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 하나 김준태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주었다. 그때 사방팔방에서 저녁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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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로 파아란 콩알 하나 밟히며 뒹굴고 있었다. 콩알 하나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화자는 그 콩알 하나를 주워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주었다. 콩알 하나의 엄청난 생명력을 알아본 소중한 마음, 그로 인해 콩알 하나는 수백 수천 수만의 콩알이 되었다.
건물 모퉁이 외진 곳, 담배꽁초 받기가 되어버린 조그만 화분 하나, 담배꽁초로 범벅이 된 쓰레기 틈 사이로 새싹 하나 빼꼼 올라오고 있었다. 담배꽁초를 걷어내고 정성껏 물을 주었다. 햇빛을 먹고 바람도 맞으며 싹은 날마다 건강하게 자랐다. 점점 모습을 갖추며 주황빛 꽃봉오리를 맺더니 마침내 꽃을 피웠다. 여섯 꽃잎, 여섯 개의 수술, 한 개의 암술이 하늘을 향해 힘껏 포효했다. 멸종위기종 2급 날개하늘나리였다.
버려지고 잊혀져 쓰레기 더미가 될 수도 있었을 생명,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는 더 많은 생명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단상(斷想)으로, 2025년 6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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