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대한 예의
우리 몸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해 가장 천대받는 대명사가 발이다. 얼굴씻은 물로 발을 씻고 사람들 앞에 함부로 내놓지 못하며 살아왔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예까지 인도한 주인공은 발이지만 어느새 손이 먼저 나가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한다. 얼굴과 손은 수시로 매만지고 단장하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공을 들이지만 발에는 그만한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
서아시아의 건조한 사막지대에서는 예부터 손님에게 발 씻는 물을 준비하는 게 전통문화였다. 세족이라 하여 귀한 분의 발을 씻겨주는 애기가 성경에 잘 나타나 있다. 마리아가 비싼 향유를 이용하여 머리털로 예수의 발을 씻긴 얘기는 감동적이다. 또한 예수께서 마지막 때가 이름을 아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긴 얘기도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귀한 사람의 발을 씻기는 것이 이 지역의 생활문화였고 겸손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성인이 된 부모 자식 간이나 부부 간 에도 발을 씻겨주는 문화가 아니다. 효자나 열녀라도 발을 씻겨준 생활문화는 흔치 않다. 오히려 양반들은 버선이나 양말목을 대님으로 꽁꽁 묶어 맨발을 볼 수 없는 복장이었고 여자도 버선으로 감싸고 살았다. 되도록 발은 감추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현대인의 발은 그 역할과 개념에 큰 변화를 겪고 있다.서있거나 걸을 때 우리 몸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발바닥 안에는 신체의 오장육부가 다 존재하여 발 하나로 건강 측정을 할 수 있다. 발 관리만 잘 해도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발은 형태에 따라 평족과 요족이 있다. 발 닿는 발바닥 면적이 넓거나 또는 너무 좁아 체중 분산이 원활하지 못해 보행에 불편이 많은 발들이다. 앞, 옆, 뒤꿈치로 체중분배가 작당한 중간아치형이 문제가 없는 좋은 발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여름에 샌들을 신을 때나 발가락에 매니큐어를 칠하기 위해 발단장을 하거나 발
에 신경을 쓰게 된다. 발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발도 손 이상으로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일찍부터 발마사지 문화가 발달했다.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신체균형이 나빠지거나 허약체질이 될 우려가 많다. 발마사지는 이를 해소시키고 개선시켜주는데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도 최근 발에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손은 좋을 때는 박수치고, 싫으면 손사래 치고 반가우면 손을 흔들어 자기 표현을 잘 할 수 있다. 발은 자기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별로 없다. 안타까운 일에 발을 동동 구르거나 화가 날 때 돌부리를 차는 정도일 뿐. 머리가 시키는 대로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선다. 진흙탕 길이든 빙판길이든 가다가 빠지고 넘어지더라도 시키는 대로 순종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유난히 고달프게 많은 일을 감당해준 내 발을 생각한다. 오늘에 이르기 까지 발의 역활이 없었다면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소중하고 고마운 내 발을 모처럼 쓰다듬어본다. 그동안 손에 대한 고마움이나 발을 감싸준 신발을 예찬하는 글은 썼지만 발에 대한 칭송과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했다. 다행히 의학적으로 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90년대 중반부터 족부전문진료가 생겨났다. 발 건강법이나 발을 편하게 하는 신발연구 등 발에 대한 관심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인식을 새롭게 해야겠다.
발이 기능을 멈춘다고 생각하면 우리 인생은 끝나는 것이다. 모든 기능이 다 그렇지만 특히 발을 제대로의 삶을 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체이기에…….
귀중한 발을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매만지고 다독거리며 그동안 못다한 애정을 쏟아 주리라.
201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