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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좋은 실무능력 미달자 걸러내기 위한 묘책들
어려워지는 취업난 속에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spec)'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원하는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입사원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7점에 불과했다.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기업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신입사원 채용에 비상이 걸리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회사 특성에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한 이른바 '스마트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채용방식에서 중요시되던 학교 성적, 어학 능력 등 서류전형과 대면(對面) 면접 등에서 탈피한 실무형 채용 방식을 앞 다퉈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출처: 인쿠르트
"이력서 경력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제로 그 사람이 업무를 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에서 우리는 최근 선발방식의 변화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구직자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으로 높은 스펙을 쌓아놓았기 때문에 서류 전형·면접 같은 기존의 평가방식 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차별화된 인재를 뽑기 어렵다는 한계가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선발방식을 추구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펙'이 좋은 인력만으로는 회사를 꾸려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기업이 채용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도록 만들고 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확보하고 조기 이직(離職) 등 채용 실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학력이나 학벌보다는 실무능력과 창의력을 강조하는 채용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올해 신입사원 선발과정에서 공채 면접장소로 본사의 요리실습실을 택했다. 4~5명의 응시자를 한 조로 주어진 재료로 음식을 만들도록 한 뒤, 면접관들에게 요리의 주제와 특징을 설명하는 '요리 면접'이었다. "참가자들의 요리 과정을 통해 일반 면접으로는 잘 알 수 없는 개인의 인성과 팀워크, 창의력 등을 평가할 수 있었다"는 김서인 인사담당 이사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회사가 면접에 요리를 접목시킨 이유는 식품회사 직원으로서 요리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응시생들의 외형상의 능력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실력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도입되고 있는 각 기업의 새로운 선발방식은 해당 기업의 관련 업무와 연계된 실무능력을 다면적으로 측정한다는 점에서 스마트 채용이라고 불린다.
실무능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기존 선발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업 부서 간부들이 채용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입사 지망생의 능력과 인성을 검증하는 방식이 새로운 스마트 채용방식의 하나일 것이다. 인턴십 과정을 마친 응시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시나리오 테스트'를 실시하는 롯데백화점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롯데 백화점에서는 인턴 수료생들을 각 지점에 배치해 영업사원으로서의 다양한 현장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한 뒤 경쟁 점포와 지역상권 조사, 업체 간 광고전략 비교 등의 역할을 수행시키면서 해당 지점 영업팀장이 지원자의 업무 지식과 대처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 방식을 도입하고 나서 입사 후 조기 퇴사율도 크게 줄었다. 지원자 스스로 유통업에 적성이 맞는지 판단하고 업무 적응력도 높일 수 있다"고 새로운 선발방식의 장점을 말했다.
지원자의 스펙은 전혀 따지지 않고 그가 맡을 업무 지식과 능력만으로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회사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관리하는 SNS(사회관계형 서비스) 매니저를 뽑은 SK텔레콤은 회사 측이 제시한 미션에 대해 SNS 사용자들로부터 공유 또는 댓글 참여를 많이 이끌어낸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선발방식을 적용했다.
회사가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채용 방식을 개발하는 동시에 예비 입사자들에게 조직 특성과 분위기를 미리, 그리고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의 접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경복궁에서 신입사원 필기시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로드 미션을 실시한 한국관광공사의 경우가 그런 예에 속할 것이다. 회사는 '고궁(古宮)을 활용한 관광상품화 방안'이라는 주제를 제시한 뒤, 응시자들로 하여금 현장에서 얻은 각종 정보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상품 기획안을 발표하도록 했다. 대우증권도 지원자의 세일즈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회사에서 판매 중인 금융상품 하나를 고르게 한 뒤 심사위원과 동료 지원자들에게 이 상품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테스트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봉재 수석연구원은 "스마트 채용 시대에 인사부서는 회사가 요구하는 핵심인재 대상과 범위를 정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업무, 현업부서는 채용 과정에서 능력을 검증하는 일을 나눠서 맡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용과 시간이 잔뜩 투입된 선발 과정을 거쳐 뽑은 인재가 입사하자마자 회사를 떠나거나 떠날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럴 경우 회사로서는 유·무형의 치명적인 손실을 보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임금과 근로조건 및 장래성의 관점에서 내세울 게 없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겪는 문제지만, 평생직장에서 평생 직업이라는 말이 더 일반적이 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인크루트가 매출 500대 기업에 물어본 결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기업조차 입사한 지 1년 안에 퇴사하는 비율, 즉 조기 퇴사율이 5.1%에 이르며,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은 10.4%, 중소기업은 20.2%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퇴사가 여러모로 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원들의 조기 퇴사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손실로 신입사원 교육비를 생각할 수 있다. 최근 한 취업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각 기업은 신입사원 교육에 평균적으로 157만 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조기퇴직자 1인당 그 이상의 비용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직접비용 말고도 무형(無形)의 손실도 있다. 회사 일이 손에 익을 때쯤 그만두면 업무가 단절되거나 인수인계에 문제가 생긴다. 업무 공백뿐 아니라 입사 동기생이나 다른 직원들의 심리적 동요를 불러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직원들의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데, 앞서 살펴본 선발방식과 연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입사 면접 때 지원자의 회사에 대한 정보와 충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선발된 신입 사원이 회사와 정신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입사 초부터 선배를 한 명씩 맺어주는 멘토링(mentoring) 시스템도 주로 쓰는 방법이다. 사회에 처음 입문한 이들이 조직 생활에 적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고충을 해소해줌으로써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회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EVP· Employee Value Proposition)를 직원들에게 입사 초부터 심어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회사에 입사한 새내기들에게 직무 수행에 관한 정보와 함께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길러줄 수 있는 경력 개발의 기회라든가, 미래 비전 등의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공유가치를 키워주는 가치경영이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종업원을 내부고객으로 인정하는 고객만족경영, 종업원을 기업의 이해관계자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책임경영 등이 곧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가치공유경영(CSV·Creating Shared Value)인 것이다.
한 예로 세계적인 IT기업 시스코(Cisco)는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확실히 주는 기업이란 인식으로 직원들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기업과 직원의 가치공유는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율을 낮출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는 만큼 기업마다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가치공유경영을 주장하는 경영학자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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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잘보고, 사회적기업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