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적 윤회는 없다.>
저는 팔만대장경에 수록된 경전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선별하여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한글대장경을 1권부터 시작하여 무조건 다 읽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허탈감이 성취감보다 더
무겁게 저를 괴롭혔습니다.
정작 붓다의 말씀은 이것저것 가감된 것을 추려내면 생각보다 방대하지 않았습니다.
논사論師나 조사祖師의 말들은 부파시대의 논사들과 형식적인 접근 논리로 관찰하면 나을
것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느끼고 확인한 불교를 말하는 것이지, 붓다의
속내를 알고 어느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당위성을 갖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후로 제 관점은 베다나 바라문교에서 답을 줄 수 없는 부분을 붓다께서 발견하시어, 최고의
당위성을 인정받으셨듯이 2,500여 년전에 전래된 한국의 불교를 ‘붓다께서 베다veda 보듯이’
점검을 하였습니다. 핵심적인 한 가지만 이런 ‘당위성’ 확보를 전제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저는 붓다께서 한국불교에서 말하는 힌두교적 윤회를 부정하셨다고 주장합니다. 대단히
전향적인 발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석을 해 보십시다.
‘윤회가 있다’고 믿는 것과 ‘윤회는 없다’는 것이 대립할 때, 어느 쪽이 당위성을 확보하는데
더 보편적이냐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기독교 같은 유일신에 대한 믿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불행하게도 불교에는 없습니다.
그러니 인간의 모든 지적 통찰과 시대에 확정된 부정할 수 없는 드러난 현상과 사실을
모조리 동원해서 당위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중 가장 강력하고 객관적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과학뿐 입니다. 과학도 중력과 전자기력 등과 같이 작동하는 우주의 실체로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그런 인증된 과학이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더 나간다면 농담으로 “내가 비만해진 것이 아니라, 중력이 좀 더
강하게 내 육체를 잡아당기고 있다”라고 해도, 이 말을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지구의 남반부에 있다면 머리부터 허공으로 떨어져 버릴 겁니다.
윤회가 실재하는 세계라는 당위성을 확보하려면, 붓다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불일치에 대해 합리적인 답변을 내 놓아야 할 것입니다.
몇 개의 질문을 만들어 볼까요?
윤회는 6가지의 세계로 나눠지는데, 이것을 붓다가 나누었다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째서 지금은 5가지도, 7가지도 아닌, 6가지라고 딱 잘라 분류를 하는 것일까요?
거의 1만 년 전인 구석기·신석기 시대의 사람들도 인간인데, 윤회에 해당되는 것일까요?
미래에 외계인이 발견되거나, 외계 축생이 발견된다면 그들에게도 이미 윤회가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대승불교에서는 선악의 구별에 옳고 그른 마음〔是非心〕을 내지 말라고 하는데, 윤회의
과보를 받는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지옥과 천상의 세계는 관념의 세계가 아닌 실재實在여야 윤회에 합치되는데, 실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나요?
지구상에 인간이 출현한 것은 불과 200만년 전인데, 그 전에 지구에 살던 공룡등 동물도
윤회의 적용을 받은 것일까요?
지구의 인구는 엄청나게 증가하는데, 지구의 축생들이 선한 업을 지어 인간이 증가하는
것인가, 아니면 천상의 사람들이 복덕이 다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일까요?
동물들이 어떤 행위로 복덕을 쌓아야 인간으로 신분을 도약할 수 있는 것입니까?
(여러분 곁에 있는 애완견은 분명히 여러분을 즐겁게 하는 복을 짓고 있으니
제외합시다.)
그러나 복제된 동물은 어떻게 윤회의 틀 속에 들여보내야 합니까?
지옥은 갈기갈기 찢어진 고통을 육체에 주고 나서, 다시 깜짝할 사이에 복원을 시키는데,
그런 신묘한 기술을 복 짓고 사는 인간에게 주지 않고, 축생보다 못한 인간들을 혼내는데
사용하는 것은 ‘지옥갈 일’ 아닌가요? 등등….
여러분은 능히 이런 의문을 만들 수 있고, 또 아시는 스님들께 답을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윤회는 없다’면 질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바라문의 사소한
행태에도 당위성과 질책을 하신 붓다께서 단지 오래 되었다는 이유로 윤회를 인정하셨을
개연성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의 요체인 삼법인三法印과 사성제四聖諦에
윤회가 들어갈 자리가 있습니까?
윤회의 개념을 생명체의 연속성과 재생에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맞아 육체를
화장하고, 화장 후 남은 재를 나무 밑에 뿌리고, 그 나무의 열매를 사람들이 먹게 되고,
새들도 먹게 되고… 결국 질량보존의 법칙대로 내 육체의 질량과 에너지만큼은 우주에
윤회되는, 이렇게 이러한 윤회를 설명하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