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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는 구나!
평소에 추리에 관심'만' 많은(실제로 아는 건 개뿔 없는) 저이기에 워낙 애정을 가지고 쳐다봤습니다. 그 탓이 이 리뷰는 '좋은 쪽'으로 기울어져있습니다. 나름 스포일링을 자제하려고 하지만, 혹시 눈치 빠르신 분은 알아차릴 수도 있지만, 그건 제 의도 아닙니다.
잭더리퍼에 대한 배경지식을 아주 얇아 찢어질 것 같은 수준으로 설명하자면,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매춘부들을 위주로(아닌 경우도 있지만, 이 공연에서는 매춘부로 한정)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입니다. 잔인하게 난도질 당해 화제가 되었던 사건입니다. 당시에 신문사로 자신이 그 연쇄살인마라는 편지가 온 적도 있지만, 범인이 아닌 추종자의 짓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범인은 jack the ripper라는 별칭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범인이 잡혀서 그 사람이 이름이 jack the ripper인 것은 아닙니다.(rip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찢다, 째다 입니다.) 당시와 이후에(프로파일링 등 자료에 쓰이면서) 용의자 목록들이 몇 있습니다. 이 공연에서는, 귀 밑부터 배까지 자르는 형태가 외과 수술에 쓰여 용의자 목록에 오른 의사를 빌려 이야기에 쓰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의심되는 용의자들은 있으나, 이미 오래된 일이고 '미해결 사건'으로 기록되어있습니다.
실제 범죄를 배경으로 했었지만, 설정자체의 치밀함이 보이는 공연은 아닌지라, 사실상 배경 지식을 몰라도 다 설명이 됩니다. 다만 알면 좀 더 즐겁게 볼 수 있지요. 예를 들면, 처음에 무대 뒤편에 보이는 지도는 실제 범죄가 일어난 화이트채플을 중심으로 피해자가 발견된 장소를 빨간 점으로 표시해 둔 지도입니다. 아마 위키페디아에서도 잭더리퍼를 찾으면 볼 수 있을 겁니다.(영어판 위키페디아)
어쨌든 배경에 대한 설명은 그러하고, 공연으로 들어가자면, 저는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였고, 흥미로운 이유를 덧댄 이야기로 보았습니다. 공연을 하는 배우분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런데 공연보다 흥미로운 건 제 양 옆에 앉은 두 사람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미션이 시작하자, 제 오른쪽 분은 '잘한다'라고 같이 온 친구한테 말했고, 제 왼쪽 분은 '이 공연 기대도 하지마'라고 통화를 하셨습니다. 남의 이야기 듣는 건 좋지 않지만, 그렇게 양 옆에서 다른 반응이 들려오는 건 재밌더군요. 자, 그러면 왜 그랬을까요. 나름 제 공연에 대한 관람으로 두 사람의 생각을 추측해보았습니다.
잘 한다는 분이 말했던 것은 '노래'와 '연주'와 '무대'에 대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리아'역을 맡아주신(7.24일 4시 공연을 보러갔으니 소냐 씨께서 해주셨군요) 분의 성량에 굉장히 놀랬습니다. 큰 무대라 모든 배우가 마이크를 단 상태이기는 했지만, 단순히 기계를 통해서 확성되는 느낌이 아니었기때문입니다. 크게 울리는 느낌. 무대가 컸고 높았기때문에 배우들이 작아보일 수도 있는데, 노래를 하는 순간은 매우 크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분들도 잘 해주었기에 좋았고요. 다만, 중간에 같이 부르는데, 다니엘(제가 본 공연에는 김성민 씨)의 목소리가 살짝 묻힐 때도 있었어요.
그리고 연주. 처음에 OP석 앞부분에서 어떤 남자분이 일어섰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분명히 여럿의 연주인데 위치를 저는 잘 몰라서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봤습니다. 관객석보다 낮은 층으로 연주자분들이 계셨습니다. 공연 하는 동안 분위기 형성을 도운 연주는 낮은 기타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제 짧은 음악 지식으로 기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걸지도 모르지만.)
무대는 주로 중간에 회전하는 무대가 특이했습니다. 옆으로 밀거나 덮어있던 걸 올리면 다른 게 그려져 있거나 하는 식은 본 적이 있지만, 회전하는 무대는 저는 처음봤습니다. 그것도 회전에 맞춰서 배우분들도 자연스럽게 이동했기때문에 더 좋았습니다. 시선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배경이 바뀌어 무대의 여러 곳을 쳐다보지 않아 집중하기가 좋았습니다.
'기대도 하지마'라고 했던 분의 경우,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들으면 안되다면서도 이상하게 집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분의 이유는 그랬습니다.
'전에 비해 좋지 않다'였습니다.
그 분이 말한 이유는 '연기 파트가 줄어들었다'였습니다. 노래의 경우에는 감정을 전달하는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노래가 울리면서 그 가사의 전달력은 일반 대사보다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진행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연기에 비해서는 노래가 그 속도가 늦은 경우가 보통이고요. 그 분의 이유도 충분히 맞을 겁니다. 비록 제가 '이전에 공연되었던 잭더리퍼'를 보지 못 했기때문에 그 이유를 확실히 비교해보지 못 한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두 분의 이유도 충분히 타당한 이유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충분히 즐겁게 본 공연입니다. 충분히 노래와 연주와 무대도 좋았지만, 오히려 이야기 쪽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정말 그 당시에 그런 의학적 기술이 발전 중이었는 지는 모르지만, 충분히 살인의 형태에 대한 타당한 이유로 비출 수 있는 소재를 끌어왔기때문입니다.(그 소재에 대해서는 공연 설명에도 없기때문에, 밝히지 않겠습니다.) 비록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는 감정 고조에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는 거지만, 사랑이야기보다 범죄를 배경으로 했다는 거에 더 집중한 저한테는 '의사'와 그러한 소재를 이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잭'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점도 좋았고요. 저는 이 공연에서 '이야기'에 가장 만족을 느꼈습니다. 기대를 충분히 만족 시킬 만큼요.
첫댓글 저 저거 봤는데 ㅋㅋㅋ역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