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 주요 내용
본 책은 다음과 같이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연구를 시작하면서(pp.17-27) 제2장 가우다빠다 사상의 배경과 만두꺄 까리까(pp.30-68) 제3장 가우다빠다의 중심 사상(pp.70-143) 제4장 가우다빠다의 불생설의 의의와 한계(pp.146-209) 제5장 나오면서(pp.212-219)
제1장 가우다빠다(Gauḍapāda, 500-550년 무렵)는 베단따 학자들 가운데 『만두꺄 까리까(Māṇḍūkya-Kārikā)』라는 저술을 통해 최초로 불이일원론/불이론(不二論, adavita) 베단따 사상을 체계적으로 해설한 인물.
제2장 불생설(不生說, ajāti-vāda)의 사상적 배경으로 『브리하다란야까 우빠니샤드(Bṛhadāraṇyaka-Upaniṣad)』 등의 주요 우빠니샤드의 사상, 『브라흐마 수뜨라(Brahma-sūtra)』의 최초기 일원론/불일불이론(eka-vāda) 이론과 『만두까 까리까』의 불이일원론 사상의 이론이 서로 다름을 설명하여 궁극적 실재는 불이[일원]성(不二[一元]性, advaita)임을 천명. 위의 것들에 더해 대승불교 사상에서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년)의 중도설(中道說)과 세친(世親, Vasubandhu, 5세기 무렵)의 유식설(唯識說) 등의 영향 설명.
제3장 그의 중심사상은 불생설이다. 불생설의 확립을 위해 모든 인과론(因果論)의 비판, 낮은 차원의 진리[世俗諦]와 궁극적 진리[勝義諦]를 통한 불생설 천명.
제4장 가우다빠다의 사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바뀐 사상적인 흐름에 맞지 않다고 제기하는 이견에 따라 가우다빠다 이후의 쟁점 사항들을 살펴봄으로써 불생설이 지닌 한계점을 제시하고, 또한 불생설이 불이일원론 베단따 사상(Advaita Vedānta Darśana)에서 갖는 의의 설명.
제5장 나오면서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종합 정리
내요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아래와 같다.
제1장 본 도서에서 다루게 될 내용의 개괄적인 소개한다. 인도철학 안에 실재의 해석에 따라 두 가지 다른 전통이 있다. 첫째는 현상의 표면적인 변화에 관계없이 그 내부는 불변하고 늘 존재하는 실체의 존재를 상정하는 입장, 곧 실체관(實體觀)이자 유아론(有我論, ātma-vāda)의 입장. 둘째, 이러한 실체를 부정하고 실재는 변화하고 유동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입장, 곧 양상관(樣相觀)이자 무아론(無我論, nairātma-vāda)의 입장이다. 첫째의 것은 우빠니샤드, 상캬 철학, 베단따 철학의 6파 철학이라면, 둘째는 불교의 여러 학파이다. 또한 전자는 다원론과 일원론으로 분류되는데 베단따 철학, 특히 『브라흐마 수뜨라』의 초기 베단따 학파이다. 이 베단따 학파의 일원론은 가우다빠다 이후의 일원론(eka-vāda)과 구별하여 불이일원론(advaita-vāda)이라 한다. 불이일원론은 브라흐만(Brahman)/아뜨만(Ātman)만 실재이고 현상(prapañca, saṁvṛtti)은 거짓되고 망령된 것(māyā)으로 부정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초기 베단따 사상은 가우다빠다(Gauḍapāda, 500-550년 무렵)가 『만두꺄 까리까(Māṇḍūkya-Kārikā)』를 짓고 편집하여 불이일원론 베단따 사상의 토대를 마련한 것인데 본 본서는 그것을 이론적으로 연구한 성과물이다.
