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Photography
-창조적 상상은 예술이다
몇년전 영국에 갔을 때 세계에서 두번때 규모가 큰 런던 소재 Tate Modern 미술관을 구경한 적이 있다. 그곳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책 한 권. 그 책에는 세계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이 실려있었는데, 놀랍게도 하나같이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변형사진, 합성사진, 초현실적 사진들이었다. 책표제명도 'Crazy Photography'. 이름 그대로 '미친 사진들'이라고나 할까?
포토샵 기법을 활용한 기기묘묘한 이들 작품들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사진예술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예시해주는 하나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포토샵은 단지 사진을 합성한다든가 사진의 명암을 조절하고 보정하는 등의 기능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상상하는 무한의 세계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하고 그려내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도구이다. 포토샵을 통해 사진과 그림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최근들어서는 더욱 놀랄만한 진화가 나타났다. AI(인공지능)을 이용한 사진 보정 및 합성추세가 그것이다. 2023년 6월에 Adobe Photoshop Beta버전으로 나온 Generative Fill(생성형 채우기) 기능은 인간이 표현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든 사진이나 그림 형식으로 만들어낸다. 이미지에서 콘텐츠를 추가, 확장 및 제거하거나 처음부터 새로 만들 수 있는 일련의 AI기반 기능인 Generative Fill을 사용하여 몇초만에 텍스트 프롬프트에서 놀라운 아트로 전환할 수 있다. 그야말로 미친 사진(Crazy Photography)’이다. 인공지능시대가 만들어낸 ‘미친 예술(Crazy Arts)’이라고나 할까?
혹자는 포토샵으로 만든 사진은 진정한 사진이 아니고 예술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고 비판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사진의 예술성을 무시하고 사진의 주기능을 '기록'이라는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보정이나 변형, 합성 등의 가공과정을 거치지않고 '찍은 그대로'에서 예술성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자체에 크나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에서 하이퍼리얼리즘, 즉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밀하게 그리는 극사실주의나 구상화가 나름대로 탄탄한 예술영역을 차지하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고 추상화를 미술이 아니라고 배척할 것인가?
현대예술은 모든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 'Creative(창조성)',란 말이 오늘날 특히 예술가치의 핵심으로 강조되는 추세이다. 뒷골목 담벽에 어지럽게 그려진 낙서인 그래피티(Graffiti)가 예술영역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이고, 화장실 휴지에 제 멋대로 그린 것 같은 피카소(Pablo Ruiz Picasso)의 입체파(큐비즘) 추상화나, 형체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색의 배치 만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추상표현주의 미술이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Crazy Photography는 '미친 사진'이 아니라 포토샵 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현재도 포토샵을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초현실적 작품들이다. 스웨덴 출신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Erik Johansson)이나 우리나라의 박귀섭 작가 등도 이런 류의 작품을 즐겨 작업하는 작가들에 포함된다.
2020년 초 성남 아트센터에서 'Impossible Is Possible'이라는 제목으로 에릭 요한슨 사진전이 약 3개월간 열린 적이 있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은 이미 2019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도 열렸었다. 그는 포토샵을 이용한 디지털 후반 보정작업을 통해 초현실주의적 느낌의 사진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유명하다. 에릭 요한슨 작가의 작품 역시 Crazy Photography 책에도 실려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동화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이미지, 꿈 속 또는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상상의 세계가 '창조적 사진작업'을 통해 거침없이 표현된다. 그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끝이 아닌 시작이다"라고 말한다.(글/임윤식)
*아래 사진들은 Crazy Photograpy 책에 실려 있는 작품 중 일부(에릭 요한슨 및 박 귀섭 작품은 작가 홈페이지)를 필자가 재촬영하거나 스캔한 것이라 원본작품에 비해 화질이 좋지않거나 일부사진은 테두리를 크롭한 경우도 있음을 밝혀둠.(무단 복제 및 전재 금지).
책 표지
Ari Mahardhika(인도네시아) 작 Mini-me
Phillip Toledano(영국) 작
Giuseppe Mastromatteo(이태리) 작
Mohammed Amine Nasseri(독일) 작
Akiko Ida(일본) 작
Pierre Javelle((프랑스) 작
Jerome Abramovitch(캐나다) 작
Marc Da Cunha Lopes(프랑스) 작
Laurence Demaison(프랑스) 작
박귀섭(대한민국) 작
박귀섭(대한민국) 작
박귀섭(대한민국) 작
박귀섭(대한민국) 작
박귀섭(대한민국) 작
Erik Johansson(스웨덴) 작
Erik Johansson(스웨덴) 작
Erik Johansson(스웨덴) 작
Erik Johansson(스웨덴) 작
Erik Johansson(스웨덴) 작
Erik Johansson(스웨덴) 작
Erik Johansson(스웨덴)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