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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산 윤선도(尹善道)
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선조 20)~1671(현종 12).
조선 중기의 문신·시조작가.
윤선도의 글씨/〈명가필보〉에서
정철·박인로와 더불어 조선 3대 시가인(詩歌人)의 한 사람으로, 서인(西人) 송시열에게 정치적으로 패해 유배생활을 했다.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해옹(海翁). 부정공(副正公) 유심(唯深)의 둘째 아들이었는데, 8세 때 백부인 관찰공(觀察公) 유기(唯幾)의 양자로 가서 해남윤씨의 대종(大宗)을 이었다. 11세부터 절에 들어가 학문연구에 몰두하여 26세 때 진사에 급제했다. 1616년(광해군 8) 이이첨의 난정(亂政)과 박승종·유희분의 망군(忘君)의 죄를 탄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를 당해, 경원(慶源)·기장(機張) 등지에서 유배생활을 하다 1623년 인조반정이 일어나 풀려났다. 고향인 해남에서 조용히 지내던 중 1628년(인조 6) 봉림(鳳林)·인평(麟坪) 두 대군의 사부가 되면서 인조의 신임을 얻어 호조좌랑에서부터 세자시강원문학(世子侍講院文學)에 이르기까지 주요요직을 맡았다. 그러나 조정 내 노론파의 질시가 심해져 1635년 고향에 돌아와 은거했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가복(家僕) 수백 명을 배에 태워 강화로 떠났으나, 이미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남한산성을 향해 가다가 이번에는 환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을 등질 결심을 하고 뱃머리를 돌려 제주도로 향해 가던 중 보길도의 경치를 보고 반해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하고 여생을 마칠 곳으로 삼았다. 1638년 인조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죄로 영덕(盈德)으로 유배를 당해 다음해 풀려났다. 보길도로 돌아와 정자를 짓고 시(詩)·가(歌)·무(舞)를 즐기며 살았으며, 효종이 즉위한 이래 여러 차례 부름이 있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무민거(無憫居)·정성당(靜成堂) 등 집을 짓고, 정자를 증축하며, 큰 못을 파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1659년 효종이 승하하자 산릉(山陵)문제와 조대비복제(趙大妃服制)문제가 대두되었다. 남인파인 윤선도는 송시열·송준길 등 노론파에 맞서 상소로써 항쟁했으나 과격하다고 하여 삼수(三水)로 유배를 당했다. 1667년(현종 9) 그의 나이 81세에 이르러 겨우 석방된 뒤 여생을 한적히 보내다가 1671년(현종 12) 낙서재(樂書齋)에서 세상을 마쳤다. 그는 성품이 강직하고 시비를 가림에 타협이 없어 자주 유배를 당했다. 한편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풍류인이기도 했다. 특히 그가 남긴 시조 75수는 국문학사상 시조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진다. 그의 시문집으로는 정조 15년에 왕의 특명으로 발간된 〈고산유고〉가 있다. 이 시문집의 하별집(下別集)에 시조 및 단가 75수가 〈산중신곡 山中新曲〉 18수, 〈산중속신곡 山中續新曲〉 2수, 기타 6수, 〈어부사시사 漁父四時詞〉 40수, 〈몽천요 夢天謠〉 5수, 〈우후요 雨後謠〉 1수 순서로 실려 전한다. 〈산중신곡〉 18수 가운데 〈오우가 五友歌〉는 물·돌·소나무·대나무·달을 읊은 시조로 널리 애송되었다. 〈어부사시사〉는 효종 때 부용동에 들어가 은거할 무렵에 지은 것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을 각각 10수씩 읊었다. 그의 시조는 시조의 일반적 주제인 자연과의 화합을 주제로 담았다. 우리말을 쉽고 간소하며 자연스럽게 구사하여 한국어의 예술적 가치를 발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숙종 때 이조판서(吏曹判書)에 추증되었다. 시호는 충헌(忠憲)이다.
