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는 흥미롭다. 풍요롭다. 그리고 맛있다. 남도여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맛’이라기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도 결국 ‘맛’에 닿는다고 해야 할까. 어찌되었건 남도를 두고 ‘맛’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중 순천만과 광양만 사이 위아래로 길게 뻗은 여수는 손에 꼽히는 식도락의 땅이다. <식객>의 허영만
선생이 태어난 땅이라고 덧붙이는 건 억지일까.
![여수 여자만 갯벌의 해질녘](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29%2F1340829_image2_1.png%3F%26name%3Dimage2%26index%3D1)
여수 여자만 갯벌의 해질녘. 넉넉한 어미처럼 모든 것을 품어줄 것만 같은 갯벌과 닿은 여수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먹을거리들이 넘쳐난다.
어쩌면 남도의 풍요로움은 갯벌에서 시작하는 것일지도
풍요로운 남도의 맛, 여수에서 시작합니다!
전국의 미식가치고 여수땅을 밟지 않은 이가 있을까. 남해안의 항구도시면서
호남의 곡창지대와 닿는 곳. 앞서 설명한 구불구불 리아스식 해안선과 317개의 크고 작은 보물섬을 품은 여수에는 여름에만 맛볼 수
있다는 별미, 갯장어가 있다. 서대회, 군평선이(금풍쉥이)를 비롯한 다른 별미도 빼놓을 수는 없다. 모두 남도와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요리다.
갯
장어는 이렇게 생겼다. 장어와 비슷한듯 하지만 가만 살펴보면 위아래 이빨이 발달한 것을 알 수 있다. 위턱이 아래턱보다
튀어나왔는데 이런 구강구조 때문인지 닥치는대로 물어댄다. '하모(はも)'라고 이름 붙은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잘 물어대는
특성 때문에 수족관에서 동료의 몸통을 물고 있기도 한다고. 상처가 나면 흰살이 분홍색이 되고 맛도 떨어진다.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
갯장어라. 들어보긴 했으나 감이 안온다면? 하모, 라면 어떤가. 기억나는가.
하모가 바로 갯장어다. 본명보다 일본 이름인 ‘하모(はも)’로 더 알려졌다. ‘뭐든지 잘 문다’고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はむ)’에서 나왔단다. 갯장어보다 익숙한 하모, 모두 같은 갯장어다. 식당에 가도 메뉴판에 ‘하모사시미’,
‘하모유비끼’라고 적혀 있으니 알아둘 이유가 있다. 이쯤 궁금해진다. 어째서 그는 ‘하모’로 더 유명해졌을까.
우선 갯장어가 많이 나는 곳을 알아보자. 전남 여수 경도(鏡島)와 그 이웃인
고흥 하도(鰕島)가 대표 산지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순천만과 여자만, 그리고 가막만 등 광활한 갯벌 자락에 자리한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예로부터 풍부하고 다양한 어획으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갯장어가 많이 났다고 알려진다. 일제강점기, 이 풍부한
어족자원을 그들이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일본에서는 여름 보양식으로 갯장어를 최고로 친단다. 해방 후에도 갯장어 주 소비국은
일본이었다.
갯장어는 주낙으로 낚는다. 주낙은 전어 등의 생선을 꿴 낚시를 바닥까지
던져놓고 한참을 기다렸다 다시 끄집어내는 원시적인 방식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수작업이다. 설명만으로도 고되다. 장어는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그를 잡으려면 밤잠도 잘 수 없다. 일제강점기 갯장어 잡이는 누구의 몫이었을까. 맛보는 것은? 한국에서 갯장어가
‘하모’로 불리게 된 이유다. 하모전문점에 만난 사장님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뱀과 닮았다고 갯장어를 그리 즐기지는 않았다”며
“한국에서 갯장어를 맛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즈음”이라고 설명했다. 조금은 위로가 된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맛볼 수 있는 보양식
[왼쪽]포를 뜬 갯장어에 칼집을 여러번 낸 다음 갯장어 뼈와 내장으로 육수를 고아낸다. 이 육수를 끓여가며 갯장어를 살짝 데쳐 먹는 것이 바로 하모유비끼다. 팽이버섯과 부추 등의 야채도 함께 데쳐서 간장 소스를 찍어 갯장어와 함께 먹는다
[오른쪽]육수에 아주 살짝만 데친다. 칼집 덕분인지 갯장어는 육수에 들어가자 마자 팝콘처럼 활짝 피어난다. 아주 살짝 데치는 것이 포인트
자, 이제 갯장어를 맛볼 시간이다. 우선 갯장어 회다. 촘촘한 잔가시를
없애기 위해 잘게 썰어낸다. 잘게 썰었다고 해도 힘 좋은 갯장어 살이 워낙 단단해 입안에서 제법 씹어야만 한다. 달고 고소한 맛이
천천히 입안 구석구석 스며든다. 간혹 회를 최고로 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살짝 데쳐 먹는 ‘유비끼’를 첫손에 꼽는다.
