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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 이청초 화가. 조선에 장승업이 있다면, 봉화에는 청초가 있다.술이 너무 좋아 술독에 살고 싶지만, 가까이하기에도 멀리하기에도 슬픈 술이여!
조선의 유명화가 장승업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취화선을 생각나게 하는 화가가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해서, 술병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또 불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승업을 그린 영화 취화선을 떠올리는 청초 화가. 이름처럼 그는 청초한 사람이다.
너무나 잘생긴 얼굴로 꺼이꺼이, 술과 음악과 여인을 좋아하는 그의 그림은 섬세하다 못해 허공 같다.
예전에는 닭을 주로 전시했다. 벼슬이 시퍼런(사실은 붉은 깃털이다) 기백이 넘쳐나는 그림이였는데, 요즘은 화풍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내면세계에 변화가 있는 걸까? 그의 내면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개량 한복으로 한껏 멋을 내면 조선의 한량이고, 머리를 풀어헤치면, 귀양 가는 양반의 모습이다. 비오는 날, 코끝을 스치는 황토 내음을 맡으며, 예술혼을 태우는 그는 직접 지은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청초 화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너무나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임을 알게 된다. 느리고, 어눌한 어투로 사람을 끄는 매력도 있다. 여성이 아닐까 하는 여성적 표정을 짓기도 한다. 장난기가 동하게 만드는 그런 예술인이다.
”그림 그리기는 내가 살고 숨을 쉬는 이유입니다. 제 그림은 단순한 선, 몇 가지의 색 및 넓은 여백을 사용하여 저의 일상을 그리는 일기입니다. 살면서 보거나 생각한 것들을 늘 기억해 두었다가 마음이 동할 때 그려 내다보니 어렵지 않고 단순합니다. 제 그림은 찰라 입니다.“
그는 후차적인 배경을 과감히 배격하고 대상에 우선한다. 우리가 생활에서 쉽게 지나쳐버린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간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작품 내면의 순정성이 두드러진다. 화려한 형식이나 기교를 빌리지 않으므로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따라서 그의 자기 치유, 더 나아가 자기 정화의 예술정신이 우리에게 친근한 이유일 것이다. 그의 그림은 다분히 채식성菜食性이다. 그 안에 사람이, 우리가 보인다.
살면서 많은 일에 얽매어 살아가는 복잡함을 배제하고,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그림 속에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복잡함을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깊이를 느끼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그의 화풍에는 여백이 존재하고, 단순함과 간결함에 섬세함이 있다.
그의 내면과 스토리가 있는 작품들을 보면, 자연이 다가온다. 1963년생, 경북 예천이 고향이고, 현재는 봉화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한국으로,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그의 입지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았으면 한다.
주소 : 경북 봉화군 봉화읍 이산로 1090-10 전화 010-4097-1844
슬픈 카니발 -이청초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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