五友歌(오우가)
1642년(인조 20)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하면서 지었다. 서사(序詞)에 해당하는 첫 수와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에 대한 각 1수씩으로 되어 있다. 둘째 수는 구름·바람과 비교하여 물의 그침 없음을 노래했다. 셋째 수는 꽃·풀과 비교하여 바위의 변함없음을 노래했다. 넷째 수는 꽃 피고 잎 지는 나무와 달리 눈서리를 모르는 소나무의 뿌리 깊음을 노래했다. 다섯째 수는 나무도 풀도 아니면서 곧고 속이 비어 있는 대나무의 푸르름을 노래했다. 여섯째 수는 작지만 밤에 높이 떠서 만물을 비춰주는 달의 말없음을 노래했다. 자연관찰을 통해 의미를 끄집어내고 그것을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과 연결해 생각하도록 언어화했다. 이 노래에서는 인간의 보편적 덕목보다는 특별히 신하로서의 도리, 즉 충(忠)의 개념이 우선시되고 있다. 충의 지속성·불변성·강인성·절조성·불언성(不言性)을 자연물에 대입하여 윤선도의 충에 대한 의지와 정신을 대변했다. 조윤제가 "시조가 이까지 오면 갈 곳까지 다 갔다는 감이 있다"라고 극찬했던 이 시조는 윤선도의 시조 가운데서도 백미로 평가된다. 〈고산유고 孤山遺稿〉 권6 하권에 실려 있는 〈산중신곡 山中新曲〉의 1~6번째 수로 기록되어 전한다.
내 버디 몃치나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
東山(동산)의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水>
구룸빗치 조타 하나 검기랄 자로 한다
바람 소래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난 믈뿐인가 하노라
<石>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하야 프르난 닷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산 바회뿐인가 하노라
<松>
더우면 곳 피고 치우면 닙 디거
솔아 너난 얻디 눈서리랄 모라난다
九泉(구천)의 불희 고단 줄을 글로 하야 아노라
<竹>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
뎌러코 四時(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
<月>
쟈근 거시 노피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光明(공명)이 너만하니 또 잇나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 현대어 전문 풀이
[1]
나의 벗이 몇인가 헤아려 보니 물과 돌, 소나무와 대나무로다.
게다가 동쪽 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 더욱 반가운 일이로구나.
그만 두자, 이 다섯 밖에 다른 것이 더 있은들 무엇하겠는가?
[2]
구름의 빛깔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가 맑게 들리지만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그칠 적이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3]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져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르러지자 곧 누른 빛을 띠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4]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우면 나뭇잎은 떨어지는데,
소나무여,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에도 변함이 없는가?
그것으로 미루어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쳐 있음을 알겠노라.
[5]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 또 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
저리하고도 네 계절에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6]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바추니
한밤중에 광명이 너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느냐?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
[이해와 감상]
윤선도(尹善道)가 56세 때 해남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산중신곡(山中新曲)》속에 들어 있는
6수의 시조로,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을 다섯 벗으로 삼아 서시(序詩) 다음에
각각 그 자연물들의 특질을 들어 자신의 자연애(自然愛)와 관조를 표백하였다.
이는 고산 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으로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어 시조를 절묘한
경지로 이끈 백미편(白眉篇)이다.
[서시]
'오우가(五友歌)'의 서시로서, 초, 중장은 문답식으로 다섯 벗을 나열하였다.
자연과 벗이 된 청초하고 순결한 자연관을 고유어의 조탁(彫琢)으로 잘 표현하였다.
작자의 동양적 체관(諦觀)을 발견할 수 있다.
[水]
'오우가(五友歌)' 중 물의 영원성을 기린 노래이다.
구름과 바람은 가변적(可變的)이요 순간적(瞬間的)이라 한다면,
물은 영구적(永久的)이다. 물은 구름이나 바람과 달리 깨끗하고 항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산(孤山)이 좋아하는 자연이 되고 있다.
[石]
'오우가(五友歌)' 중 바위의 변하지 않는 생명성을 찬양한 노래이다.
꽃이나 풀이 가변적이고 세속적이라 한다면, 바위는 영구적이요 철학적이다.
꽃이나 풀이 부귀 영화의 상징이라면, 바위는 초연(超然)하고 달관한 군자의 모습이다.
[松]
'오우가(五友歌)' 중 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름에서 꿋꿋한 절개를 느껴 찬양한 노래이다.
소나무는 역경에서도 불변하는 충신 열사(烈士)의 상징으로 여긴다.
