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는 우리나라에 1920년대에 처음 들어와 1945년 이후 본격적으로 재배되어 옥파, 둥근파로 불리다가 서양에서 들어온 파라는 뜻의 양파가 되었다. 우리 식탁에 오른 지 불과 100여년 남짓.
도입역사는 짧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채소 중 배추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없어서는 안 될 채소가 된 양파.
세계적으로 토마토, 수박과 함께 생산량이 많은 3대 채소로 기후적응성이 뛰어나 세계 140여개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다.
양파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기원전 5000년경의 가나안 유적에서 양파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기원전 3200년경에는 고대 이집트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파의 재배역사가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기후와 토양에서도 쉽게 잘 자라고 말리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C 콜럼버스는 아메리카에 전파하여 현재는 미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되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새겨진 부조를 보면 건축하는 노동자들이 허리에 양파를 매달고 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노동자들이 일종의 보양식품으로 먹었다는 걸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집트 왕들이 피라미드 건설을 위해 노동자를 혹사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의 연구는 종교적 이유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양파를 자르면 나오면 여러 층의 막과 동심원 고리를 영생의 상징으로 여겨 장례의식에도 양파를 사용했다. 또한 미라 제작에도 활용하여 눈구멍, 겨드랑이에 채워 넣고 붕대를 감을 때 양파를 끼워 넣었는데 살균과 방부효과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왕인 알렉산더대왕(재위 BC 336∼323)은 그리스ㆍ페르시아ㆍ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면서 많은 전쟁을 치렀는데 그때 군사들에게 체력 유지를 위한 음식으로 양파를 먹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운동선수들이 생으로 먹기도 하고 주스로 마시기도 하였다고 한다.
중세에는 양파를 귀하게 여겨 구근을 선물하기도 했으며 초기 미국 정착민들은 가족들이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양파를 문 앞에 걸어 두기도 하였다.
양파 학명의 속명인 Allium의 All은 켈트어의 ‘태운다’ 또는 ‘뜨겁다’에서 나온 말로 눈을 따갑게 한다는 의미이고 영어의 Onion은 라틴어 Unio의 ‘하나’라는 뜻으로 하나의 둥근 큰 구슬 모양이나 커다란 진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양파를 알뿌리 식물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비늘줄기’로 정확히는 잎이다. 건조지대에 살아남기 위해 잎을 두툼하게 만들어 영양분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양파를 자를 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알리인’ 성분이 세포 밖으로 나오면서 외부 효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휘발성인 황화합물이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인데 외부에서 침입한 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작용으로 일종의 방어 전략이다.
겉껍질 색에 따라 황색, 백색, 적색(자색) 계통으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 재배면적의 80% 이상이 황색이고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아 우리나라도 거의 이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백색은 매운 맛이 강하고 저장이 좋으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주로 재배되고 적색(자색)은 인도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단 맛이 강하고 매운 맛이 적으며 안토시아닌과 같은 항산화물질이 많아 우리나라에서도 샐러드나 즙 가공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양파에는 단백질, 비타민C, 칼슘, 인, 철 등의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다. 퀘르세틴 성분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억제하여 고혈압 예방에 도움을 준다. 크롬성분은 인슐린 작용을 촉진해주므로 혈당 조절에도 이용된다.
고기를 즐겨 먹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심혈관 질환이 많지 않은 이유가 포도주 때문이라는 것을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고 하는데 이를 모방한 ‘차이니즈 패러독스(Chinese paradox)’라는 말도 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에게 심장병이 적은 것이 양파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007년 영국 식품연구소(IFR)에서는 양파를 먹은 사람의 혈액을 분석하여 ‘퀘르세틴’ 성분이 동맥경화를 예방한다고 발표하였다.
동양과 서양 모두 식재료로 두루 이용하는 것이 양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요리의 부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으나 최근에는 김치나 구이와 같이 주재료로 이용도 되고 분말, 기름, 피클, 즙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어 이용하고 있다.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지만 다른 식재료와 함께 하면 그 매력이 넘쳐난다.
양파를 오래두고 이용하려면 0℃ 내외로 냉장 보관해야 하며 습기에 약하므로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 매달아 두면 비교적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양파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정서적 안정이고 액운퇴치와 치유의 효능을 얘기하고 있다.
서양속담에 ‘샬롯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고 양파는 남자를 위한 것이며 마늘은 영웅을 위한 음식’(Shallots are for babies, Onions are for men, Garlics are heroes)이라고 했다.
양파의 계절 6월이다. 입맛에 맞게 선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