제2장 V. Bhattharya는, 가우다빠다는 베단따 학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불이일원론/불이론(不二論, non-duality) 사상을 체계적으로 해설한 인물로 평가한다. 불이일원론 베단따의 원천은 만두꺄 우빠니샤드, 브리하다란야까 우빠니샤드, 찬도갸 우빠니샤드 등 초기 우빠니샤드이다. 아울러 가우다빠다는 인과율의 부정을 통해 베단따 학파의 근본성전 『브라흐마 수뜨라』의 일원론과 인중유과론(因中有果論)이 모순을 극복하고, 『만두꺄 까리까』의 저술을 통해 ‘모든 존재는 발생/생기하지 않는다.’라는 불생설을 천명하여 불이일원론을 확립한다. 그는 또한 대승불교, 용수의 중도사상과 세친의 유식사상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가우다빠다 사상의 원천은 우빠니샤드이고, 『브라흐마 수뜨라』와 대승불교의 『중론(中論)』과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 등은 그의 사상을 형성하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저술 『만두까 까리까(Māṇḍūjya-kārikā)』는 일반적으로 4장, 곧 제1 성전장(聖典章): 29시송, 제2 허망장(虛妄章): 38시송, 제3 불이일원장(不二一元章) 48시송, 제4 선화적정장(旋火寂靜章): 100시송 등 모두 215시송으로 이루어졌다. 이들 가운데 ‘제1 성전장’은 『만두꺄 우빠니샤드』의 주석이고, 제4 선화적정장은 중도사상과 유식사상의 영향이 보이고, 그것은 제3 불이일원장과는 맥락적으로 서로 많은 상통점이 확인된다.
제3장 본서의 중심 내용이다. 가우다빠다는 ‘불이일원(advaita)’의 진리를 깨닫기 위한 방편으로써 다양한 비유와 논법을 통해 창조/생기를 말한다. 그것은 궁극적인 의미에서 결코 궁극적 실재와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불생의 철학을 밝힌다. 그가 생기/발생/창조를 부정하는 근거는 ‘실재하는 것은 오직 아뜨만(Ātman)/브라흐만(Brahman)뿐’이라는 데서 찾고 있다. 이것은 궁극적 실재의 상주불변성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이며, 생기를 부정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모든 사물이 본성은 결코 변화할 수 없다(3.21; 4.7; 4.29)’데서 찾는다. 궁극적 실재가 불생임을 증명하는 방법은 성전의 권위와 이론적 논증에 의한 ‘불생(ajāti)’의 설명, 인중인과론과 인중무과론 등 다양한 인과율이 성립하지 않음을 통해 ‘불생’의 설명, 외적 대상은 실재하지 않음의 논증을 통한 ‘불생’ 설명 등이다. 이 가운데 기존의 모든 인과론을 비판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가우다빠다는 마야(māyā), 또는 세속(世俗, saṁvṛtti)을 통해 사물이 ‘생기(jāti)’한다고 말하면서 ‘불생(ajāti)’은 ‘궁극적 진리’라고 주장한다. 이것에서 세속적 진리는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일상 경험 차원의 진리[세속제]라면, 궁극적 진리는 절대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궁극적 차원의 진리[승의제/진제]이다. 이것은 모든 사물의 본성은 생기하는 것이 아니라 불생이라고 깨닫는 것이다. 이 상태가 되면 ‘뒤바뀔 수 없고, 원인과 결과가 불생으로 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 이와 같이 도달해 얻은 경지가 불생(不生)이고, 평등(平等)이며, 불이(不二)이고, 적정(寂靜)이며 무장무애(無障無礙)로서 해탈(解脫. mokṣa)의 경지이다.
