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이다.
어린 날은 그렇게도 자주 폭설이 내리더니 언제부터인가 한겨울에도 눈은 오는둥 마는둥 시늉만 했다.
그러더니 오늘은 하늘이 작심을 한 모양이다.
아마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오욕으로 너무 물이 들었다고 여겼음이 틀림없다.
단 하루만이라도 하얀 눈으로 마음을 정화하기를 바라는 하늘의 뜻일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두 나라만의 전쟁이 아니다.
세계는 공공연한 비밀로 양쪽을 지원하며 전쟁을 부채질한다.
서로가 물러설 곳이 없는 외나무 다리 전쟁이다.
나라 밖에 그렇다면 나라 안은 조용할까?
나라 안은 더 시끄럽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멈추지 않는다.
포성만 없었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살벌하다.
진영이 둘로 갈라지니 국민들 역시 둘로 갈라져 서로를 노려본다.
길거리에서는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 집단적 횡포를 부려댔다.
전철에서는 삶의 질 개선을 빌미로 출근 길을 막고 있다.
한쪽의 집요한 노력으로 마침내 이태원 사고는 정치판 한가운데로 진입했다.
그들을 부추긴 자들은 이태원과 세월호를 하나로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인들의 간교한 농간에 속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이 좁은 땅은 둘로 쪼개져버렸다.
조선시대부터 그렇게 질기게 이어내린 파당 정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세월호 사고로부터 시작된 대통령 탄핵을 한쪽은 촛불 혁명이라 했다.
그리고 이어진 피비린내 나는 숙청작업이 5년 내내 이어졌다.
조선시대의 사화와 무엇이 다른지 모를 일이다.
정권이 바뀌자 칼춤을 다른 쪽에서 계속되고 있다.
어떤 진영이 칼춤을 추던 그들은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들먹인다.
국민의 대신해서 질의하는 것이고-
국민의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정치이고-
이현령비현령이 따로 없다.
모두들 내 눈의 대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에 티끌만 나무란다.
거대 야당의 대표는 자기 발등에 불은 외면하고 남탓에는 핏발을 세운다.
과거 국정원장은 정보 삭제는 불가하다던 말이 검찰문을 나와서는 된다더라 라고 남말 하듯 한다.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할 때도 양진영에서는 그들의 영험하고 위대한 알라에게 승리를 기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똑같은 기도를 하느님에게 성호를 그으며 할 것이다.
하늘은 그들이 기도를 위해 두 손을 모으는 순간부터 늘 곤경에 처한다.
하느님이 되었든 알라신이 되었든 내려다보는 세상을 향해 욕지꺼리가 나올 지경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느님 체면에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니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울화는 치미는데 참고 버려두자니 속병이 날 지경이다.
그러므로 지저분한 세상이 보기 싫어 순백으로 덮었을 것이다.
깨끗이 하라.!
네 가슴 속까지 깨끗이 하라!
그 깨끗함의 징표로 눈을 보낼 것이니라!
무엇이 어떻든 순백으로 덮인 세상은 모처럼 기가 막히다.
뽀드득이며 눈을 밟는 촉감이 오랜 만에 정겹다.
시선이 가 닿는 사방이 모두가 한폭의 수묵화다.
하늘이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