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을유일. 맑음.
새벽에 출발하여, 노를 저어 대판성에 도착했다.
대판성까지 20여리 남겨두고 조수가 빠져, 각선(閣船)은 나아갈 수 없었다. 나와서 기다리는 누선(樓船)이 십여 척이었고, 기다려 맞이하는 작은 배가 5백여 척이었다. 세 사신 이하가 각기 누선을 타고 짐바구니 약간은 작은 배로 옮겨 싣고 차례로 들어갔다. 누선의 높이는 한 길 남짓했고, 염료로 칠하고 금으로 장식하였으며 채색하여 그림을 그리고 판자로 덮어놓았다. 만듦새가 매우 지극히 사치스럽고 화려하여 왔다 갔다 하는 것 역시 하나의 기이한 장관이었다.
7, 8리를 가서 포구로 들어가니 양쪽에 인가가 3십리에 가득하였고 희게 칠한 벽이 파도 바닥까지 비쳐서 빛났다. 분주하게 관광하는 남녀들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좌우의 상선, 병선, 누선이 생선 비늘처럼 즐비하여, 역시 몇천 척이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일곱 개의 큰 다리를 지나 대판성에 이르렀다. 성에는 큰 층 지붕과 포루가 있었고, 언덕 위에는 말을 끌고 정돈하여 기다리는 자가 무수하였다.
상사 이하가 드디어 하륙하여 차례로 들어갔다. 좌우 시장 가게에서 구경하는 자가 담처럼 둘러싸 있었고, 기괴한 물건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관사에 도착 했다.
(원주 : 나머지는 하권에 있으나 유실 되었다.)
初九日乙酉。 晴。
平明發船, 以棹役抵大坂城。未及大坂二十里餘潮落, 閣船不得進, 樓船出待者十餘隻, 俟候小船五百餘隻。三使以下, 各乘樓船, 卜籠若干, 移載小船以次入。樓船高丈餘, 塗以染, 粧以金, 畵以彩, 覆以板、制度殊極侈麗, 往來亦一奇觀也。行七八里, 入浦口, 兩邊人家彌滿, 三十餘里, 粉牆照耀波底, 男女奔走觀光者, 其麗不億, 左右商船、戰船、樓船, 鱗此櫛比, 亦不知其幾千隻也。過七大橋, 至大坂城, 城有大層砲樓, 岸上控馬整待者無數。上使以下, 遂下陸以次入。左右市廛觀者如堵, 奇怪之物, 積在如山。到館舍。
[ 餘在下卷見失。]
[출처] 해사일기(海槎日記) 전형(全滎) 지음 구지현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