제4장 바다라야나(기원 전후)의 『브라흐마 수뜨라』가 성립하기 이전 여러 우빠니샤드와 초기 베단따 학파의 여러 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절재자로서 ‘브라흐만’과 ‘개아’와의 관계였다. 뿐만 아니라 가우바빠다 이후의 베단따 학파에서 여러 분파로 갈라진 최대 원인은 ‘절대자와 개아’, 또는 ‘절대와 현상’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견해의 차이였다. 가우다빠다는 “현상계는 궁극적 실재 브라흐만으로부터 생기한 것이다.”와 “현상계는 브라흐만의 본질을 갖지 않는다.”라는 명제 사이의 모순은 브라흐만이 개별화하는 원리인 ‘마야’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현상은 허망하다는 입장에 입각하여, 모든 현상의 변화는 단지 ‘외적 변화일 뿐’임을 강조하면서 모든 존재의 ‘불생’을 천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우다빠다의 불생설은 그 이후 사상적인 변화에 따라 수정을 요구받게 된다. 그 이후 가우다빠다의 불생설은 어떠한 수정을 요구받게 될 때 그것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되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가우다빠다의 불생설이 베단따, 특히 불이일원론 베단따 학파에서 학문적 위치, 또는 학문적 기여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제4장에서는 가우다빠다의 불생설의 한계를 지적한 베딴따의 대표적인 학자들은 불이일원론 베단따 학파의 대성자인 샹까라, 한정불이론자인 라마누자와 이원론자인 마드바이다. 샹까라는 서구학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도 인도의 최고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샹까라가 보통 ‘마야’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그의 학문적인 스승의 스승(paramaguru)인 가우다빠다가 도입하여 사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샹까라는 불교의 개념인 ‘무명(無明, avidyā’, 가설(假設)/가탁(假託) 개념 등을 불이일원론적인 베단따의 개념으로 재해석한 인물이다. 따라서 샹까라에게 마야가 무속성 브라흐만(nirguṇa Brahman)을 유속성 브라흐만(saguṇa-Brahman)으로 보이도록 하는 원리를 의미할 때 ‘마야’는 ‘무명’과 동의어로 볼 수 있다. 그는 ‘마야’에 의해 거짓으로 나타난 현상을 낮은 차원의 가치로 인정한다. 따라서 브라흐만과 [현상]세계는 ‘이름과 형상[名色, nāma-rūpa]’이라는 가탁(adhyāsa) 세계로서 거짓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단지 ‘브라흐만’만이 존재한다. 결국 샹까라는 ‘브라흐만과 개아’를 구분하는 ‘높은 지식(para-vidyā)과 ’무명‘으로 인한 ’낮은 지식(apara-vidyā)이라는 두 차원이 진리[二諦說]을 주장하게 된다. 다음 라마누자(117-1137년)는 샹까라의 불이일원론 베단따 학파와 상캬 학파의 이원론의 조화로운 결합을 시도한 베단따 학자로 평가된다. 그는 샹까라 철학을 엄히 비판하면서 이른바 비슈누(Viṣṇu) 신학으로서 베단따 철학인 한정불이일원론/한정불이론 학파를 확립한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브라흐만’은 유일한 실재이지만 무속성의 비인격적 존재가 아니고 속성과 차별성을 지닌 인격신(Īśvara)으로 세계의 ‘동력인’임과 동시 ‘질료인’으로 파악하였다. 그는 물질(acit), 영혼(cit), 개아(jīvātman)와 유속성의 자재신이라는 것을 ‘실재(tattva)’로 인정한다. 물질과 영혼은 그 자체로 실체이지만 자재신과 관련해서는 속성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재신은 영혼과 물질과 같으면서 다르지 않고 한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정을 받는 자재신은 물질과 영혼의 내재자(內在者)임과 동시에 자재신의 육체를 형성하며, 자재신을 떠나 독립적인 존재로 존재하지 못하며, 그의 속성으로서 자재신에 항상 의존한다. 샹까라가 세계는 ‘브라흐만’의 거짓 나타남[假顯]이라고 하는 데 반해, 라마누자는 ‘세계’는 이미 ‘브라흐만’ 안에 내재해 있다가 그것으로부터 전변(轉變)하여 나온 ‘실재’라고 본다. 마드마(1199-1278년)는 최고의 브라흐만을 비슈누 신과 동일시한다. 그는 ‘브라흐만’, ‘개아’, ‘물질’의 세 실재는 모두 다르다고 하여 다섯 가지 차별이 있음을 주장한다. 곧 ‘브라흐만과 개아’. ‘개아와 개아’, ‘개아와 물질’, ‘브라흐만과 물질’ 그리고 ‘물질로 된 사물’ 사이에는 서로 구별이 있으며, 서로 다른 성격은 영원히 실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니는 것은 무명이라고 보았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브라흐마 수뜨라』에서는 ‘브라흐만과 개아’는 모두 실재로 간주하고 있지만 가우다빠다는 오직 브라흐만/아뜨만을 [궁극적] 실재/실체로 보았다. 샹까라는 가우다빠다가 봉착한 현실부정을 타개하기 위해 ‘무명’이나 ‘명색’, ‘가탁’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임시로 현실을 긍정하였다. 그러나 라마누자와 마드바는 가우다빠다나 샹까라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대하여 현실세계의 실재를 주장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우다빠다의 불생설은 샹까라를 비롯한 불이일원론에서도 어느 정도 효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그와 다른 입장에서 출발한 라마누자나 마드바의 유신론적 베단따 학자들에 이르러서는 그 의미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가우다빠다의 불생설은 몇 가지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가우다빠다는 옛 우빠니샤드에서 최고원리로 삼았던 아뜨만의 제3위(=지혜위)의 배후에 다시 그것과 차원을 달리하는 제4위(turīya)인 궁극적 실재를 세워 불이일원론적으로 해석한 점이다. 이러한 견해는 나중에 샹까라에 의해 ‘최고의 브라흐만’과 ‘낮은 브라흐만’이라는 두 종류의 브라흐만을 고안해내는 두 차원의 진리, 곧 이제설의 계기가 된다. 둘째, 가우다빠다는 『브라흐마 수뜨라』의 인중유과론에 의한 일원론과 상캬철학의 이원론을 모두 비판해 전변설을 극복하고 샹까라의 가현설을 세우는 계기를 제공한다.
