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시대, 한 스님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고 있는데,
멀리서 농부가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와
스님을 다급하게 불러 세우면서
"자장 스님을 아시는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내가 자장'이라고 말 하자
넓죽 엎드리며 자신이 스님을 만나려고
두 달 이나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스님이 "왜 저를 만나려고 하는지요?" 물었다.
"스님이 세상일을 꿰뚫어 보신다고 들었다."고 하자,
스님은 웃으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사람을 잘 못 본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농부는 스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한 번 만 자신의 얘기를 들어 달라고 애원하여
자장 스님은 젊은 농부의 얘기를 듣게 된다.
자신은 저 산꼭대기 밑에 있는 외딴집에서
4대 째 살고 있는데, 괴이 하게도 나이 사십 만 되면
식솔 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면서,
자기 나이가 38세 인데 겁이나 죽을 지경 이라고 말 한다.
그러자 "점이라도 봐 달라는 얘기 인가?"
하자 무당도 불러서 굿도 여러 번 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한다.
스님은 일단 집에 한번 가 보기로 한다.
스님은 안방, 부엌, 헛간 등 집안 곳곳을
둘러보고 자기가 보기 에는 별다른 게
없는 것 같다고 농부 에게 말했다.
그러자 "어째서 식구들이 단명하는지요?"라고 묻자
스님은 답은 필시 가까이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날이 너무 무너위 더우니 물이나 한 잔만 달라고 한다.
농부는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 부리나케 달려 왔다.
자장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는 깜짝 놀라면서
"여태껏 이 물을 마셨단 말 이오?"라고 말한다.
그러자 태어나면서부터 이 물만 마셨다고 한다.
스님은 "물맛 을 보니 이 물은 쇳가루가 많이 녹은 물 이오.
그러니 단명을 하는 것이니 내일 부터는 아랫마을에서
물을 길어다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말 했다.
스님덕분에 젊은 농부는 건강하게 살았다고 한다.
▶우리가 찾는 답은 늘 까이 있는 경우가 많다.
등하불명(燈下不明) 등잔불 아래가 어둡고,
기우멱우(騎牛覓牛) 소를 타고 있으면서 소를 찾는 격이니
어떤 문제가 있으면 가까이 또는 내 마음에서 찾아 볼 일이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 뜻은
중생들은 자기가 본래 부처이면서
부처인줄을 모르고 자기 밖 엉뚱한 곳에서
부처를 찾는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고승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