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융사 “일체의 티끌마다 시방세계 들어있네”
글쓴 이 무명
법융사
해암(海巖)에 부딪치는 물소리를 좇으며 ‘법융(法融)’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해풍(海風)이 얼굴을 때리는 순간 의상 대사(625~702)의 법성계 구절이 머리에 떠올랐다. ‘하나 속에 모두 있고 여럿 속에 하나있어, 하나가 모두이고 모두가 하나이네(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한 티끌 가운데에 시방세계 담겨있고, 일체의 티끌마다 시방세계 들어있네(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이 구절이라면 법융의 뜻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거침없이 가고 오는 것이 ‘마음’이고 보면, 법융은 무애(無碍)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경내로 이어질 것 같은 그 길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잔잔한 해풍과 송림(松林)이 함께 어우러졌다.
이런 저런 상념은 법융사 표석을 보는 순간 멈췄다. 표석은 초입에 서 있었다.
표석 제1)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諸惡莫作.衆善奉行.自淨其意.是諸佛敎)= 신구의가 청정하면 불교란 뜻일 것이고,
표석 제2) 삼매도량, 법융사 제법부동 본래적(諸法不動本來寂) 온 세상 고요하니 삼매일 것이고,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 우주가 하나이니 법융이 아닐까? 하는 순간 부사의해탈경계(不思議解脫境界) 화엄의 세계가 뇌리를 진동했다.
잠시 후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있는 아치형의 조형물이 보였다. 마치 세월의 실타래로 옷을 입은 일주문처럼 보였다. 아치형 조형물과 맞닿아 있는 담장 너머로 누각의 상단부가 비죽 보였다. 종각이다. 법융사의 법당과 요사는 그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두 건물의 규모는 다른 사찰과 비교해 매우 왜소했다. 그러나 경내를 휘감은 금강경 독송 소리가 너무도 경건해 크고 작음으로 사찰 규모를 판단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