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서남대학교 교수님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남대학교 아산캠퍼스 공무원행정학과에 재직 중인 강용기입니다.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여 교수님들의 댁내에 건강과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이 저무는 마지막 날 31일 오후 한 학생으로부터 다급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교수님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2학기 성적표가 나오지 않아서 편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편입에 필요한 사항이라 연락드립니다. 13학번 OOO드림”
이 학생은 그동안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휴학과 재학을 번복하며 학업에 정진해 온 성실한 학생입니다. 영등포에서 아산까지 통학하는 어려운 교육 환경 속에서도 여러 교수님들을 믿고 의지하며 인고의 세월을 버텨온 정직하고 사랑스러운 학생입니다.
존경하는 서남대 교직원 여러분
교육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로 서남대의 미래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최악의 근무 환경 속에서도 학교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왔고, 학생들은 교수들을 믿고 학업에 충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학교 폐쇄의 상황에 다다르게 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들은 시시비비를 가려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서남대 교직원 여러분
교수의 가장 큰 본분은 제자들을 건강하게 키워서 사회에 내 보내는 것일 것입니다. 부모는 가정에서 자녀를 잘 키우고, 선생은 학교에서 제자들을 잘 가르치고 돌보는 것이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기본 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녀의 인생을 담보로 자신의 지위를 흥정하는 부모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학생들의 인생을 볼모로 지위를 흥정하는 교수는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주장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의료인의 파업이 인정받거나 존경 받을 수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서남대 교직원 여러분
대학 정상화에 관한 여러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학생의 학습권과 교수들의 교권도 지키는 자랑스러운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상황에 관한 정당성 논쟁여부를 떠나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회복하여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조치를 취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학생의 인생을 담보로 하는 어떤 주장이나 명분도 결단코 사회적 신뢰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도덕적 비난 여부를 떠나 그 결과에 대한 민·형사적 책임도 비켜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평생을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살아온 여러 교수님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들의 삶을 욕되게 하는 일이 없기를 부탁드립니다.
무술년 한해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리는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8년 1월 2일
서남대학교 공무원행정학과 강용기 올림
첫댓글 교수님의 "호소의 글" 전적으로 동감하며, 가슴아프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현 상황에 아무 말도 못하고 보고만 있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참다운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나 참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나 참 지식인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나 교수다운 교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교수는, 교수라 한다면 할 짓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짓이 있다. 교수라면 나아갈 자리와 물러날 자리를 알 것이다. 교수라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 것이다. 지금 우리가 교수라 한다면 해서는 안 될 것과 물러날 때를 알지 않겠는가?