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는 이런 말이 있단다.
<사람이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을 만든다.>
그 말에 등반가이자 모험가이며 사회사업자인
'콘래드 앵커'의 말이 오버랩된다.
정상을 밟는 것은 빛바랜 꿈이요, 일시적인 목표다.
진정한 목표는 그 지역 사람들과 난롯가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이다.
산은 내게 겸손을 가르쳐 주었지만 이 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은
관용과 존경심 그리고 자비를 가르쳐 주었다.
네팔의 오지 사람들에게서 느낀 그의 심사, 낯설지 않다.
그것이 길이건, 정상이건 사람이 있기에 빛나는 것이므로.
산에 든다.
대체로 무심한 듯 하지만 설렘도 여전하다.
그 길에 마음 두어지는 것은 결국 사람.
산자락, 산장이며 식당이며 그 마음 아니지만
산 길 동행하는 사람, 그리고 혼자 가는 사람
머물러 달빛 고고하다 무언의 공감하는 사람,
그리 길 만들고 함께 걷는 사람이 없어도...
그 길의 끝, 나도 산사람으로 작은 길 하나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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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에 이른 아침을 먹고
새재의 키높은 소나무 밭을 헤쳐 산에 든다.
또렸한 길.
사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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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골삼거리를 지나 쉬어간다.
편안한 산길이지만 날도 추어 응달의 한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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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분의 필체일까?
사뭇 주인공이 그리운건 인적이 끊인 산에서 느끼는 고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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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물 떨어지는 소리, 아무 소리도 없다.
그 시선에 담긴 것은 무엇일까.
바람일까?
그리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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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골은 크지도 작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싱겁지도 않다.
그저 제격의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찾는 이의 마음에 보드랍게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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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의 어디메 즈음 환하게 트인 하늘 이고
수줍은 듯 포말이며 낙하하는 눈가루들.
아뿔싸. 저도 서운타 할텐데.
말없는 저도 제 격으로 그림 그리거나 시 지어줄 이를 기다린 것을.
아쉽지만 그런 경지는 감히 나의 몫이 아닌 것이니 공연한 헛심 말고
무명의 서체가 기다렸음에 틀림없는 어느 선비의 글이나 읽어볼까?
7부능선에 앉으니 석양이 얼굴을 비춘다. 거대한 바위가 마치 산마루 같다.
바다가 흘러 내려온다. 물굽이는 세번을 굽이쳐서야 비로소 바닥을 짓씹는다.
물줄기가 움푹 들어갔다가 소용돌이를 치며 일어나는 모습은 마치 고사리순이 주먹을 말아쥔 것만 같다.
용의 수염 같기도 하고 범의 발톱 같기도 하여 움켜쥘 듯 하다가는 스러진다.
내뿜는 소리가 흘러 내려 하류로 서서히 넘치더니, 주춤하다가는 다시금 내뿜는 것이
마치 숨을 헐떡이는 것만 같다.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까 나 또한 숨이 차다.
이윽고 잠잠해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하더니 조금 있자 더욱 거세게 쏟아져 내린다.
바지를 정강이까지 걷어붙이고 소매는 팔꿈치 뒤로 말아올리고 두건과 버선을 벗어
깨끗한 모래위에 던져두고 둥근 돌에 엉덩이를 고여 고요한 물가에 걸터 앉았다.
작은 잎이 떴다 가라앉는데 배 쪽은 자줏빛이고 등쪽은 누런 빛이었다.
흰눙리 엉겨 돌을 감싸니 이들이들한 것이 마치 눈사람 같았다.
두 손으로 허위적거리자 물빛만 있고 내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눈꼽을 씻으며 얼굴의 술기운을 깨노라니, 때마침 가을 구름이 물 위에 얼비쳐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는구나.
실로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묘사가 아닌가.
말마따나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요, 한 편의 시다.
박제가의 '묘향산소기(妙香山小記)' 중의 이 절창이 더욱이 약관의 나이에 떠난
열흘간의 묘향산 탐승의 길에 만폭동에 이르러 나온 것이라니 역시 예사 인물은 아닌가 보다.
그 자리, 옛사람 흥취에 취해 한참을 머물러 가려니
겨울 구름, 내 정수리에도 머물러 어루만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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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바람 소슬하나 선선하여 이내 봄인가 생각고
어여오라 다정한 손짓에 걸음도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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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잇는 비경에 걸음도 가뿐한데 가다 서고 가다 서고
걷는 것 보다 머물러 마음에 담는 시간이 길다.
어쩔 것인가.
선계에 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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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본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할 소중한 것.
흐르는 물 처럼 흐르는 세상의 꿈도 가두어 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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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가와 나란히 서서는
말없이 웃어주는 사람이 그리울 수 있을까.
선계의 비경에 취한 갈짓자 걸음에
도포 자루며 아무러나 벗어 놓고 세월아 네월아 하였으니 시간도 한참을 흘렀구나.
꿈이라면 이제 그만 깨어야지.
치밭목 갈림길에서 골을 벗어나 능선을 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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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긴 걸음이었으니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취하는
시원한 술 한잔, 성불의 길로 무이무삼하리요.
산을 덮어 오는 구름만이 연신 제 몫일 뿐,
도끼자루야 썩으라고 마련된 줄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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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간다.
바람도 자는 보름의 밤.
산하를 비추는 달빛에
별도 숨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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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워 산야를 비추인 달도 이제 그만 쉬어야 하는 것.
허리춤 용케 붉어오는 기운을 어이 모른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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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떠오른다.
그리운 님이 다가 오기라도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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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아침 휴식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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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르는길
저산자락 사람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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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차수(次修)의 <묘향산소기> 맺음말이 옳다.
무릇 유람이란 흥취를 위주로 하나니, 노님에 날을 헤아리지 않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머물며, 나를 알아주는 벗과 함께 마음에 맞는 곳을 찾을 뿐이다.
저 어지러이 떠들썩하는 것은 나의 뜻이 아니다.
대저 속된 자들은 선방에서 기생을 끼고 시냇가에서 풍악을 베푸니,
꽃 아래에 향을 사르고 차 마시는 데 과일을 두는 격이라 하겠다.
어떤 이가 내게 와서 묻는다.
"산속에서 풍악을 들으니 어떻습니까?"
"내 귀는 다만 물소리와 스님이 낙엽 밟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오."
by 모모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