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은 두물머리 강변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노래’를 부르며 150일간 릴레이 단식기도를 하였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가슴에 안고 두물머리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물결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경이를 느꼈습니다.
갈대숲속의 수많은 지저귐과 땅속 미생물들의 꿈틀거림속에서 자연의 조화로움과 생명력을 보았습니다.
인간이 함부로 범할 수 없는 생태계의 위대함이었습니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곳입니다. 금강산과 태백산에서 시작된 두 물줄기가 하나가 되어 한강으로 흘러갑니다. 여기서 많은 역사와 문화가 일어났습니다. 두물머리는 실학과 천주학이 시작된 곳으로 유명합니다. 정약용 선생을 중심으로 한 남인들을 통해 실학과 천주학이 만나게 됩니다. 동서양의 두 사상의 만남을 통해 조선이 근대화 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역사발전의 가능성을 모두 잃어버리고 한국의 현대사는 많은 굴곡을 겪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일제 식민지와 해방, 이념갈등과 한국전쟁, 군부독재와 경제개발을 거치며 숨차게 달려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가치가 충돌하였고 많은 희생과 사회갈등을 겪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충돌과정에서 각 시기마다 다양한 가치가 요구되었습니다. 70년대는 인권이, 80년대는 민주주의가, 90년대는 민족통일이 요구되었습니다. 이런 요구는 10.26 저격사건과 6.29 민주화선언과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산업화를 통해 경제발전이 이루어졌고 민주화를 통해 인권과 자유라는 보편가치가 실현되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개발논리와 시대정신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의 개발논리와 생명평화의 시대정신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경제발전과 풍요는 산업화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아래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며 공장을 세워 산업화를 이루었습니다. 배고픈 보릿고개를 극복하기 위하여 땀을 흘려 일했고 자연을 개발하여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습니다.
해외중동건설을 통해 조직과 기술을 축적한 건설자본이 국토건설을 견인하였습니다. 도로와 공장건설과 도시재개발이라는 순환개발을 통해 비대해진 건설자본은 끊임없이 개발대상을 찾았습니다. 뉴타운 건설과 4대강사업도 이런 순환건설의 고리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과 환경은 파괴되고 황폐화되어 갔습니다. 산이 깍여지고 강은 파헤쳐지고 들판이 메워졌습니다. 물이 오염되고 공기는 탁해졌습니다.
4대강사업은 이런 개발논리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4대강사업의 개발논리는 더 이상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풍요와 이익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4대강사업은 인간의 과도한 탐욕과 건설자본의 수탈적 이익을 위해 강을 파괴하고 죽이는 사업이라고 선언합니다.
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닙니다. 그 속에 많은 생명이 살아 있습니다. 강물 속에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으며 강변에 뭇 생명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강은 그 속에 온갖 종류의 생명을 품고 있는 어머니입니다. 그러므로 4대강사업은 폭압적인 개발이익을 위해 강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하여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게 하는 사업입니다.
강은 단순한 물그릇이 아닙니다. 물만을 담아내는 방조제가 아닙니다. 강은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강은 풍부한 물을 통해 농업과 공업을 일으켜 인간에게 도시문명을 만들어주었고 그 바탕에서 역사와 문화를 이루어주었습니다. 강은 문화가 살아 숨을 쉬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그러므로 4대강사업은 강을 파괴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인간역사를 지워버리는 사업입니다.
강은 모든 이의 것입니다. 생명과 역사를 품고 있는 강은 특정인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후손들도 함께 소유해야 하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강은 대통령이라도 자신의 소신대로 함부로 범할 수 없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모든 이가 동의하고 연구검증한 후 신중하게 개발해야 하는 우리의 역사입니다. 그러므로 연구와 타당성에 대한 검증을 우회하여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4대강사업은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사업입니다.
이렇게 인간의 과도한 탐욕과 건설자본의 수탈적 이익이 결합된 4대강사업은 자연과 생명과 역사를 파괴하고 죽이는 사업이라고 선언하며 호소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사업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과 대화하기를 호소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강조하는 종교지도자들과 합리적 근거로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종교인들은 4대강사업 반대를 위해 지리산 노고단에서 임진각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두물머리 강변에서 150일간 단식기도를 하며, 나아가 자신의 몸을 한줌의 재로 바치는 소신공양을 하며 대화를 호소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맘몬에 사로잡혀 물질적 풍요와 안락만을 추구했던 우리자신을 반성하며 거룩한 분노와 의로운 저항을 통해 어머니 강을 지켜나갑시다. 4대강사업 반대 종단협의체를 만들어 청빈영성운동과 조직연대를 통해 배금주의를 배격하고 생명과 평화를 지켜나갑시다.
“평화를 이루려면 생태계를 보호하십시오.”(교황 베네딕도 16세 2010년 평화의 날 담화문)
2010. 6. 7. 프란치스코회 단식자 일동
첫댓글 이웃 나라에서는 아주 작은 신전이 있어도 보호하고 존중해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든다고 합니다.
비록 작은 영토지만 곡선의 아름다움, 너그럽고 정이 많은 민심, 구석구석 추억의 장소, 아주 작은모양의 땅도 예쁜채소로 가득찬 모습들이 좋았습니다.
우리 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 아빠가 놀던 곳이라고 얘기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