여기에서도 절의의 상으로서의 소나무를 칭송하면서, 자신의 강직한 고절(高節)을 나타내었다.
[竹]
'오우가(五友歌)' 중 대나무의 푸름을 찬양하여, 아울러 그가 상징하는 절개를 나타낸 것이다.
대나무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옛 선비들의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月]
'오우가(五友歌)' 중 달(月)을 노래한 것인데, 달이란 작은 존재로 장공(長空)에 홀로 떠서 세상만 비출 뿐
인간의 미, 추, 선, 악을 꼬집지도 헐뜯지도 않아 좋다고 했다. 이는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치
않았다고 해서 반대파들로부터 논척을 받고 영덕에 유배되기까지 한 고산(孤山)으로서는 말없이 장공에 떠서
보고도 말 아니하고 오직 세상만 골고루 비춰 주는 달만이 벗이라고 할 만하다.
<백과사전>
(어부사시사 - 추사3)
백운(白雲)이 니러나고 나모긋티 흐느낀다
돋 다라라 돋 다라라
밀물의 서호(西湖) 혈믈의 東湖(동호) 가쟈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白頻紅蓼(백빈홍료)난 곳마다 景(경)이로다.
<현대어 풀이>
흰 구름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西湖 가고 썰물에 東湖 가자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흰 마름 붉은 여뀌꽃 곳마다 아름답다
<낱말 풀이>
흐느낀다 : 흔들린다. 혈믈 : 썰물. 빠져 나가는 물(汐). 白頻紅蓼(백빈 홍료) : 강가에 나는 흰 마름꽃 붉은 여귀꽃. 景(경)이로다 : 경치로구나.
<내용 이해>
흰 구름이 일어나고 바람이 불어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물결이 밀어 올 때는 서호로 가고, 나가는 조수에는 동호로 가자. 찌그덩 찌그렁 엇사, 흰 마름꽃과 붉은 여귀꽃은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경치다.
나무 끝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일어나니 돛을 달아라. 조수(潮水)따라 서호(西湖)도 가고 동호(東湖)도 가자. 어디에 가나 피어 있는 흰 마름꽃과 붉은 여귀꽃은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고 있다.
(어부사시사 - 추사4)
기러기 떳난 밧긔 못보던 뫼 배난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하려니와 取(취)한거시 이 興(흥)이라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夕陽(석양)이 바애니 千山(천산)이 錦繡(금수)로다
<현대어 풀이>
기러기 떠 있는 밖에 못 보던 강 뵈는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취라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석양이 눈부시니 많은 산이 금수 놓였다
<낱말 풀이>
배나고야 : 보이는구나. 바애니 : 눈부시게 비치니.
<내용 이해>
기러기가 떠 있는 저 멀리로 이제껏 보지 못하던 산이 보이는구나. 배를 저어라, 배를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이렇게 못 보던 새로운 경치를 보는 일이다. 찌그덩 찌그덩 엇사, 저녁놀이 눈부시게 비치니 단풍이 곱게 물든 산들이 수놓은 비단같이 곱구나. 배 안에서 흘러가는 먼 경치를 바라보는 흥취를 노래하고 있다. 어부 아닌 어부인 작가에게는 고기보다 경치에만 넋이 쏠려 있는 것이다. 붉게 물든 단풍이 찬란한데 저녁놀이 비치니 이것은 분명 비단을 둘러친 것만 같다.
(어부사시사 - 추사5)
銀唇玉尺(은순옥척) 이몃치나 걸년나니
이어라 이어라
蘆花(로화)에 불부러 갈해여 구어노코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질병을 거우러로혀 박국이에 부어다고.