하모유비끼. 우리말로 풀자면 ‘갯장어 샤브샤브’ 쯤 되겠다. 좀더 설명하자면 포 뜬 후 잘게 칼집을 낸 갯장어를 그 뼈와 내장을
우려낸 육수에 살짝 익혀 간장 소스에 찍어먹는 요리다.
장어를 고아낸 육수를 끓여가며 먹기 좋게 손질된 갯장어를 아주 살짝 데쳐
먹는다. 몇 초간의 짧은 입수(?)에 칼집을 낸 갯장어가 벚꽃처럼 피어난다. 부추며 버섯이며 각종 야채도 함께 끓는 물로 낙하!
깻잎이나 상추에 이들을 올린다. 간장소스도 기억하자.
[왼쪽]살짝 데친 갯장어를 간장소스에 콕 찍어서 야채를 올린다. 입맛대로 막장에 고추까지 얹어서 맛보는 건 어떨까. 간장 소스만으로는 갯장어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른쪽]갯장어를 모두 먹은 후에는 육수에 죽을 끓여서 식사로 대신할 수 있다. 취향에 따라서 국수 사리나 라면 사리로 대신할 수도 있다
5월부터 시작해 한 여름을 지나 11월 초까지 맛볼 수 있는 갯장어는 여름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는 여름에 얼마만큼 갯장어를 먹어 두었느냐에 따라 그해 겨울 몸 상태가 달라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갯장어는 봄이 되면 남해안으로 이동해 모래나 뻘에 산다. 덕분에 살이
단단해졌다고 한다. 비슷한 장어로 붕장어가 있다. ‘아나고’로 더 유명하다. 붕장어는 갯장어보다 가격도 싸고 사시사철 잡힌다.
갯장어가 더 전투적으로 생겼고 붕장어는 더 기름진 맛을 낸다. 맛볼 수 있는 기간도 짧고 성격도 까다로운 갯장어가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귀한 갯장어, 어디서 맛볼까?
![막장](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33%2F1341533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간장소스는 물론 막장도 나온다. 취향대로 먹으면 된다. 물론 간장소스에 살짝 찍어 맛보는 것도 잊지 말자
진짜 갯장어를 맛보고 싶다면 국동항에서 배를 타고 경도로 가자. 작은
섬이지만 여름이면 몸보신 하러 찾아온 전국의 식도락가들 덕분에 몸살을 앓는다. 이유는? 갯장어를 잡아들이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고흥에 하도가 있다면 여수엔 경도가 있다. 이 두 개 섬이 바로 갯장어 잡이의 쌍두마차. 당연히 맛볼 곳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경도 경호동에 자연횟집(061-666-3236), 경도회관(061-666-0044) 등이 있다. 찾아드는 이가 많아서일까. 배를
타기 전 국동항에도 청정바다웽이(061-641-7159) 등 전문점들이 들어섰다. 어디서 맛볼까, 이만큼 신나는 고민이 또 어디
있을까.
예상했겠지만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갯장어 회는 4~6만원, 유비끼는
5~8만원 선. 성인 3명이서 5~6만원 정도면 갯장어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갯장어를 다 먹은 후 육수에 끓여 내오는 죽도
뺴놓지 말자. (이미 배는 부르지만) 식사대용으로도 훌륭하다 국수나 라면을 끓여먹을 수도 있다. 담백하면서도 또 씹을수록 기름진
맛도 난다. 갯장어로 여름내 쏟아낸 원기보충 어떤가? 가을맞이 몸보신은?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