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https://v.daum.net/v/20230817041012880
사각사각, 벌레가 나뭇잎을 먹는다. 쑥쑥 자라나는 벌레가 대견해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는 나뭇잎, 송송 뚫린 나뭇잎 구멍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바람이 들어오고 빗방울이 들어오고…… 숲은 날마다 풍성해진다. 벌레 먹은 나뭇잎, 그 상흔(傷痕)을 최병해 시인은 다음과 같이 패러디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 함부로 밟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네 속살로 남을 먹여 살린 적이 있느냐?” * 남을 먹여가며 살아가는 나뭇잎, 그 아름다운 상처를 올려다본다.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눈부시다.
*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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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단상(斷想)으로, 2024년 7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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