<현대어 풀이>
크다란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느냐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갈대꽃에 볼을 붙여 골라서 구워 놓고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질흙병을 기울여 바가지에 부어다고
(어부사시사 - 추사6)
녑바람 고이분이 달은돗게 돌아왓다
돋 디여라 돋 디여라
瞑色(명색)은 나아오되 淸興(청홍)이 멀어잇다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어인지 紅樹淸江(홍수청강)이 슬믜지도 아녜라
<현대어 풀이>
옆 바람이 곱게 부니 다른 돗자리에 돌아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두움은 가까이에 오되 맑은 흥은 멀었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단풍잎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아니하다
(어부사시사 - 추사7)
흰이슬 빗겨난대 밝은달 도다온다
배 셰여라 배 셰여라
鳳凰樓(봉황루) 渺然(묘연)하니 淸光(청광)을 눌을줄고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어듸셔 玉(옥)토의 찐난藥(약)을 豪客(호객)을 먹이고쟈
<현대어 풀이>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宮殿이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를 줄꼬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옥토끼가 찧는 약을 快男兒에 먹이고저
(어부사시사 - 추사8)
乾坤(건곤)이 제곰인가 이거시 어듸메오
배 매여라 배 매여라
서풍진 못미츠니 부체하야 무엇하리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두어라 드른말이 업서시니 귀씨셔 무엇하리
<현대어 풀이>
하늘 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바람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들은 말이 없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어부사시사 - 추사9)
옷우희 서리 오대 치운 줄을 모랄로다
닫 디여라 닫 디여라
釣船(조선)이 좁다 하나 浮世(부세)와 얻더하니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내일도 이러 하고 모뢰도 이러하쟈
<현대어 풀이>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와 어떠한가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낱말 풀이>
釣船(조선) : 낚시질하는 배. 浮世(부세) : 뜬 세상. 속세. 진세(塵世). 이리하쟈 : 이렇게 지내자
<내용 이해>
옷 위에 서리가 내리지만 추운 줄을 모르겠다.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고기잡이 배가 좁다 하나 뜬 세상과 비하면 어떠한가? 찌그덩 찌그덩 엇사,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지내야 겠다.
가을 밤 강 위에서 서리에 옷을 적시면서 닻을 내리고 배 안에서 밤을 새우는 것이다. 배 안이 좁다 하나 시비 곡절이 많은 부세(浮世)보다는 낫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배 안에서 밤을 보내려는 것이다. '길사비추(吉士悲秋 : 길사는 가을을 슬퍼한다)'라는 말과 같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던 고산도 가을이 되면서 비회(悲懷)를 가슴에 품지 않을 수 없었는 듯하다. 불우한 정객의 현실도피적이고 절망적인 심정을 엿볼 수가 있다.
(어부사시사 - 추사10)
松間石室(송간석실)의 가 曉月(효월)을 보쟈하니
배 브텨라 배 브텨라
空山落葉(공산락엽)의 길흘 엇지 아라볼고
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白雲이 조차오니 女蘿衣(녀라의) 무겁고야
<현대어 풀이>
솔숲 사이 내 집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空山 落葉에 길을 어찌 찾아갈꼬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흰 구름 따라오니 입은 옷도 무겁구나
----------------------------<冬詞 10수>---------------------------- (어부사시사 - 동사1) 구룸 거둔 후의 핻빋치 두텁거다.배 떠라 배 떠라天地閉塞(천지폐색)호대 바다흔 依舊(의구)하다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가업슨 믉결이 깁편 닷하여 잇다. <현대어 풀이>구름 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도다배 띄워라 배 띄워라천지가 막혔으니 바다만은 여전하다찌거덩 찌거덩 어여차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 고요하다 <내용 이해>구름 걷은 후에 햇빛이 두텁게 비쳐 따뜻하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온 세상이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으나 바다만은 변함이 없다. 찌그덩 찌그덩 엇사, 끝없는 물결은 비단을 펴 놓은 듯 아름답구나. 세상이 다 얼어 붙었으나 바다만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언제나 배를 띄울 수는 없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따뜻이 비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날 배를 띄우고 바다에 나가면 수면은 마치 비단을 펴 놓은 듯 아름답게 보인다. 