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용의 麗陽軒 독서일기 2024년 5월 24일]
요즈음 매일 오전 시간을 9층 남향 베란다에 마루를 깔아 마련한 서재 麗陽軒에서 KAIST 총장 이광형 박사의 역작인 『미래의 기원』(인플루엔셜, 2024)를 읽는 즐거움으로 보낸다.
제3부 9장 4항 <역사를 바꿀 새로운 인텔리전스, AI> 말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미래 일반 대중의 뇌는 상당히 쇠퇴해 있을 것이다. 복잡한 일을 하지 않는 전두엽은 현재에 비해서 작아져 있을 것이다. AI가 지식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되는 측두엽도 위축되어 있을 것이다. 책이나 신문을 읽기보다 영상을 보며 정보를 흡수하는 경향에 따라서 언어 중추 영역은 쇠퇴하고 영상을 처리하는 후두엽이 발달할 것이다.」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는 뇌가 작아진 보통인과 뇌가 커진 특별인의 두 부류로 나누어지게 되고, 보통인은 특별인이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의 수신자, 수혜자가 된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된다. 소수의 특별인이 귀족이 되어 다수의 보통인 민중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사회가 된다. 그것이 작은 사회 단위로 머물면 그런대로 안정된 인류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으나, 세계적으로 각 사회의 귀족이 연합하거나 전쟁을 통해 권력이 한곳으로 집중하게 되면, 세계연방이 되면, 우수한 두뇌를 가진 극소수의 과학자 집단이 인류 사회 모두를 통제 지배하는 제국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미래의 모습은 인류 문명 진화의 피할 수 없는 종착점이다. 과학자들의 지배와 지도에 의해 인류의 생활과 문명이 영위되고, 태양과 지구의 종말에 대비한 우주개척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인류의 자유와 권리는 소중하다. 그러나 그것도 큰 틀의 안에서이다. 큰 틀은 인류 생존과 문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공동체의 목표이다. 인간은 무리 동물이므로 공동체 목표 달성은 회피할 수 없는 역사의 귀착점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어지는 글이 있어 안심한다.
「물론 이러한 뇌 수축 경향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식을 습득하고 창의적인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뇌는 다를 것이다. 지식을 AI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뇌 속에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측두엽은 계속 발달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남다른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의 전두엽도 계속해서 발달할 것이다. 창작하는 예술가, 연구 개발하는 과학자, AI를 개발하는 공학자의 뇌는 계속 발달할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AI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고, 복잡한 문제 처리도 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 무척 조심스럽다. 이 장의 결론답게 좋은 말로 마무리를 했지만, 세상에는 특별인보다 보통인이 훨씬 많다. 보통인들은 누구나 골치 아픈 일보다 쉽고 간단한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므로 앞에서 언급한 대로 보통인의 뇌는 후두엽만 발달한 채 축소되고, ‘창작하는 예술가, 연구 개발하는 과학자, AI를 개발하는 공학자의 뇌는’ 계속 발달할 것이 확실하다.
뇌가 계속해서 발달한 예술가, 과학자, 공학자들이 권력욕엽이 발달한 정치가들과 결탁한다면 인류 사회와 문명이 어떻게 될까. 그 일단의 모습을 나치독일과 군국일본에서 보았다. 다행히 그들이 커진 두뇌만큼의 건강한 의식과 올바른 사고를 가졌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는 형성될 것이다.
그렇다고 보통이나 작은 두뇌를 가진 인간이 훨씬 다수인데도 큰 두뇌를 가진 인간들에게 지배와 종속당할 수는 없는 일, 방법은 딱 한 가지 뿐이다. 소수 우수한 자들의 지배를 저항하여 물리치고 오늘날의 민주주의 문화를 이룩한 힘을 계속해서 단련해가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에는 종사하는 직업에 관한 지식과 정보만 집중적으로 습득한다. 그러므로 두뇌의 각 부분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기간은 영유아기부터 대학까지의 공교육 기간뿐이다. 교육학자와 뇌과학자 등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심의하여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이 골고루 발달할 수 있도록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을 재편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억력을 위해서 높이 순서에 따른 한반도 산 이름 100개 외우기, 창의력을 위해서 작문과 만들기, 도안 등을 계속 단련시켜야 한다. 뇌의 각 부분을 발달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테스트하여 평가하고, 입시에도 반영해야 한다. 결혼 후에 발달한 두뇌보다 결혼 전에 학교 교육에서 발달한 두뇌가 2세 두뇌를 더 좋게 한다. 이렇게 하면 현재와 미래가 모든 인류가 온건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한 공교육의 책임이 크다.
보통인들이여 이광형 박사의 경고를 새기며 꾸준히 지식을 습득하고 창의적인 일을 부지런히 하시라. 특별인들이여 엘리트 의식에 취하지 말고 우수한 두뇌를 인류 문명 발전에 보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