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배순 시집 『풀잎물고기』 표4 추천 글
성배순 시인의 이번 시집 『풀잎물고기』는 기발한 형상으로 가득 차 있다. 우선은 시집의 제목부터 신선한 발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주목된다. 『모텔 밤늦』 에서 짤름나방이 밤꽃 속을 드나드는 것을 모텔방에 드나드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히 그렇다. 그뿐 아니라 그의 이번 시집은 무구하고 순수한 정서,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충만해 있어 관심을 끈다. 이들 정서와 이미지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의 이번 시집의 시가 대부분 동심과 모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서(自序)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이번 시집의 그의 시들은 대부분 “우리 집에 오신 어린 신”, 곧 “이루나, 김태빈 두 신들의 언어”에서 비롯되고 있다. 신들이라고 하지만 이때의 이루나는 시인의 친손녀를 가리키고, 김태빈은 시인의 외손자를 가리킨다. 따라서 그의 이번 시집에는 이들 어린 신들과 함께하는 모성을 토대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어린 신들의 눈으로 보고 들은 풍광들을 동심의 언어뿐만 아니라 모성의 언어로도 노래하고 있는 것이 그의 이번 시집이라는 것이다. 이번 시집의 그의 시들에 아기, 아버지, 어머니(엄마) 등 가족을 호칭하는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는 증명이 된다. 「손톱 때」, 「빵생」, 「포노사피엔스 3」, 「거짓말」,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이 동심을 바탕으로 하는 시라면 「귀가 순하다고」, 「무인도」, 「장마」, 「단풍」, 「개망초」, 「자장가」 등은 모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시는 모두 생명 지향적이고, 생태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특히 「검은 비닐을 벗기며」, 「어떤 폭력」, 「검은 비닐봉지」, 「산불」 등의 시는 생명 의식, 생태 의식 자체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어 좀 더 주의를 요한다. 알기 어려운 시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이처럼 높은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그의 시집을 만나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
이은봉(시인, 광주대 명예교수, 전 대전문학관 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