겨울 바다의 정경을 찬미한 노래다. (어부사시사 - 동사2) 주대도 다슬이고 뱃밥을 박앗는야닫 드러라 닫 드러라瀟湘洞庭(쇼샹동뎡)은 그물이 언다한다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암아도 잇때 漁釣(어됴)야 이만한듸 잇시랴. <현대어 풀이>낚싯줄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닻 들어라 닻 들어라瀟湘江 洞庭湖는 그물이 언다 한다찌거덩 찌거덩 어여차이때에 고기 낚기 이만한 데 없도다 (어부사시사 - 동사3) 여튼 갣 고기들히 먼 소해 다 갇나니돋 다라라 돋 다라라져근덛 낱 도흔제 바탕의 나가 보쟈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밋기 곳다오면 굴근고기 믄다 한다. <현대어 풀이>얕은 개의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느냐돛 달아라 돛 달아라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찌거덩 찌거덩 어여차미끼가 꽃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내용 이해>얕은 개[浦]의 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느냐?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잠깐 동안 날씨 좋을 때 일터(바다)에 나가보자. 찌그덩 찌그덩 엇사, 미끼가 좋으면 굵은 고기가 문다 한다.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얕은 개에 나와 있던 고기들은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랬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찾아가서 좋은 낚시밥을 던지면 겨울 동안 자란 굵은 고기를 낚을 수 있다고 한다. 겨울의 고기잡이 요령을 잘 나타내었다. (어부사시사 - 동사4) 간밤의 눈 갠 後(후)에 景物(경물)이 달랃고야이어라 이어라압희난 萬頃琉璃(만경유리) 뒤희난 千疊玉山(천첩옥산)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仙界(선계)ㄴ가 佛界(불계)ㄴ가 人間(인간)이 아니로다. <현대어 풀이>간 밤에 눈 갠 후에 景物이 다르구나배 저어라 배 저어라앞에는 유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찌거덩 찌거덩 어여차仙界인가 佛界인가 人間界인가 아니로다 <내용 이해>지난 밤에 눈이 개니 경치와 물색이 판이하게 달라졌구나. 배를 저어라 배를 저어라. 앞에 바라보이는 것은 유리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다요, 뒤에 보이는 것은 하얀 눈에 덮여 마치 구슬로 이루어 놓은 것 같은 산이다. 이 아름다운 경치, 여기는 신선들이 사는 곳인가? 아니면 부처님이 계시는 깨끗한 땅인가? 아무튼 사람이 사는 속세 같지는 않구나.겨울이 깊어가니 고기잡이는 할 수 없지만 강촌의 설경이 아름답기 이를 데가 없다. 푸른 바다와 흰 산이 대조되는 이 곳, 만물이 깨끗한 눈 속에 쌓였으니 이는 곧 선경이요, 정토(淨土)임이 틀림없다. (어부사시사 - 동사5) 금을 낙씨두고 뱃때를 두드린다이어라 이어라압내를 건너봇야 몃番(번)인아 혜여본고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어듸셔 無端(무단)한 된바람이 행여 안이 불어올까 <현대어 풀이>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배 저어라 배 저어라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고찌거덩 찌거덩 어여차공연한 된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어부사시사 - 동사6) 날아가는 가마괴들이 몃친아 지나건이돋 디여라 돋 디여라압낄이 어두온이 暮雪(모셜)이 자자졌다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뉘라셔 그 죠흔 鵝鴨池(아압디)에 草本苦(초참목)을 쌋건이 <현대어 풀이>자러 가는 까마귀가 몇 마리나 지나갔느냐돛 내려라 돛 내려라앞길이 어두운데 저녁눈이 꽉 차 있다찌그덩 찌그덩 어여차거위떼를 누가 쳐서 (자취)를 씻었던가 (어부사시사 - 동사7) 丹崖翠壁(단애취벽)이 畵屛(화병)갓치 둘너난듸배 셰여라 배 셰여라巨口細鱗(거구셰린)을 낫그나 못낫그나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아희야 孤舟蓑笠(고주사랍)에 興(흥)겨워 안잣노라 <현대어 풀이>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배 세워라 배 세워라크고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났으나찌그덩 찌그덩 어여차孤舟에 도롱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않았노라 (어부사시사 - 동사8) 믉가의 외로온 솔 혼자 어이 싁싁한고배 매여라 배 매여라머흔 구룸 恨(한)티 마라 世上(세상)을 가리온다至국悤(지국총) 至국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波浪聲(파랑성)을 厭(염)티 마라 塵喧(진훤)을 막난 또다. <현대어 풀이>물가에 외롭게 선 솔 홀로 어이 씩씩한고배 매어라 배 매어라험한 구름 원망 마라 인간세상 가린다찌그덩 찌그덩 어여차파도 소리 싫어 마라 속세 소리 막는도다
판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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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 / 무희들이 어부사시사을 부르면서 춤을 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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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tnsdodi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