제5장 가우다빠다의 불생설은 우빠니샤드와 『브라흐마 수뜨라』, 용수와 세친 등의 불교논사들의 전적에서 많은 시사를 받았고, 그 당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 많은 수정을 요구받게 되는 초기 베단따 사상이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사상계에는 신선한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정체된 베단따 사상이 그 이후에 활발한 사상적 발전을 도모하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서의 책제목에서 왜 ‘불이론’이라고 쓰지, ‘불이일원론’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승불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불이(不二, advaya) 사상이다. 그런데 베단따에서도 불이(advaita)가 사용된다. 그런데 산스끄리뜨에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불교의 불이론은 본체(becoming)와 현상이 둘 다 실체성이 없다는 일체개공(一切皆空)이다. 그렇지만 베단따 학파의 불이일원론에서 본체(브라흐만/아뜨만, being)은 실체성이 있고 실재이지만 현상은 실재가 아니므로 굳이 둘을 구별하여 불교는 불이론, 베단따 학파는 불이일원론이라고 한 것이다.
2. 학문적 기여도
본 책은 『만두꺄 까리까』의 원본(sanskrit)의 분석적 해석을 통한 ‘초기 불이일원론 베단따 사상’을 우리나라 최초로 체계적으로 이론을 설명한 학술연구서이다. 이 책의 학문적 기여도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가우다빠다는 옛 우빠니샤드에서 최고원리로 삼았던 아뜨만의 제3위(=지혜위)의 배후에 다시 그것과 차원을 달리하는 제4위(turīya)인 궁극적 실재를 세워 불이일원론적으로 해석한 점이다. 이러한 견해는 나중에 샹까라에 의해 ‘최고의 브라흐만’과 ‘낮은 브라흐만’이라는 두 종류의 브라흐만을 고안해내는 두 차원의 진리, 곧 이제설의 계기가 된다.
둘째, 가우다빠다는 『브라흐마 수뜨라』의 인중유과론에 의한 일원론과 이원론을 모두 비판함으로써 전변설(轉變說)을 극복하고 샹까라의 가현설(vivarta-vāda)에 방향을 제시했다는 학문적 기여가 있다.
셋째, 가우다빠다는 오직 ‘아뜨만/브라흐만’만이 실재하며, 현상세계는 ‘마야’에 의해 생기한 것으로 실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개아는 아뜨만/브라흐만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3.13)고 주장한다. 그것은 허공의 비유를 통해, 곧 아뜨만과 개아를 각각 큰 허공과 병속의 작은 허공의 비유로써 설명한다.
넷째, 마야설은 불이일원론적인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 그는 개아와 아뜨만은 같을 뿐만 아니라 각 ‘개아’ 사이에는 형태, 기능, 명칭 등의 차이가 있는 다수개아론(多數個我論)을 인정해주면서 단일개아론(單一個我論)을 주장한다.
따라서 본 책은 베단따 사상, 특히 초기 베단따 사상을 공부/연구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연구서이자 인도철학의 대성자로 평가를 받는 위대한 철학자 샹까라(Śaṅkara)의 불이일원론 베단따 사상체계의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이론의 연구서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