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의 애환
홍 승 숙
최근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반려인의 숫자가 1500만 시대라 한다. 반려견이 가장 많아 75%이상을 차지하고 반려묘가 뒤를 이어 31%에 이른다. 특히 싱글족이 많아지는 추세에 따라 반려인의 숫자는 점점 증가추세다.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대신에 대화의 상대나 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애완동물을 선호 한다.
때로는 정상적인 가족관계보다 더 깊은 애정으로 이들과 교감한다. 처녀나 총각이 강아지나 고양이의 엄마나 아빠가 되거나 언니, 오빠가 되는 아리송한 촌수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람이 동식물 등의 생명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그들은 사람의 정에 반응한다. 정신적 고통이나 정서안정에 도움이 되며 신체가 불편한 사람에게 심리적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들에게서 느끼는 기쁨과 정은 마음에 들지 않는 가족(시부모)보다 순위가 앞선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있다.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주인 따라 굶어죽은 의리 있는 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통해 과거에도 동물과 깊은 교류의 역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동물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들만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해 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싶다. 개는 개답게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살게 해 주는 것이 동물들에게 가장 합당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자신의 본능을 잃고 사람에게 길들여져 독자적인 삶의 능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동남아 어느 지역에서는 울안의 원숭이가 바나나는 던져버리고 달콤한 과자만을 받아먹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들 본래의 생태가 변질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동물의 본성이나 야생성이 사라져 자연에서의 생존기능이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다. 천지창조의 질서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애완동물사육에는 사료비, 치장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정성, 각종예방과 진료, 건강과 안정을 유지시키기 위한 테라피요법, 장난감구입, 주거환경 만들기 등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이 육아에 버금갈 만큼 필요하다.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서 생활의 위로를 받으며 정서함양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물이 인간과 서로 긴밀하게 동거하며 교감하노라면 사람은 점차 동물화 되어가고 동물은 인간화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동물의 지능이 높아지는 만큼 사람은 동물에 맞추어 하향화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직하고 순수한 동물의 감성이 때로는 사람 못된 것 보다 훨씬 나을 수 있어 이들을 통해 현대인의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삶에 위로를 받으며 그들의 재롱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정을 인간에게로 돌리는 방법은 없을까? 그들에게 쏟는 사랑과 경제적 부담을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로 나눌 수 있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더구나 우리들의 생활공간인 대부분의 아파트는 구조상 동물과 동거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최근엔 애완동물 사육에 대한 교육제도가 생겨나고 그 에티켓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인간에게 선물 아닌 것이 없다. 이 풍성한 선물들을 보다 자연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며 아끼고 보호하며 감상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다.
나는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운다. 제한된 공간에서 꽃을 잘 피게 하기 위해 물을 주고 묵은 잎을 따 내고 가끔 거름흙을 넣어준다. 좁은 분 안에 뿌리를 가두는 게 미안하지만 아파트의 삭막함을 덜기위해 오래전부터 화초를 키웠다. 대신 가능하면 잎사귀나 가지의 전지작업을 삼가 한다. 멋대로 자유롭게 가지를 뻗고 클 수 있도록 일종의 배려라 할까. 사실 식물도 미관을 위해 전지를 심하게 하여 생장을 억제시킨 분재를 보노라면 순간은 아름답지만 식물에게 미안하다. 마음껏 생육하도록 자유를 주었다면 어떤 모양으로 자랐을까를 상상하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웃에 의사 부부가 산다. 여행을 많이 하고 골프도 열심히 치며 역동적으로 사는 모습이 부러웠다. 그런데 요즘은 가끔 강아지 서너 마리를 예쁘게 치장하여 양팔에 안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딸이 애견카페를 차려서 가끔 돕기도 해야 하고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의 선택이 아니어도 자녀의 요청이나 부모님께는 선물차원으로 애완동물 키우기에 동참하는 가족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문화가 마치 유행처럼 번져서 과거 서양에서나 흔히 보던 광경이 우리나라에 만연하고 있다. TV에 반려동물과 동거하는 연예인 모습이나 반려동물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건전한 가정의 육아모습을 통해 결혼과 출산에 의욕과 관심을 갖게 했으면 좋겠다.
나도 과거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 때는 개를 길렀다. 집을 개에게 맡기고 다닐 만큼 믿음직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친근하게 지냈다. 그러나 이제 아파트라는 집단생활공간에서는 위생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동물과 동거하는 문화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따랐으면 좋겠다. 더구나 애완동물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수명이 짧은 그들과의 이별을 자주 겪어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되는 일이 잦고 그들의 장묘지에 관한 문제도 대두되는 실정이다. 동물로부터 온 전염병이나 질병에 대한 치료약은 아직 미개발상태라라 한다. 빠르게 변하는 생활문화와 속에서 젊은 세대와는 생각이나 생활의 간극이 클 수밖에 없지만 나의 생각은 사람과 동물의 삶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0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