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회
한라경 글 ‧ 김유진 그림
깜빡깜빡. 어스름한 새벽, 오늘 상회에 불이 켜졌습니다. 오늘 병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면 주인은 간판에 불을 켜고 삐걱 소리가 나는 작은 문을 엽니다. 주인은 손님이 오기 전까지 작은 병을 반짝이게 닦고 병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합니다. 어제는 있었지만 오늘은 없는 이름도 있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름도 있습니다.
오늘 상회에 하나둘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할머니도 오늘 상회에 왔습니다. 주인은 할머니에게 오늘을 건넸습니다. 할머니는 오랜 시간 이곳에 찾아왔고 주인은 늘 할머니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릴 때, 오늘을 더 달라고 고집부리던 꼬마였습니다.
주인은 떼쓰는 꼬마에게 매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지만 소중하게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린답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오늘이 지났습니다. 눈가와 이마에는 그동안의 오늘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하략) https://blog.naver.com/starry1205/222545927164
만져지지 않지만 존재하는 시간!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뜨고 지는 해를 통해, 초승달 반달 보름달 하현달 등 달의 모양을 통해, 밀물과 썰물 등 바다의 조수간만 차를 통해 감각화 한다. 그런데 여기, 시간을 물질화 시각화 하는 그림책이 있다.
작가는 그림책 <오늘 상회>를 통해 ‘병’에 담긴 ‘오늘’을 이야기한다. 병에 담긴 오늘은 ‘오늘 상회’를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각각의 이름이 적힌 병으로 건네진다. 매일매일 마시는 ‘오늘’, 수없이 많은 ‘오늘’이 사람마다 차곡차곡 쌓여간다.
소중하게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릴 병 안의 ‘오늘’, ‘오늘’은 어떤 맛일까? 어떤 향일까? 어떤 색깔일까? …… 모든 것이 궁금한 오늘, 그 해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바로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오늘’의 맛과 향과 색과 형태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단상(斷想)으로, 2024년 9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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