남편 얼굴만 봐도 답답했다.
그래도 한편으론 주말에만 제집에 와서 편히 쉬는건데 분위기좀 바꿀만한게 없나 생각하다가 독서논술지도사수업시간에 과제로 냈던 창작시가 생각났다.
그리고 얼른 컴퓨터를 켜서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창작한 시라며...
대충 읽는가싶더니 "좀 잘 썼네! 다른 놈 생각하며 쓴건 아니지?"한다.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은걸 참고 눈만 흘겼다.
일요일 오후 다시 지방으로 가야하는 남편을 터미널에 태워주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창작시 문자로 찍어 보내란다. 심심한데 차안에서 다시 읽어보고싶다고...
문자로 남기기는 창피하니까 그냥한번 읽어준다니까 굳이 문자로 넣어달라 몇 번을 얘기하며 끊어버린다. 하는수 없이 문자로 보내줬더니 한참후 남편에게서 답변이 왔다.
'힘들어! 그래도 참아봐야지.나중에 늙어서는 고향에서 살게 그땐 고집피우지마 응?
나이들었는가보다.
주책없이 눈물이 난다.
나도 사랑받고 살고 있구나!'
그러면서 친구 몇몇에게 문자전송해서 자랑도 했단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갑자기 머리속이 까맣게 되는거 같았다.
"자기야 제발 그러지마! 나 너무 창피해!!!"
울 신랑 왈" 부인한테 이런 창작시 선물 받은 남편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되겠어? 꼭 그대여야 한다며? 앞으론 내말 좀 잘 듣고 나 회사 홈피에도 올리고 싶은데!!"
집에서 보여줬을땐 시큰둥하더니 이남자 너무 감명받았나보다.
2달동안 거주지 문제로 남편과 신경전을 벌이며 어떤 말로도 남편이 내 맘을 이해해주지 않았었는데 이 한편의 시가 남편의 마음한켠을 따뜻하게 녹여준 것이다.
남편이 이리 좋아하니 나또한 너무 기쁘다.그리고 내 고민까지 해결해 주고...
월요일 아침 한 장의 사진이 핸드폰으로 와서 클릭해보니 사무실 자기책상이 있는자리를 찍어 보낸것이다.자세히보니 책상중앙에 A4용지가 붙여있다.
내가보낸 창작시를 힘들때마다 읽을거라며...
비록 유명한시인의 세련된 말솜씨는 아니지만 이 한편의 시로 내 남편이 이렇게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하니 기쁘지 않을수가없다.
그리고 이런 시를 쓸수 있도록 기회를주신 독서논술지도사 선생님께 넘 감사하다.
꼭 그대여야 합니다.
김민정
나만의 보금자리 만들때
내옆에 있어야 할 이
꼭 그대여야 합니다.
내가 아이낳아 품에 않는날
내옆에 있어야 할 이
꼭 그대여야 합니다.
내 아이 첫발 내딛을때
내옆에 있어야 할 이
꼭 그대여야 합니다.
세월지나 백발되어
지난추억 꺼내볼때
내옆에 있어야 할 이
꼭 그대여야 합니다.
그대 꿈꾸듯 눈 감는날
그대옆에 있어야 할 이
꼭 제가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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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창작시
7기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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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5
13.10.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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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이렇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말로 준 상처는 백 년을 가지만, 글로 준 상처는 만 년을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말로 한 사랑은 백 년을 가지만, 글로 나눈 사랑은 만 년을 간다는 말이 되겠죠? 백 년 만 년 알콩달콩 사랑이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요?
내 아이들에게 칭찬이 인색했던 저를 반성해봅니다.
정말로 액자로 제작하셔야 할 것 같아요. ^^
이 시한편으로 남편의 마음한켠이 따뜻해져서 넘 감사할 따름입니다.
액자단체주문 들어갈까요?ㅋㅋㅋㅋ
진솔하고 삶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예쁜 글 잘 읽었어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