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곡을 암기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니면 완전히 암기할만큼 반복연습을 하라는 의미인가요?
제가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다가 재즈의 매력에 빠져서 베이스를 배우게 됐습니다.
그런데 클래식 피아노에서는 곡을 통달할 정도로 암보하는 게 중요한데
재즈는 꼭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런데도 곡을 철저히 암기하는 게 중요한가요?
A1) 클래식이든, 팝이든, 재즈든, 가요든 곡을 암기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단 훨씬 유익합니다.
음악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죠.
재즈 곡을 암기한다는 것은 첫째 '곡 멜로디'를 외우는 것이고, 둘째 '코드 진행'을 외우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각 코드 진행에서 멜로디와 코드 간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외우면 더욱 도움이 되겠죠.
같이 합주도 하고 셋리스트를 만들어서 팀으로 공연을 한다면 미리 어떤 곡을 연주할지 알고 하겠지만,
일반적인 재즈 클럽에서 긱이나 잼을 한다면 무슨 곡을 연주하는지 모르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최근 몇 년간 재즈홀릭 팀 이외의 다른 재즈 공연은 무슨 곡을 연주하는지 알고 간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곡을 연주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는 저는 첫 한 코러스를 연주할 때 곡 전체의 코드 진행을
연주하면서 다 외워버립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궁금해 하실지 모르겠지만 1. 이론을 많이 알고, 2. 많은 곡 들을 경험하면
코드 진행을 외우는 능력도 늘어납니다.
왜 코드 진행을 외워버리고 연주를 하느냐 하면, 악보를 보고 연주할 수도 있고 실제로 악보를 보기도 하지만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 보다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것이 연주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컴핑(반주; comping)이나 솔로잉 어디에나 적용되는 내용이죠.
저는 학생을 가르치지 않지만, 어쩌다 한 번씩 베이스 연주에 관해 도움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목표를 줍니다.
그게 뭐냐하면 '눈을 감고 연주하기' 입니다.
유명한 연주자들 자세히 관찰해 보시면 악기나 지판을 보면서 연주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악보까지 보지 않아도 되면 진짜 눈 감고 내 연주 내용에만 집중해서 연주할 수 있는 것이지요.
Q2) 유튜브 카피 영상을 보면 악보를 보면서 하는 사람보다는 안 보고 연주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그것은 일일이 외운 결과이겠지요?
A2) 카피(transcription)는 일반 곡 외우기와 약간 성향이 다릅니다.
재즈쪽에서 카피를 한다는 것은 곡 멜로디를 외운다기 보다 솔로잉이나 즉흥연주를 카피해서 외운 다음에 똑같이 연주한다는 것인데
인터넷이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이것이 유익하다, 유익하지 않다 하며 갑론을박 의견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의견으로는 '카피는 유익하다'는 의견입니다.
사실 공연을 앞두고 연주 혹은 즉흥연주에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가장 짧은 시간에 좋은 품질의 즉흥 연주를 관객에게 들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카피해서 연주하는 것입니다.
둘째 의견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데, 카피만 많이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입니다.
훌륭한 연주를 카피해서 거의 비슷하게 연주한다고 그사람의 즉흥연주 실력이 늘어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카피해서 악보 남기고 거의 똑같이 연주하면 당연히 그 사람의 연주 내용을 따라하면서 실력이 느는 부분이 있지만,
그 카피한 것을 분석하고, 나누고, 부분들을 연습하고, 다른 곡에 적용하고 하는 '씹어 먹는' 과정이 없으면
다른 곡에서 그 카피한 내용을 적용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고, 1~2년만 지나도 카피한 내용을 거의 다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카피는 많이 하는 것보다, 카피한 내용을 나누고 분석해서 연습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더욱 중요합니다.
Q3) p.s. 제가 레슨을 몇 번 받아봤는데
여러 선생님이 공통적으로 언급하시는 게 릭의 암기와 활용이었습니다.
자신도 초보일 때는 아무 생각없이 릭을 달달 외웠었는데
어느 순간 활용을 하지 못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비로소 초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하더랍니다.
박진욱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A3)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 땐 당연히 릭을 외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A2에서 언급했드시 릭을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릭을 어떤 곡에서든 적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길이가 긴 (2~4마디) 릭을 외우는 것보다 짦은(1박, 2박, 한 마디 등) 릭을 우선 외우고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어떤 곡의 어떤 부분이든 릭을 끼워 넣고 사용하기가 편하니까요.
어떤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은, 예로 하모닉 마이너 스케일을 누군가 안다고 하면,
시험지에 A harmonic minor 스케일 음들을 나열하시오 하는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그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하모닉 마이너를 여러 곡의 여러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배우고 익혀서 실제 연주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그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