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낱말 ‘남침’과 ‘북침’을 혼동하는 이유
2010. 6. 8 정 영 복
몇 해 전에 경찰청에서 6․25관련 수기 대회에 입상한 학생의 작품집을 학교에 배부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 중에는 ‘6․25가 북침’이라는 말을 사용한 작품이 있었다. 몰론,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 내용이었지만 ‘북침’이라는 말을 사용하였기에 잠시 당황하였다. 곧바로 경찰청에 메일을 보내 글자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청소년의 안보 의식을 향상시킨다는 의도와 달리 글을 읽는 사람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 경찰청에서는 작품집을 배부한 모든 기관에 잘못 사용된 용어를 정정할 수 있도록 작은 붙임 딱지를 배부하였다. 작은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며칠 전이었다. 6․25 참전 회원을 만난 교감 선생님께서 ‘남침’과 ‘북침’이라는 용어에 대해 학생들의 학습 정도를 조사해 보라고 하셨다.
경찰청 수기 관련 일도 있었기에 도덕 시간에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6․25는 남침일까요, 북침일까요?’라는 문제를 던져 보았다. 놀랍게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북침이라는 대답을 하였다. 지도를 그리고 화살표를 그려서 다시 질문을 하였더니, 모든 학생들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 것으로 대답하였다.
학생들은 6․25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단지 낱말을 몰랐을 뿐이다. 6․25관련 수기를 쓴 학생도 실수가 아니라 낱말의 뜻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
학생들이 낱말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말 한자 합성어의 순서와 관계가 깊다. 겉으로 드러난 글꼴이 ‘북침’과 비슷한 낱말 중에 ‘북풍1)
이와는 달리 ‘남침’은 ‘남쪽의 지역이나 나라를 침략하다’란 뜻을 가진 낱말이다. 이 낱말은 ‘목적어+서술어’로 이루어졌으며 명사 ‘풍’과 달리 서술어 ‘침략하다’는 타동사이기 때문에 앞쪽에 목적어를 수반한다. 당연히 목적어 ‘남’에는 단순한 방향이 아니라 ‘침략하다’의 대상이 되는 ‘지방이나 나라’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남침(남쪽을 침략하다), 남파(남쪽을 격파하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위의 두 번째 ‘남파’는 또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남파(남쪽으로 파견하다)’는 ‘명사+서술어’의 구조이지만 파견하다가 자동사이기 때문에 목적어를 수반하지 않고 도착 방향의 의미 ‘~으로’를 내포하고 있다. 남행, 북송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6․25가 남침이라고 혼동한 까닭은 역사 교육 시행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불규칙하게 이루어진 한자 합성어 문제였다. 그리고 ‘남풍’과 같은 체계의 낱말을 학생들이 더 먼저, 더 자주 접하였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6․25 관련 교육을 할 때, 역사뿐만 아니라 낱말도 함께 가르친다면 이 같은 오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남침’과_‘북침'.hwp
1) 표면적으로 이와 비슷한 꼴 중에는 순풍, 강풍, 폭풍, 태풍 등이 있다. 이 것은 ‘관형사+명사’의 구조인데 이 글과 큰 관계가 없으므로 자세하게 논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