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https://cafe.daum.net/hayfield/9Vhf/102?q=%EB%B3%B5%EC%88%98%EC%B4%88+%EA%BD%83&re=1
봄은 생명의 시작과 희망을 상징한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후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은 기다림에 지친 이들에게 희망이 된다.
그러나 너무 더딘 봄은 기다림을 잃게 한다. 이성부 시인은 기다림에 지친 그들에게 ‘비록 더디지만 마침내 봄은 온다’고 힘을 불어 넣어주고(<봄>), 신동엽 시인은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우리들 가슴 속에 움튼다’고 기대하게 하고(<봄은>), 정호승 시인은 ‘스스로 사랑이 되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고 권면하기도 한다.(<봄길>)
그 봄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 온갖 미움들 눈 녹이듯 녹여버리는 너그러운 봄, 기다림에 지친 이들을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봄길을 열어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단상(斷想)으로, 2025년 2월호의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