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
<부제:장무상망長毋相忘>
인묵 김형식
설원 가운데에
갈필로 그린 소나무 두 그루
비스듬히 앉쳐놓은 토담집
왼쪽에 잣나무 두 그루
오른쪽 상단에
세한도歲寒圖라 쓰고
그 옆으로 우선시상藕船是賞, '상적이 이것 보시게'라 적고
그밑에 늙은 소나무 가지 길게 꺼내 받혀 들고
오른쪽 하단에는
오래오래 우리 서로 잊지 말자며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 새긴 인장을 찍는다
연경에 다녀올 때마다 위리안치圍籬安置 된 유배지를 찾아준 제자 이상적,
그가 나의 오래된 스승과 벗으로부터 구해 온 책과 반가운 소식 전해줄때 이 빠진 늙은 호랑이 끄억끄억 눈물로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라 새긴 낙관
꾹 눌러 찍는다
우선이 이 그림을 들고
청나라 연경에 가서 보이니 열여섯 문사들이 강남제비 반기듯 앞다투어 제화시題畵詩 더하고 더하니 그 길이가 14미터에 이르네
세한도에는 바람이 없다
설한풍 이미 지나간 후였다
세한연후歲寒然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른 절개를 볼 수 있다는 옛 성인 태사공太史公과 공자孔子의
진언을 빌려 사제지간의 우정을 오롯이 담아낸 추사의 세한도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 李尙迪(1803~1865): 호는
우선藕船,시인, 역관
*長毋相忘:우리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