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만큼 놀라워, 황황히 이불을 차고 일어나 탁자에서 삼석승오랑三石勝五郞의 [화산회火山灰]를 들고 다시 누웠다. [시문잡감詩文雜感]에서 잠간 말한일도 있거니와 삼석三石씨는 가장 경모敬慕하는 시인의 한 사람으로 그의 시편은 확실히 [진眞]과 [열熱]을 아로색인 [성명 性命의 시]에 틀림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에 이 편을 역하여 독자의 감상에 공할까 한다.
검은 손
나는 가느다란 손의 소유자를 개의치 않는다. 나는 턱 괴이고 앉아 생활의 협위脅威에 떨고 있는 젊은이에게 다시 한번 맘을 돌려서 가슴의 피를 파내라고 말한다. 행복이란 도망하지는 않는다. 운명은 네 것이다. 나는 철도선로에서 곡갱이질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저 검은 손을 좋아한다. 오! 검은 손이여. 저 손을 좀 만져보렴. 열도 있다. 힘도 있다. 모든 것이 네 것이다.
몇 푼의 돈이 있을 때
왼손이 나를 훔쳐 갈겼다 ㅡ “이놈아 너는 어디로 가는 모양이냐” 어느 공원 문턱을 돌쳤을 때.
“왜 너는 오늘도 펀등펀등 놀고 있느냐” “대체 어떻게 너는 살아갈 작정이냐”
“나는 이렇게 직업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단다”
“학문을 내버려라 허영을 내버려라 너는 이제 아무 이력도 경험도 없는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직업을 구하여라”
내가 머므르고 있을 때 주먹이 또 한 번 머리위를 스치려 하였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나의 지갑에는 아직도 몇 푼의 돈이 있었다.
어떻튼 좋은 노래다. 이 시를 읽고 독자는 이 시인을 사랑하는 필자의 심정을 알았을 줄 믿는다. 이러한 노래야 말로 참된 인간생활의 꾸밈없는 단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